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창작했는가?"에서 "누가 그것을 먼저 계약하는가?"로.
1942년에 있었던
미국음악가연맹( AFM )의 대규모 녹음 거부 파업은
재즈 연주인들의 단순한 노동 투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 산업 내부의 '관계 중심' 문화가
'계약 중심'으로 옮겨가는 계기이자,
예술과 창작물에 대한 권리의 경계를 다시 규정짓는 전환점이었다.
이 사건은 창작자들의 경제적 권리, 녹음물 사용에 대한 로열티,
그리고 변화되고 있는 음악산업의 구조 자체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파업 이전, 많은 재즈 뮤지션들은 음악을 '노동'보다 '교류'로 인식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동료와의 즉흥적 협연, 선배 뮤지션에 대한 존경, 후배에 대한 지원이
금전적 권리나 문서화된 계약보다 더 큰 가치를 지녔다.
그러나 라디오와 음반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음악이 반복 재생되며 상품화되자 '한 번 연주로 끝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게다가, 음악 산업 자체에 관여하는 비음악인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면서,
이들은 점차 창작의 구조에까지 관여하게 되었고,
음악가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시기의 구조적 변화는 구체적인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는
1958년 Blue Note record에서 발매된 캐논볼 애덜리의 앨범 < Somethin' Else >이다.
이 앨범은 명목상 캐논볼 애덜리의 이름으로 발매된 앨범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리더작이다.
당시, 마일스는 Columbia Records와 전속 계약 상태였기에
Blue Note Records에서 리더로 앨범을 낼 수 없었다.
그는 동료인 캐논볼 애덜리의 이름을 빌려 실질적인 리더로서 앨범을 기획했고
형식적으로는 사이드맨으로 앨범 연주에 참여했다.
마일스는 앨범의 곡 구성과 전체 프로듀싱을 주도했으며,
타이틀곡 [ Somethin' Else ]의 작곡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LP의 B면 두 번째 트랙인 [ One for Daddy-O ]에서는
마일스가 프로듀서 Alfred Lion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장면이 녹음되어 있어,
이 앨범제작에서 그의 주도적 역할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는 앨범 계약자의 명의가
실제 창작자의 리더십과는 구분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사례는 1959년 발매된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 < Kind of Blue >에 수록된 [ Blue in Green ]이다.
이 곡은 공식적으로 마일스 데이비스 작곡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는 자신이 이 곡의 실제 작곡자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에반스는 1979년 NPR 라디오 인터뷰에서
마일스로부터 G마이너와 A 어그멘티드 코드가 적힌 쪽지를 건네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멜로디와 화성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의 친구이자 작곡가인 얼 진다스(Earl Zindars)도
에반스가 이 곡을 자신의 아파트에서 작곡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에반스는 이 곡에 대한 로열티 대신 마일스로부터 25달러짜리 수표 한 장을 받았으며,
이후 자신의 앨범 < Portrait in Jazz >에서 [ Blue in Green ]을 재녹음하며
작곡자 명의를 "Davis-Evans"로 병기했다.
이 두 사례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음악가들의 인식 속에서 변해가는 전환기의 미묘한 긴장을 보여준다.
음악은 여전히 우정과 영감을 나누는 낭만의 예술이었지만,
동시에 '소유'의 개념이 점점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동료의 이름을 빌려야 했던 마일스,
자신의 곡이 타인의 이름으로 등록된 것을 받아들여야 했던 에반스.
그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창작이 계약과 충돌하기 시작하던 시대의 출발점에 선 인물들이었다.
AFM의 녹음 파업은 그 충돌의 서막이었다.
그리고 마일스, 애덜리, 에반스의 사례는
그 이후 음악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풍경이다.
연주는 더 이상 낭만적인 울림으로만 남지 않는다.
그것은 음반으로 녹음되고, 계약서에 기록되고, 법적으로 보호되며,
산업 구조 속에서 하나의 상품이 되어 금전적으로 거래된다.
음악이 예술이면서 산업이 되는 순간,
우리는 예술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제 질문은 바뀌었다.
"누가 창작했는가?"에서 "누가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