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에서 예술음악으로

Be-Bop의 탄생과 재즈 발전 방향성의 변화

by XandO

뉴올리언스의 군부대 주변, 스토리빌(Storyville)의 유흥가에서
대중들의 여흥을 위해 연주되던 음악은

흑인과 백인, 크리올이 뒤섞인 도시의 공기 속에서
즉흥과 리듬, 그들 삶의 감정이 얽혀서 태어난다.
그것이 곧 초기의 재즈였다.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이 음악은
1910년대 초, 일자리를 찾아 북상한 흑인 음악가들과 함께
시카고를 거쳐 뉴욕으로 그 발전의 중심지를 옮겨 갔고,
이 이동의 흐름 속에서 재즈는
더 세련되고, 더 조직적인 형태로 발전한다.
콤보 중심의 즉흥적 연주에서 벗어나
대규모 편성의 화려한 빅밴드(Big Band) 음악으로 확장되며,
도시의 댄스홀과 클럽을 가득 메운 대중의 리듬이 되었다.


이 시기 뉴욕은 재즈의 중심이자 새로운 문화의 용광로였다.
플레처 헨더슨 오케스트라와 듀크 엘링턴 밴드는
재즈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찰스턴(The Charleston)과 블랙 보텀(Black Bottom) 같은 신종 춤곡은
도시의 젊은이들을 열광시켰고,
그 흥분의 리듬은 곧 다가올 스윙(Swing) 시대를 예고한다.

1920년,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술은 불법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시 곳곳에는 음악과 향락이 넘쳐났다.
불법 비밀 주점인 스피크이지(Speakeasy)가 도시 곳곳에 생겨났고,
그곳은 재즈가 살아 숨 쉬는 환락의 무대가 되었다.
불법의 긴장감, 비밀스러운 쾌락, 그리고 재즈의 즉흥성은
그 시대의 감정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재즈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금지된 쾌락의 리듬이자 규율에 대한 반항의 멜로디였다.

부를 축적한 밀주업자들은 저택에서 화려한 파티를 열었고,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 바로 재즈였다.


The Great Gatsby Charleston Swing Party


1920년대 뉴욕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가 그려낸
재즈 시대(Jazz Age), 그 자체였다.

이 시기는 흔히 ‘으르렁대는 1920년대(The Roaring Twenties)’라 불리며,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역동적인 시대로 기록된다.

특히 할렘의 밤은 재즈의 성소였다.
루이 암스트롱과 듀크 엘링턴이 활약한

상류사회 사교의 장인 코튼 클럽(Cotton Club)은
아이러니하게도 흑인 연주자들이 백인 관객 앞에서 연주해야 했던
인종적 모순의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재즈는 예술로 성숙해 가는 씨앗을 싹 틔운다.


도시의 거리에는
단발머리와 짧은 치마로 자유를 선언한 플래퍼(Flapper)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유행과 패션 그리고 몸짓은 재즈의 리듬과 함께
기존 도덕과 질서에 대한 대담한 도전이 되었다.

그러나 호황의 경제와 유흥의 화려함 뒤에는
전쟁 이후의 공허와 허무가 자리했다.
스캇 피츠제럴드의 [ 위대한 개츠비 ]가 상징하듯,
이 시대의 재즈는 쾌락과 상실, 욕망과 불안이 뒤섞인
미국의 심장을 울리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이 찬란한 시기 이후,
재즈는 단순한 춤의 음악으로 머물지 않았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저작권 제도와의 갈등은
재즈의 ‘산업적 소비’를 제한했고,
연주자들은 점차 예술적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

1940년대 후반, 재즈는 대형 댄스홀의 무대를 떠나
클럽의 좁은 공간, 음악적 실험의 장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태어난 것이 비밥(Bebop)이다.
비밥은 복잡한 화성과 빠른 템포, 즉흥의 긴장을 통해
‘듣는 음악’, 즉 사유의 음악으로 재즈를 끌어올렸다.


스윙 빅밴드 시대 이후,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를 필두로 한 비밥(Be-Bop) 스타일은
재즈의 예술적 위상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들의 음악은 즉흥성과 구조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육’과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이 시점부터 재즈는 더 이상 단순한 대중 오락이 아니라,
음악적 분석과 이론적 탐구가 필요한 예술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제도권 음악교육 속으로 재즈가 편입되고,
버클리 음대나 노스 텍사스 대학 같은 기관에서
재즈 이론과 연주가 체계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재즈는 환락의 파티장에서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을 넘어
사유하고 탐구하는 음악, 즉 예술로 변모했다.
이후 비밥과 함께 재즈는

유흥의 무대 위에서 학교의 교과서 속으로 들어가며,

‘상업적 대중음악’에서 ‘예술적 감상용 음악’으로

그 자리를 옮겨가게 된다.


KoKo - Charlie Parker & Dizzy Giles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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