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재즈는 처음이지? 201을 시작하며...

재즈의 제도화된 교육 그리고 예술음악으로의 재즈

by XandO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교육에 있어서

학교라는 제도는 거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지식의 전달은 개인에서 개인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 안에서 검증되어야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재즈는 태생 자체가

제도와 시스템의 바깥에서 태어난 음악이다.
본래 재즈는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했고,

그들끼리 입에서 입을 통한 구전으로 전해졌다.
수많은 재즈의 거장들은 필드에서 귀로 듣고 배웠으며,

현장의 땀내와 함께 그 어법을 몸에 새기며 연주했다.
느끼며 찾아내야 하는 감각은

늘 이론과 악보보다 우선시되어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재즈 또한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권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재즈 역시 그 제도화된 교육 체계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 전환의 출발점은

1945년의 쉴링어 하우스(Schillinger House)였다.
로렌스 버크(Lawrence Berk)는

러시아계 작곡가 조셉 쉴링어(Joseph Schillinger)의 작곡 이론을 바탕으로,

재즈와 상업음악을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학교를 세웠다.
이곳은 훗날 버클리 음악대학(Berklee College of Music)으로 발전하게 된다.
당시 대부분의 음악대학이 클래식 중심 교육에 머물러 있던 시기에,

버클리는 처음부터 재즈와 현대 음악을 ‘이론의 언어’로 다루려 했다.
즉, 귀로 전승되던 재즈의 문법을 악보와 분석의 체계로 옮긴 최초의 시도였다.


그리고 2년 뒤, 1947년,

노스 텍사스 대학교(University of North Texas)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재즈교육의 제도화를 시도했다.

이 학교는 미국에서 최초로 재즈를 학위 과정으로 인정한 대학이다.
당시 학계의 보수적 분위기 때문에 ‘재즈’라는 단어 대신

‘댄스 밴드(Dance Band)’ 전공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시작된다.

그 안에는 분명히 재즈를 대학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프로그램은 빅밴드 편곡, 즉흥연주, 리듬 분석 등을 정규 교과로 포함했으며,

재즈가 더 이상 길거리의 기술이 아닌

예술적,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렇게 버클리와 노스 텍사스는 서로 다른 길에서 같은 목표를 향했다.
버클리는 재즈를 이론화함으로써 교육의 언어로 만들었고,

노스 텍사스는 재즈를 제도화함으로써 대학의 문턱 안으로 끌어들였다.
전자는 사립학교의 실험정신으로,

후자는 공립대학의 제도적 승인으로 재즈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다.

결국 재즈는 거리와 학교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게 되었다.
즉흥과 체계, 경험과 이론이 공존하는 자리에서

재즈는 더 이상 ‘감각과 구전에 의존하는 음악'이 아니라

‘교육받아야 하는 음악’이 되었다.
그 순간, 재즈는 자신이 태어난 거리의 자유를 잃지 않으면서도,

교육이라는 제도의 언어로 새롭게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재즈가 대학이나 전문학교 같은 제도권 음악 교육 안으로 들어오면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재즈가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재즈는 특정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기보다,

기존 재즈 어법에 구조적 깊이와 분석적 사고를 더하며

이후의 프리재즈, 퓨전재즈 및 신고전주의에 이르는

다양한 재즈의 혁신을 이루어 내는 것에 중요한 토대를 제공한다.

제도권 교육의 영향은 먼저 전통 재즈의 체계화로 나타났다.

밥(Bebop)과 하드 밥(Hard Bop)의 화성 언어가 교재화되고,

복잡한 코드 진행과 텐션, 대리화음 등을 분석적으로 학습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이런 교육 환경 속에서 등장한 네오-밥(Neo-Bop) 연주자들은

완벽한 연주력과 전통적 형식을 중시하며,

재즈의 ‘고전미’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또한 대학 내 재즈 앙상블과 빅 밴드 교육의 확산은

작곡과 편곡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노스 텍사스 대학교(University of North Texas)의 One O’Clock Lab Band 같은 사례는,

학문적 훈련을 받은 연주자들이

얼마나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앙상블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재즈의 제도권 교육은

재즈 퓨전( 재즈의 융합 )의 이론적 기반을 구체화하고 체계화 하였다.

학생들은 재즈뿐 아니라 클래식, 현대음악, 민족음악 등 다양한 이론을 접하며,

락·라틴·월드 뮤직과의 융합을 시도한다.

복잡한 화성 구조와 고도의 테크닉은 재즈의 융합적 실험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였다.

결국, 재즈가 현장에서 학교로 들어오면서

가장 큰 변화는 구전 전통에서 분석적 접근으로의 전환이었다.

재즈는 더 이상 길거리나 클럽에서만 배우는 실용적 음악이 아니라,

교재와 논문, 커리큘럼으로 학습되는 예술음악(Art Music)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 결과

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육자로 활동하며,

재즈는 문화예술 교육 속에서 하나의 정당한 학문으로 자리 잡아간다.


Pharoah's Dance - Miles Dav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