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감성
카피를 쓰기 전에 요즘 MZ들이 잘 쓰는 표현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그 낱말을 중심에 놓고 앞뒤 문장을 완성해 본다. 나온 문장을 보니 썩 "요즘" 카피라이터가 쓴 카피 같다. MZ 감성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그 후에 요즘 마케팅 잘한다는 브랜드들이 앱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는 카피들을 살펴본다. 내가 방금 쓴, 아니 조합해서 내놓은 카피를 다시 본다. 비슷한 문장인데 느낌이 같지 않다. 미묘한 차이가 아프게 느껴진다. 이 미묘한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자면, 성수동 트렌디한 스토어 가운데 옛날 세탁소가 하나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어린 카피였을 때, 사수 카피가 쓴 카피 속에 내 카피를 섞어서 클라이언트에게 발표한 적이 있었다. "저 카피, 저 카피는 누구누구 님이 쓰신 것 아니죠?" 클라이언트는 웃으며 단박에 내가 쓴 카피를 솎아 내었다. 내 딴에는 비슷한 톤 앤 매너로 뽑아냈다고 자신했었는데 단어와 문장, 행간에서 초짜 티가 많이 났나 보다. 그때의 일이 종종 생각나는 요즘이다. 젊은이들의 힙한 감성을 흉내 내어 카피를 써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특히 그렇다. 나는 20대일 때, 30대가 되면 30대의 멋이 있길 바랐다. 서른 즈음엔 40대가 되면 내 카피에 40대의 멋이 느껴지길 꿈꿨다. 세월을 깊이와 멋으로 승격시킨 내공 있는 카피라이터로 크길 원했다. 그때의 나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자극적인 것, 스킵되지 않는 것, 해시태그에 쓸 만한 말들, 그런 것들을 쫓아 쓰다 보니 카피를 대하는 폼이 영 엉성해진다. 나 같지 않다. 카피에서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무슨 꼴인가 싶어 요즘엔 카피 쓰기 전에 마음을 먼저 다잡는다. 변화를 하려다 변질이 되어 버리면 그땐 못 쓰게 될 터. 요즘 말 안 쓰면 밥그릇 날아갈까 벌벌 떠는 AZ처럼 쓰진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