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 Bop, Jimmy Smith.

The Incredible Jimmy Smith!

by XandO

1987년 발표된 마이클 잭슨의 앨범 < Bad >는

팝역사상 최고의 완성도와 흥행을 자랑하는

앨범 < Thriller >의 후속작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탄생한다.

그래서 엄청난 상업적 성공과 음악적 완성도를 압박받으며 탄생한 앨범이었다.


그 결과는, 전 세계 3천만 장이 넘는 판매량과
다섯 곡 연속 빌보드 핫 100, 1위라는 기록으로 그 압박에 대답한다.

퀸시 존스와의 마지막 협업답게 앨범의 모든 사운드는 치밀하게 설계되었다.
음악적으로 불필요한 순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앨범 한가운데,

다른 시간 속의 언어가 혜성같이 날아와 꽂힌다.


Bad - Michael Jackson with Jimmy Smith


타이틀곡 [ Bad ]의 2분 29초부터 2분 42초 구간.
불과 10여 초 남짓.

다른 시대에서 날아온 완전히 다른 언어가

철저히 통제된 이 음악을 한 번에 휘젓고 사라진다.

당시 58세의 재즈 거장 지미 스미스의 B-3 하몬드 오르간 솔로다.

그의 재즈적인 테크닉과 특유의 블루지한 오르간 사운드는

팝의 대명사인 마이클 잭슨의 곡에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지미 스미스에게 붙은 "The Incredible”은

억지로 만들어진 마케팅용 별명이 아니다.

1950년대 중반,

그의 연주는 당시 재즈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생소하고 낯설 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미 그전부터 익숙한 악기였던 해먼드 오르간이

지미 스미스에 의해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그 이전에도 재즈 오르간 연주는 존재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뒤에서 분위기와 배경을 채우기 위한 악기였다.
하지만, 지미 스미스는 오르간을 밴드의 중심으로 끌고 나온다.

이 별명은 블루 노트 시절 초반부터 사용되었고,
실제로 < The Incredible Jimmy Smith >라는

앨범 타이틀에 쓰이면서 공식화되었다.


Back At The Chicken Shake - Jimmy Smith


지미 스미스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해먼드 B-3의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

B-3 모델은 1954년에 출시되었다.
두 개의 매뉴얼 건반, 독립된 발 페달, 드로우바 시스템을 갖췄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파트를 동시에 연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것을 실제 음악에서 한 사람이 모두 조직 가능한 연주자가

당시에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지미 스미스는 이 악기의 구조를

그대로 자신의 연주 방식으로 옮겼다.
그 결과, 오르간 하나가 밴드 전체의 사운드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왼발은 페달을 사용하여 워킹 베이스 라인을 연주한다.
콘트라베이스의 역할이다.

왼손은 리듬과 화음을 담당하여 코드 보이싱을 만든다.
여기에 드로우바까지 조절하며 음색의 밀도를 조정한다.

오른손은 멜로디와 즉흥연주를 연주한다.
비밥과 하드 밥의 단선율 어법을 그대로 차용하여
관악기의 멜로디 라인과 즉흥연주처럼 들리게 연주한다.

이 세 동작을 지미 스미스는 혼자서 동시에 연주한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Incredible 한 연주일 수밖에 없었다.


지미 스미스는 원래 피아니스트였다.
1954년, 와일드 빌 데이비스의 연주를 듣고 오르간으로 전향한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의 창고에 오르간을 들여놓고 은둔연습에 들어간다.
약 1년간 외부 활동을 중단했다.
발 페달 연습을 위해 바닥에 건반 위치를 그려 놓았다는 증언도 남아 있다.

1956년, 카페 보헤미아에서의 공연이 전환점이었다.
블루노트의 설립자인 알프레드 라이언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계약을 제안한다.
이후 블루 노트 시절의 연속적인 명반들이 이어진다.


블루 노트 시절의 지미 스미스의 연주는 거칠다.

테너 색소폰과의 협연이 많고

긴 블루스 기반의 즉흥연주가 중심이었다.


Walk On The Wild Side - Jimmy Smith


1962년,

지미 스미스는 Blue Note에서 Verve Record로 자리를 옮기면서

음악적으로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만들어 낸다.

블루 노트 시절이 오르간이라는 악기와

지미 스미스의 개인적인 역량의 실험과 발굴의 시기였다면

버브 레코드로 옮긴 이후, 지미 스미스의 음악활동의 방향은

골수 재즈 마니아들을 위한 음악을 아우르면서도

대중적인 성공과 오르간 재즈를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린 시기라 평가받는다.


블루 노트 시절 주로

오르간 트리오(오르간, 기타, 드럼) 구성으로 소울 재즈의 정수를 보여줬다면,

버브에서는 올리버 넬슨(Oliver Nelson), 랄로 시프린(Lalo Schifrin) 등

당대 최고의 편곡자들과 함께 빅 밴드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빅 밴드와의 작업은 그의 음악을 소규모 재즈 클럽을 넘어

대중음악 차트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앨범들이 빌보드 앨범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그는 리듬 앤 블루스(R&B)와 블루스 요소를 더욱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이후 등장하는 펑크(Funk)와 애시드 재즈(Acid Jazz)에 영향을 미치는

솔 재즈(Soul Jazz)의 선구자적 역할을 이어간다.

랄로 시프린이 편곡하고 지휘한 오케스트라 협연 앨범 < The Cat >은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여 빌보드 앨범 차트 12위까지 오른다.


