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불편한 크리스마스 캐롤 하나.
선 라(Sun Ra)의 음악 세계를 떠올릴 때,
그만의 빅밴드 Arkestra와 1960년대 이후의 프리 재즈가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그의 세계관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소규모이고 비밀스러우며 조금은 어설픈 작은 실험들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The Qualities와 함께 발매한 싱글 앨범인
< It’s Christmas Time / Happy New Year To You! >이 그것들 중 하나이다.
이 싱글은 1961년 El Saturn Records를 통해 공식 발매되었다.
녹음은 1956~1957년경 시카고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선 라는 아직 Arkestra를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전이었다.
그는 시카고 지역의 두왑(Doo-wop) 보컬 그룹들을 직접 조직하고,
화성을 가르치며 녹음을 진행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The Qualities는 이런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실험적인 보컬 그룹이다.
현재까지도 멤버 구성이나 활동 이력에 대한 정보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선 라의 접근 방식은 일반적인 프로듀싱과 달랐다.
그는 클럽이나 오디션 대신
동네 이발소처럼 일상적인 공간에서 노래하던 청년들을 모았다.
화성을 설명했고, 반복 연습을 통해 소리의 구조를 익히게 했다.
기교보다는 화음이 쌓이는 방식 자체를 중시했다.
The Qualities 역시 이러한 교육 과정을 거쳐 구성된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A면에 수록된 [ It’s Christmas Time ]은
기존의 크리스마스 캐럴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선 라는 이 곡에서 하모니움(harmonium)을 직접 연주했다.
과거 국내 국민학교 교실에서 사용되던 풍금과 같은 악기다.
낮은 음역에서 지속되는 소리가 곡의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종과 우드블록 같은 단순한 타악기가 더해진다.
보컬은 “It’s Christmas time”이라는 짧은 문장을 반복한다.
화성은 단순하지만 완전히 안정되지는 않는다.
음정 사이에는 계속해서 미묘한 긴장이 유지된다.
홈메이드 녹음 특유의 거친 질감도 이 곡의 특징이다.
다듬고 정리되지 않은 소리들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어수선한 분위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후 선 라 음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반복되는 구조, 최소한의 편성, 박자의 느슨한 느낌.
이 곡이
“우주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노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축제의 분위기라기보다는,
현실과는 고립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아직 지구의 문화에 어색한 이들의 축제와 같은 정서가 여기저기 배어있다.
B면에는 [ Happy New Year To You! ]이 실려있다.
제목만 보면 밝고 경쾌한 곡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 분위기는 A면과 마찬가지로 매우 미니멀하고 엉뚱하다.
거친 화음의 아카펠라가 곡 전체를 지탱하고,
저음의 멜로디가 그 위를 뒤뚱뒤뚱 뛰어다닌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보다,
한 해의 끝과 시작 사이에 놓인 외톨이들의 엉뚱한 파티 같다는 느낌이다.
이 두 곡은 선 라가 왜 ‘재즈 음악가’라는 범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인물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이미 1950년대 중반에 크리스마스와 새해라는 서구 음악의 가장 전형적인 테마를,
완전히 다른 자기만의 감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 싱글은 발매 당시 매우 극소량만 제작되었고
그 결과 이 오리지널 7인치 바이닐은 현재 음반 수집가들의 시장에서
중간 거래가 기준 1,000달러 이상,
한화로 수백만 원에까지 이르는 초희귀반이라 한다.
오랫동안 잊혔던 이 특이한 음원은
선 라의 지난 작업들이 재조명되는 과정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2011년 Norton Records,
그리고 2024년 12월 Strut Records를 통해 재발매되었다.
이 두 곡은 세련되거나 화려하지 않다.
음향적으로는 어구니 없을 정도로 조잡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선 라가 이후 수십 년간 확장을 거듭해 구축해 나간 세계관인
그만의 시간, 공간, 공동체에 대한 개념들은
이미 이 장난 같은 싱글 안에도 담겨 있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라는 인류에게 가장 익숙한 주제를,
가장 낯설고 엉뚱한 방식으로 기록한 그의 남다른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