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포드 브라운과 리 모건.
1950년대 중반의 하드 밥은 비밥의 복잡하고 진지한 어법과
블루스와 가스펠의 따뜻한 정서를 함께 품고 있던 이 하드밥 시대의 중심에는
표현력과 연주 기술을 모두 겸비한 젊은 트럼페터 둘이 있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자로 불리던 클리포드 브라운.
1930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보이면서 자란다.
갓 23살의 나이인, 1953년 아트 블래키가 이끌던 오리지널 재즈 메신저스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재즈 씬에 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녹음들은 아직 완숙한 단계는 아니었지만,
명료한 음색과 안정된 박자감,
그리고 필요이상의 열정을 자제할 줄 아는 구조적인 즉흥연에 대한 감각을 들려준다.
그의 비약적인 성장은 이듬해 맥스 로치와의 만남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다.
1954년 결성된 클리포드 브라운과 맥스 로치 퀸텟은
소니 롤린스와 해럴드 랜드가 참여한 시기에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그룹의 연주는 하드 밥 특유의 블루스적 흐름과
비밥의 진지하면서도 정교한 어휘가 자연스럽게 융합된 특징을 보이는데,
클리포드 브라운의 솔로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또렷한 음색, 일정한 리듬 감각, 과장되지 않은 멜로디 전개가 균형을 이루며 펼쳐진다
동료 음악인들이 “모든 것을 갖춘 연주자”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또, 당시 약물 문제나 불규칙한 생활로 수많은 구설수에 오르내리던 일부 뮤지션들과 달리,
그는 지나칠 만큼 단정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했다는 증언이 많다.
이런 점은 음악의 기술적 명료함과 더불어 그의 인간적인 이미지에도 더욱더 큰 신뢰를 더해준다.
그의 완벽한 하드밥적 어프로치를 귀로 확인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앨범은, 그가 사후 공개된 < A Night in Tunisia >의 현장 녹음인데,
거친 음질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주가 지닌 생동감을 또렷하게 전달한다.
필라델피아의 작은 클럽에서 지역 연주자들과 함께 휴대용 녹음 장비로 녹음된 이 자료는,
녹음장비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연주자의 본질을 드러내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의 재능은 연주뿐 아니라 작곡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작인 [ Joy Spring ]은 클리포드 브라운의 작곡가로서의 역량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곡으로 꼽힌다.
이 곡은 아내였던 로라 브라운에게 바친 헌정곡이며,
밝은 주제선율과 정제된 코드 진행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지닌다.
멜로디는 간결하지만 방향성이 뚜렷하고,
중간부에서 확장되는 하모니는 클리포드 브라운이 가진 지적이고 서정적인 감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이 곡을 레퍼토리로 삼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곡가적 사고와 연주자의 즉흥 감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곡 전체를 끌어가는 흐름이 명확하게 표현될 수 있는 명곡이기 때문이다.
1956년 6월, 퀸텟의 피아니스트 리치 파월
그리고 그의 아내 낸시 파월과 함께 자동차로 이동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당시 하드밥 음악계를 망연자실하게 만든 엄청난 사건이었다
당시 클리포드 브라운은 겨우 스물여섯 살이었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더 오래 활동할 수 있었다면
과연, 이후 재즈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졌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감정적인 애도는 아니다.
그가 재즈 역사에 남긴 너무도 짧은 발자취가 가진
진지한 영향력의 밀도를 반영하는 진정한 아쉬움이다.
1938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리 모건은
이미 10대 초반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18세였던 1956년,
그는 그 당시 최고의 하드밥 명문, 재즈 메신저스에 합류하며
아트 블래키가 가장 믿는 젊은 연주자로 팀 내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는다.
블루 노트 레이블은 일찍부터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여러 장의 리더 앨범을 제작한다.
리 모건의 사운드는 블루스적 뉘앙스가 짙고,
리듬 패턴을 명확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있다.
이런 특성은 1964년 발표한 앨범 < The Sidewinder >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곡은 재즈 차트를 넘어 팝 차트까지 진입하며
당시 블루 노트의 재정난을 단숨에 안정시켰다는 기록으로도 남아 있다.
그의 연주는 하드 밥의 기교와 소울 재즈의 직관적 열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이는 클리포드 브라운과 더불어 이 이후 등장하는
많은 후배 재즈 트럼페터들에게 확고한 음악적 지향점으로 자리 잡는다.
리 모건이 블루 노트에서 1965년에 발표한 앨범 < Cornbread >는
그의 음악적 성장과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특히, 이 앨범에 실린 [ Ceora ]는 그 변화의 중심에 놓인 곡이다.
이전의 대표작 [ The Sidewinder ]가
경쾌한 리듬과 펑키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드 밥의 전형을 곡의 전면에 드러냈다면,
[ Ceora ]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그의 작곡 감각을 보여준다.
곡은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라틴풍 리듬 위에 쌓인 따뜻한 하모니가 자연스럽게 곡을 수놓는다.
멜로디는 단순한 발라드의 정서에 기대지 않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흐름 속에서 곡 전체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간다.
이 때문에 [ Ceora ]는 작곡가로서의 리 모건이 갖고 있던 서정성과
구성에 대한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곡으로 자주 언급된다.
트럼펫 솔로 역시 곡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음색은 따뜻하고 명확하며, 멜로디 라인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 The Sidewinder ]에서 들을 수 있는 투박하고 추진력 강한 연주와는 대조적이다.
이 곡에서는 보다 성숙하고 절제된 표현이 중심에 있다.
적극적인 리듬 드라이브보다는 곡에 담긴 서정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솔로가 구성되어,
그의 음악이 가진 또 다른 면모를 잘 보여준다.
[ Ceora ]는 리 모건이 단순히 한때 뜨고 져버릴 젊은 하드 밥 스타가 아니라,
섬세한 작곡 능력과 균형감 있는 연주 감각을 갖춘 대가적 기질을 갖춘 음악가였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1960년대 중반 그의 스타일이 어떻게 넓어지고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명곡이다.
클리포드 브라운의 견고한 구조와 완벽한 기교,
리 모건의 젊은 에너지와 블루스적 해석 그리고 놓칠 수 없는 그의 서정성.
하드 밥은 이들의 연주를 통해 하드밥이 가져야 할 재즈의 정통성을 더욱 견고히 구축했고,
뒤를 잇는 재즈 후배들은 이들이 마련한 음악적 자산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에 다가올 재즈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발판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