The Cat - Jimmy Smith


지미 스미스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에는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있다.

이미 블루노트 시절부터 꾸준히 지미 스미스의 충실한 파트너 역할을 해온 케니 버렐과

리버사이드로 옮겨오면서 조우하게 된 웨스 몽고메리이다.


특히나, 리버사이드에서 웨스 몽고메리와 1966년에 남긴 앨범

< Jimmy & Wes: The Dynamic Duo >(1966)와

< Further Adventures of Jimmy and Wes >(1966)는

당대 최고의 재즈 기타리스트였던 웨스 몽고메리와의 만남은

하드밥 역사상 가장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 작품들을 남긴다.

두 거장은 서로의 강렬한 솔로와 리듬을 주고받으며

블루스, 펑크, 그리고 스윙이 완벽하게 조화된,

이름 그대로 다이내믹한 듀오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앨범들은 지미 스미스의 버브 시기뿐만 아니라

재즈 역사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듀오 앨범의 전형으로 남아있다.


Down By The Riverside - Jimmy Smith & Wes Montgomery


웨스 몽고메리와의 듀오 콘셉트가 대성공을 이룬 이후

1960년대 후반, 재즈 환경은 다시 급격히 변한다.
록, 펑크, R&B가 주도권을 잡았고,

재즈 역시 퓨전과 재즈 펑크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었다.
지미 스미스는 이 변화에서 뒤로 물러나 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핵심이던 블루스 기반 소울 재즈에

펑크의 리듬과 반복 구조를 적극적으로 결합한다.


Root Down ( And Get It ) - Jimmy Smith


1970년대에 들어 그의 연주는 다시 한번 명확하게 달라져야 했다.
화성보다 리듬이 전면에 등장한다.
왼손 베이스 라인은 더 단순해지고, 드럼과 함께 강한 그루브를 형성한다.
하몬드 B-3의 톤 역시 공격적으로 바뀐다.
이는 젊은 청중을 의식한 변화이기도 했다.

이 시기의 성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록이

1972년 라이브 앨범 < Root Down >이다.
이 앨범은 로스앤젤레스의 봄베이 바이시클 클럽(The Bombay Bicycle Club)에서 녹음되었다.
당시 클럽의 관객 구성 자체가 이미 소울과 펑크에 젖어있던 세대였다.
지미 스미스는 그 환경에 정확히 스며든다.

앨범의 타이틀곡 [ Root Down (And Get It) ]은 이 앨범의 성격을 집약한다.
반복적인 베이스 패턴.
펑키한 드럼 그루브.
짧고 집요하게 비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오르간 리프.
즉흥 연주 역시 화성 전개보다는 그루브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1970년대 초반 소울 재즈와 재즈 펑크가 만나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연주이다.


이 곡은 발매 당시의 파격에 이어 훨씬 뒤에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20여 년이 훨씬 지난, 1990년대 힙합 씬에서,
당시 힙합 프로듀서들은

1960~70년대 재즈와 펑크 음원을 적극적으로 샘플링하고 있었다.
리듬이 분명하고, 리프들의 반복 구조가 명확한 트랙들이 특히 선호되었다.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는 지미 스미스의 [ Root Down ]을 정확히 집어낸다.


Root Down - Beastie Boys


그들은 1994년 EP와 이후 1995년 컴필레이션을 통해 발표한 [ Root Down ]에서
지미 스미스의 [ Root Down (And Get It) ]을 원곡 그대로 핵심 샘플로 사용한다.
곡의 제목 역시 그대로 가져왔다.

지미 스미스의 펑키한 리듬 위에 랩을 얹는 방식은,
재즈 펑크와 힙합이 하나의 그루브를 공유하고 있다.
1960~70년대 재즈 클럽의 그루브가
1990년대 뉴욕 힙합의 에너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사례다.


이후 지미 스미스는 힙합과 애시드 재즈 담론 속에서 다시 언급되기 시작한다.
1990년대 젊은 세대에게 지미 스미스라는 존재는
과거의 재즈 거장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그루브 거장이었다.
그가 1970년대에 선택한 음악의 방향이

이미 한세대를 앞서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1972년의 [ Root Down (And Get It) ] 라이브 연주는
재즈가 어떻게 리듬 중심 음악으로 진화했고,
그 결과가 어떻게 힙합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블루 노트 시절 그는 하몬드 B-3로 하드 밥의 문법을 완성했고
버브 시절에는 편성과 무대를 확장하며

재즈가 대중과 만나야 하는 이유를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1970년대에 이르러 그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새로운 사운드와 새로운 리듬을 전면에 내세웠다.
화성보다 그루브가 앞서는 음악을 예견한다.

이렇게 1972년 라이브에서 만들어진 펑키한 반복 리듬은
20여 년 후인 1990년대 힙합 프로듀서들의 귀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지미 스미스의 삶과 음악은
재즈가 시대의 흐름을 흡수하고,
그 에너지를 다음 세대의 음악으로 변환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지미 스미스가 [ Root Down ]을 통해 말하려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그 그루브는
1970년대의 라이브에서 출발해 1990년대 힙합을 거쳐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현재형 그루브로 남아 있다.


거장의 음악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 뿐이다.
지미 스미스의 그루브 역시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의 음악을 향해 이어지고 있다.


The Sermon - Jimmy Sm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