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1~2년 전만 해도 영화를 엄청 봤었다.
OTT를 통해, 영화관을 통해 하루에 1, 2개씩 챙겨볼 정도로 푹 빠져있었을 때가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이었고 영화를 통해 잠시 삶을 도피할 수 있었다.
지금도 현실이 싫지만, 현생이 너무나도 신경 쓸 일이 많았어서 영화를 볼 체력이 나지도 않았다.
그 수많은 일중에 대학생활을 하며, 고등학교 시절 만났던 영상중계 대표님을 만나서 가끔씩 일용직으로 중계를 도와드리곤 한다.
그러던 와중 <인사이드 아웃 2>라는 속편의 영화가 개봉하길래 보러 갔다.
마치 라일리의 감정들이 영상중계실에서 현장에 있는 영상들을 보며, 자신의 주관적 입장으로 바라봐 현장을 컨트롤하는 일들이 내가 했던 경험이랑 비슷했다.
현장중계에서도 한 무대를 바라보며, 감독의 시선으로 카메라를 조종한다.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기분이 좋게 보일 수도 나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예전에 밈이 됐었던 '악마의 편집' 같은 경우도 편집으로 극단적 사례로 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프로파간다라던가)
작중 라일리의 행동은 따라서 감정 본부에 있는 감정들의 선택에 따라 생각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래서 편집자가 하는 일과 비슷해 보였다.
저번 글에는 ''순간'을 만드는 것은 힘들다'라는 글을 썼었다.
최근 미디어문화전공 수업으로 다큐멘터리 편집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내 인생과 관련된 주제라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겠지만, 조원 모두가 진심을 다해서 신경 써주고 있어 나도 더 힘쓰게 된다.
그렇게 요즘은 편집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인사이드 아웃 2>를 접하니, 라일리의 감정들이 다르게 보였던 거 같다.
전편 <인사이드 아웃> 같은 경우 '슬픔'의 감정이 어떻게 보면, 부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필요한 감정이란 것을 알려줬듯이 <인사이드 아웃 2>는 한 층 더 나아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말 포함 스포일러가 있음)
사춘기 소녀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세상을 살아나갈 때의 불안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생겨나버렸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삶을 계획하게 하고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생각으로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다.
'기쁨'을 통한 어릴 적 감정들이 현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자 '불안'으로 인해 본부에서 쫓겨나게 되면서 점점 더 상황은 악화된다.
'불안'을 비롯한 감정들이 만들어 낸 자아는 부정적인 신념을 만들어냈으며, '기쁨'과 친구들은 어릴 적에 형성됐던 자아를 찾으러 모험을 떠난다.
'기쁨'은 찾아내었지만, 그것도 잠시.
기억의 저편에서 소각된 기억들을 하나씩 천천히 둘러보다가 어릴 적 형성되었던 자아도 결국 좋은 면만 편집 돼버린 자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불안과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된 라일리, '기쁨'과 친구들은 예전 자아를 들고 본부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
하나 '기쁨'은 그때 결국 편집된 기억들이 모인 자아라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이 상황에서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복잡한 신념을 만들어내게 된다.
'나는 모자라', '나는 좋은 사람이야' 등 복잡한 자아를 형성해 라일리는 자신의 모자란 면을 인정하고 좋은 면을 찾아가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픽사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상상력 구현은 대단한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전편보다 아쉬운 점은 극복과 한계의 전개가 빨랐지만, 메시지는 충분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작품을 보는 과정에서 본부실에서 자칫하면 지나갈 수 있는 라일리의 평범한 일상들을 감정들의 입장을 통하여 생각의 극대화를 해 좋은 기억 혹은 나쁜 기억, 그저 그런 기억으로 편집되게 만든다. 그러한 감정들을 통해 자아를 형성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영상편집도 그런 거 같다.
의미 없는 이야기를 카메라 안에 담았을지는 몰라도, 내 시선으로 자르고 잘라 순서를 나열하다 보면 내 감정이 담길 수도 있는 영상,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인사이드 아웃 2>를 보다 보니 편집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나 주저리주저리 써봤다.
그래서 편집증이라는 말도 괜히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기억들이 혹여나 잘못된 것은 아닌지, 지나갔을 수도 있을 법하지 않을까.
아무튼 영상편집이라는 일은 재밌다.
편집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기억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