UX시대의 카피라이터

자막 너 제법이다

by 일조

요즘엔 콘텐츠 자막이 제일 재미있다. 어쩜 그렇게 재치들이 넘치시는지. 영상을 보다 자막을 보면서 깨알 같은 웃음을 터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조금 빠르게 아장아장 기어가는 아기 팬더를 보고 후르쉐 라고 하질 않나, 뉴** 카드를 여기서 꺼내?라는 자막으로 분위기를 살려내질 않나, 정말이지 요즘 콘텐츠 자막 자리는 재치꾼들의 콜로세움이다. 언젠가 아내와 콘텐츠를 보면서 낄낄 거리다가 갑자기 현타가 왔다. 내가 재미있게 썼다고 생각한 카피를 보면서 내가 낄낄 거렸던 적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없었다, 2023년에 쓴 카피들을 되짚어 보니 재미와 웃음을 준 카피를 한 줄도 써내질 못했다. 위트를 부렸다고 평가받은 카피가 몇 개 있긴 했지만 빵 터트릴 정도는 아니었다. 갑자기 호승심이 샘솟았다. 우리말 가지고 콩짝콩짝 하는 건 나도 전문이란 말이다. 2024년에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만 정말 재미있다라고 생각되는 카피 한 줄이 아니라 모두가 빵 웃을 수 있는 카피를 한 줄 쓸 것이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카피를 한 줄 써낼 것이다. 내가 이렇게 온라인에 박제해 놓으면 나중에 창피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전을 계속하겠지! 내 카피가 콘텐츠 자막보다 재미있다. 자막만큼 재미있다. 자막 못지않게 재미있다. 자막만큼은 아니어도 재미있다. 자막 까지는 아니어도 재미있을 수 있다. 하아... 자막 너 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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