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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tay Together

Al Green의 목소리만큼 기분 좋은 Ronnie Foster의 B3

by XandO

재미있는 칭찬의 말 중에

잘 그린 그림을 보고는

"와, 그림이 사진 같아!" 라며 놀라거나

멋진 사진 작품을 보고는

"와, 진짜 그림 같다! "

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또는 예쁜 소녀를 보고 인형 같다고 한다든지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인형을 보고는

사람 같다고 감탄을 한다.


음악감상자들도 그런 표현을 자주 쓴다.

정교하게 노래하는 가수를 두고

" 목소리가 마치 악기 같지 않아 " 라든지

기타가 또는 색소폰이 우는 거 같다.

라는 표현으로 악기 연주에 극찬을 한다.


1. Let's Stay Together - Al Green


미국 소울을 대표하는 Al Green.

활동 당시의 소속사가 마이너급이어서인지

자국에서의 인지도에 비해

미국외 또는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나 인기가

그다지 높은 아티스트는 아니다.

미국 내에서는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와 비교할 만한

미국 흑인 소울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그의 대표작이자, 1972년 발매하여

그의 유일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인

Let's Stay Together.


전주가 끝나면서부터 Al Green의

따스하며 나긋한 목소리가 전해주는 말캉한 멜로디가

듣는 이의 얼굴 가득 기분 좋은 미소를 번지게 한다.


Oh, baby, let's, let's stay together

Loving you whether, whether

Times are good or bad, happy or sad


좋을 때 건 나쁠 때 건

행복해도 슬플 때도

사랑하는 그대와 언제나 함께 할게요.


Al Green은,

이 소박하지만 모든 걸 다 담은 가사의 감정을

마치 악기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의 정교함으로

하지만 절제의 아름다움을 지켜가며.

섬세하고 세심하게

생크림 같은 멜로디에 차분히 싣고 간다.


듣는 내내 실없는 미소를 지울 수가 없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건 없건.


2. Let's Stay Together - Ronnie Foster


내가 Al Green의 원곡보다 더 자주 듣는 [ Let's Stay Together]는

1973년에 발매된 Ronnie Foster의 앨범 [ Two Headed Freap ]에 실린

B3 하몬드 올겐으로 멜로디가 연주된 곡이다.

원체 명곡이기 때문에

수많은 유명 보컬들의 리메이크 버전들이 있다.

마이클 맥도널드, 티나 터너, 알 자로, 마이클 볼튼, 씰, 크레이그 데이비드 등의

소울 좀 한다는 보컬들은 물론

재즈, 포크, 팝 가수들 까지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었던 명곡임이 틀림없다.


그중에서도 각별히 보컬곡이 아닌 연주곡을 자주 듣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Al Green의 보컬만큼이나 섬세하고 따뜻한

로니 포스터의 B3 하몬드 올겐 연주 때문이다.


하몬드 올겐은 1935년에. 로렌스 하몬드가 최초로 Model - A를 출시하면서

작은 교회와 극장등에서 클래식 올겐의 대체재로 유행하게 된 악기이다.

1950년대 들면서 흑인교회를 중심으로 더욱 유행하게 되었고

1954년 개발된 B3 모델이 하드밥, 소울, 블루스 등의 흑인음악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게 된다.


전자악기임에도

특유의 따뜻함을 잃지 않은 채

전자악기의 특징과 어쿠스틱 한 느낌을 함께 가진 독특한 음색이 매력적인 악기이다.


여러 팝 뮤지션들과의 많은 음악작업들이 Ronnie의 팝적인 감각을 검증해 주었듯이

이 연주곡에서도 그의 천부적인 멜로디 감각이 손끝에 살아 움직인다.

때론 강렬하게, 때론 나른하게 흔들리는 그 음들은,

마치 알 그린(Al Green)의 감미로운 보컬로 시작되는 원곡처럼

우리를 저항할 수 없는 미소로 이끈다.


날 좋은 이른 봄.

끝없이 뻗은 고속도로 위를,

뚜껑을 한껏 열어젖힌 오픈카에 몸을 싣고 내달린다.

하늘은 한없이 맑고 바람은 적당히 따스하다.

옆자리에 함께 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령 혼자라도 상관없다.


올겐 연주자의 손끝을 타고 흐르는 멜로디에 나의 콧노래를 실어본다.

머리칼과 귓가로 스치는 봄바람 그리고 음악 소리에 나의 실없는 미소를 맡긴다.


느긋하게 미끄러져 나가는 도로와 나는

하나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시간마저 느리게 흐른다.

그렇게 음악과 바람, 그리고 느긋한 미소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 순간의 행복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이게 바로 음악이 선사하는,

봄날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


let's stay together

Loving you whether, whether

Times are good or bad, happy or s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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