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gtime To jazz
오늘날 우리가 ‘악기의 왕’이라 부르는 피아노는
18세기 초에 형식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현을 작은 금속 조각인 탄젠트로 때려 소리를 내는 클라비코드와,
퀼이라는 부리 모양의 가죽고리로 뜯어 소리를 내는 합시코드가 쓰였다.
두 악기는 장단점이 분명했다.
클라비코드는 건반을 누르는 힘에 따라 미세한 강약 표현이 가능했지만
음량이 작아 실내악 정도에만 적합했다.
반면 합시코드는 음량이 충분해 큰 편성에도 쓰였으나
건반의 터치와 무관하게 소리의 크기가 일정해 표현의 폭이 제한되었다.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구조가 고안되었다.
현을 뜯는 방식 대신,
펠트를 씌운 해머가 현을 때리는 메커니즘이 도입된 것이다.
1700년경 피렌체의 제작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1655–1731)가 이 구조를 적용해
‘크라비첸발로 콜 피아노에 포르테’를 만들었다.
조용한 소리(piano)와 큰 소리(forte)를 모두 낼 수 있다는 의미의 이름이며,
이후 ‘피아노포르테’라는 명칭의 기원이 되었다.
1750년 무렵에는 크리스토포리의 해머 구조를 개선한
빈 액션과 영국식 액션이 등장했다.
이 시기의 피아노는 음색이 더 부드러워졌고,
모차르트와 하이든이 주로 가벼운 터치의 빈식 피아노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베토벤과 리스트 같은 작곡가들은 더 강한 음량과 넓은 표현력을 요구했고,
제작자들은 이에 맞춰 프레임을 강화해 현의 장력을 높였다.
그 결과 음량이 크게 증가하며 악기의 성능이 발전한다.
19세기 중반에는 프랑스 에라르(Érard) 사가
이중 도피장치(Double Escapement)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반복 주법을 훨씬 빠르게 할 수 있게 하면서
현대 피아노 액션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19세기 후반에는 미국의 스타인웨이(Steinway)가
현을 교차시키는 구조를 도입한다.
이 교차 현 배치는 현의 길이를 늘이고
울림판 활용을 높여 소리가 한층 풍부해졌고,
현대 그랜드 피아노의 형태가 이 시기에 완성되었다.
클래식 피아노연주가
지금 우리가 듣는 재즈 피아노의 연주 방식에 이르기까지는
긴 변화의 과정이 있었다.
재즈라는 장르가 형식으로 자리 잡기 한참 전부터
이미 여러 피아니스트들은 새로운 표현을 시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클래식 교육을 받았고,
기존의 유럽식 전통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의 형식과 군악대 행진곡의 리듬을 바탕으로
당김음을 활용한 새로운 연주 방식을 만들었고,
이는 당시 미국 도시의 대중음악 속에서 빠르게 퍼졌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인물이 스캇 조플린이다.
그는 19세기말 미국 남부와 중서부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래그타임을 정교한 작곡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래그타임은 왼손이 규칙적인 행진곡풍의 박자를 유지하는
움파 리듬 ( 쿵짝 쿵짝을 구음으로 표현하는 의성어 "움파 " )을 연주하고
오른손이 당김음 중심의 선율을 연주하는 구조가 뚜렷하다.
조플린은 이 양식을 단순한 오락용 음악으로 두지 않았고,
명확한 형식과 균형을 갖춘 피아노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 [ The Entertainer ](1902)는
이러한 래그타임 스타일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이다.
곡 전체에 걸쳐 반복되는 싱코페이션과 경쾌한 선율은
당시 새롭고 독창적인 피아노 음악의 감각을 보여준다.
이 곡은 래그타임이
이후 재즈 피아노의 리듬 감각, 왼손 반주의 패턴,
그리고 싱커페이션의 활용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래그타임 스타일은 초기 재즈밴드들이 연주하던 스톰프( Stomp ) 스타일의 리듬연주방식에 기틀이 된다.
