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크리스마스 캐럴 7.

음악 감상을 위한 Carla Bley의 귀한 크리스마스 캐럴.

by XandO

칼라 블레이(Carla Bley)의 < Carla’s Christmas Carols >(2009)도
일반적인 상업용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과는 성격이 다르다.

칼라 블레이는 1936년생으로 2023년에 타계한

재즈 작곡가이자 편곡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거장이다.
대규모 앙상블과 실험적인 편성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인물로
이 앨범에서도 그런 그녀의 음악적 성향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이 특이한데

WATT와 ECM이 동시에 라벨링 되어있다.
칼라 블레이와 당시 남편인( 칼라는 3번 결혼했다 ) 마이클 맨틀러는

1973년 WATT Records를 공동 설립한다.
대형 레이블의 제작 간섭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고
이 레이블을 통해 칼라 블레이는 자신의 빅밴드 작품과 실험적 프로젝트를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발표하기를 원했다.
스티브 스왈로우, 칼라 블레이의 딸인 카렌 맨틀러의 음반 역시 이 레이블에서 제작되었다.

WATT는 독립 레이블이기 때문에 음악적 독립성은 보장되었지만
유통망에는 확실한 한계가 있었다.
이 문제를 보완한 하기 위한 선택이 ECM Records였다.
ECM의 설립자인 만프레드 아이허는 칼라 블레이의 음악성을 높이 평가했다.
WATT 음반들은 ECM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세계 시장에 소개됐다.
이 때문에 WATT 발매 음반에는 ECM 로고나 카탈로그 번호가 병기된 경우가 많다.

칼라 블레이는 오랜 기간 WATT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3년 < Trios >부터는 ECM 본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표한다.
레이블 운영에서 한 발 물러나 음악 작업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런 경유로 칼라 블레이의 앨범들에는 WATT와 ECM이 병기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 앨범 < Carla’s Christmas Carols >의 악기 편성은 비교적 명확하다.
칼라 블레이는 피아노와 셀레스타라는 악기

그리고 편곡을 맡았다.

셀레스터라는 악기는 다소 생소한데

작은 피아노 형태의 악기로

피아노는 해머로 현을 때려 소리를 내지만

셀레스타는 비슷한 구조의 해머가

금속판을 때리는 구조로 되어있다.


스티브 스왈로우는 베이스 기타를 연주한다.
여기에 독일의 Partyka Brass Quintet이 참여했다.
이 Brass Quintet의 금관 5중주가 이 앨범 사운드의 핵심이다.

드럼은 사용되지 않았다.
리듬 악기의 부재로 인해 음향의 윤곽이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금관악기의 화성과 피아노의 움직임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ECM 특유의 공간감을 활용한 사운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O Tannenbaum - Carla Bley / Steve Swallow With Partyka Brass Quintet


주요 수록곡 가운데 첫곡인 [ O Tannenbaum ]은

이 앨범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 중에 하나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소나무야"의 멜로디를

아주 조심스럽고 명상적으로 제시하여 듣는 이를 집중시킨다.

익숙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칼라 블레이 특유의 불협화음과 현대적인 텐션을 교묘하게 섞어

브라스 퀸텟의 금관악기들이 서로 엉키면 만들어 내는 화음이

매우 지적이면서도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앨범의 다른 두 주인공인 칼라 블레이와 스티브 스왈로우가 빠진 여백이

그들의 연주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의도된 장치로 들린다.


Hell's Bells - Carla Bley / Steve Swallow With Partyka Brass Quintet


[ Hell’s Bells ]는 칼라 블레이의 오리지널 곡이다.
‘징글벨’의 리듬적 아이디어를 변형한 작품인데

재즈 특유의 스윙감과 현대음악의 복잡한 리듬을 한데 섞어 놓았다.

드럼이 없는 편성에서 스티브 스왈로우의 완벽한 워킹 베이스가

곡 전체의 리듬을 이끌어 가는 기둥이 된다.

중간중간 서로 치고받는 관악기들과 칼라 블레이 특유의 유머스러운 멜로디와의 대화가

매우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 이유로 칼라 블레이 브라스 앙상블 콘서트에서

늘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O Holy Night - Carla Bley / Steve Swallow With Partyka Brass Quintet


< O Holy Night >는 스티브 스월로우의 베이스 멜로디 연주가 압권인 곡이다.
고음역에서의 베이스를 이용한 멜로디 연주가 곡의 전체 흐름을 이끈다.

이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의 하나로

대부분의 다른 곡들이 프랑스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데 반해

이 곡은 특별히 베를린의 파시온키르헤 (Passionskirche, 수난 교회)에서의

라이브 실황 연주를 녹음한 곡이다.

이 곡에서 스티브 스왈로우는 자신의 베이스를

클래식 첼로나 성악 가수의 목소리가 연주하듯

서정적이고 섬세하게 베이스를 연주한다.

칼라 블레이는 교회의 찬송가 반주 스타일로 정적인 엄숙함을 유지한다.

7분 30초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을 느린 템포에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금관악기들은 낮은 볼륨으로 배경의 공간감을 지켜준다.

앞선 곡들과 같은 유머나 비틀림 없이 진지하고 경건한 교회의 찬송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엄숙한 [ Joy To The World ]로 그 대미를 장식한다.


연말연시, 차분한 음악감상을 위해

칼라 블레이가 남기도 간 귀한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이다.


Joy To The World - Carla Bley / Steve Swallow With Partyka Brass Quint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