두 박자를 기준으로 일정하게 리듬 파트 악기들이 반주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멜로디 악기들이 싱코페이션 되는 멜로디를 연주한다.
당시, 수많은 초기 재즈의 곡 제목들에 Stomp라는 단어가 쓰인 이유도 여기에서 유래된다.
이 래그타임이 뉴욕 할렘으로 전해지면서
더 빠르고 역동적인 스타일로 변화한다.
이를 스트라이드라고 부르며,
래그타임의 틀을 유지하되 왼손의 음역대가 훨씬 넓어지고
리듬의 탄력적으로 스윙하게 된 것이 특징이다.
연주자는 왼손으로 베이스와 화음을 겅중겅중 뛰듯이 큰 폭으로 이동하며 연주했고,
오른손은 더 많은 즉흥성과 기교를 기반으로 선율을 전개했다.
스콧 조플린 이후의 세대였던 제임스 P. 존슨과 팻츠 월러는
이 스타일을 확립하여 뉴욕의 댄스홀과 클럽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스트라이드의 강한 리듬감은
1920년대 후반과 30년대의 스톰프 스타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스트라이드의 왼손 패턴이 오케스트라로 옮겨가면서
리듬이 더욱 강해지고, 댄스를 위한 음악적 성격이 분명해졌다.
이 과정에서 밴드 내에서 베이스의 역할이 확대되었고,
더블 베이스가 네 박자를 일정하게 이어가는 위킹베이스 스타일의 연주방식이 자리 잡았다.
드럼 또한 하이햇과 심벌을 활용해 네 박자 전체에 걸친 스윙감을 더했다.
이러한 변화로 20년대의 2박자 기반 리듬은
30년대에 스윙시대에 접어들면서 네 박자 흐름으로 바뀌었고,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적인 스윙 리듬이 완성되었다.
결국 래그타임의 당김음, 스트라이드의 기교와 힘,
그리고 스톰프의 댄스적 에너지가 쌓이면서
스윙 재즈의 리듬 언어가 형성된 것이다.
이 흐름은 이후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기본 리듬 구조로 이어졌고,
20세기 중반 흑인 피아니스트들이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현대적 피아노 트리오의 전형을 이룬 인물이 버드 파웰이었다.
베이스와 드럼은 피아노의 멜로디와 즉흥연주의 반주를 만들어준다.
드럼은 전체 리듬의 뼈대를 만들고
베이스는 드럼이 만들어 놓은 리듬의 뼈대위에
화성과 음의 길이, 강약을 활용하여 근육을 입힌다.
그 위를 자유롭게 피아노의 선률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구조가
버드 파웰이 일구어낸 전형적인 현대 피아노 트리오의 구성이다.
각 파트의 선명하게 구분된 아기의 역할을
따로따로 나누어 집중해 들어 보는 것도
전통적인 피아노 재즈 트리오를 감상하는 묘미 중 하나이다.
재즈 피아노 트리오에서 베이스와 드럼은
피아노의 멜로디와 즉흥연주를 떠받치는 역할을 맡는다.
드럼은 곡의 기본 리듬을 형성하며 흐름의 방향을 제시한다.
베이스는 이 리듬 위에 화성과 음의 길이, 강약을 세심하게 조절하여
음악의 골격을 더 풍성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이 위에서 피아노는 자유롭게 멜로디와 즉흥연주로
마음껏 선율을 펼치며 곡의 색채를 완성한다.
이와 같은 역할 분담이 분명한 구조는
버드 파웰이 확립한 현대적 피아노 트리오의 특징이다.
각 악기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밀접하게 반응하며 공간을 채운다.
전통적인 재즈 트리오를 들을 때는
이 세 파트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따로 집중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즈를 즐기는 묘미이자 중요한 감상법이다.
세 악기가 각기 다른 자리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만들어 내는 균형과 긴장이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진정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