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Rock Music Landmarks
대부분의 대중음악 팬들은
미국을 전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지로 인정하는 데 큰 이견이 없다.
현대 대중음악의 뿌리인 블루스가 미국 땅에서 태어났고,
재즈와 록앤롤 역시 미국에서 탄생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 역사적인 사실만으로도
미국이 전 세계 대중음악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충분히 짐작된다.
매년 2월이면 대중음악 팬들의 시선은 미국 그래미 시상식으로 모인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비견될 만큼,
이 행사는 그 해의 전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정리하는
상징적인 시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래미는
한 국가 안에서 발표되는 음악을 대상으로 한 로컬 시상식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팬들이 이 시상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 대중음악이 오랫동안 세계 음악 산업의 방향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재즈의 발상지이면서
대중음악의 시작인 록앤롤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빌 헤일리의 [ Rock Around the Clock ],
척 베리의 [ Johnny B. Goode ]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록앤롤의 출발을 상징하는 명소들이 여전히 미국 곳곳에 남아 있다.
그 현장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한 여행기라니.
이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기대감이 먼저 앞섰던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한다.
The Heart Of Rock And Roll - Huey Lewis & The News
[ 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 ]의 저자 조현진은
로이터 통신 기자를 역임했고
미국 빌보드지 한국 특파원과 AP통신 서울 특파원으로 활동한 언론인 출신 작가이다.
대통령비서실 국내언론비서관과 외신대변인을 거치며
국가 정책과 대외 홍보의 최전선에서 미디어 전략을 담당한 이력도 갖고 있다.
이러한 경력을 지닌 그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 온 사람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현장을 중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며 삶과 함께 해 왔다.
그런 이가, 이 책을 위해 2년 넘게 자료를 준비했고,
약 4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돌며
록앤롤의 주요 성지들을 직접 답사한다.
문헌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장소와 기록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저술된 이 책은
사실 확인을 중시하는 취재 태도,
미국 대중음악과 문화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
빌보드 특파원 경험에서 비롯된 음악과 문화에 대한
국제적 시각이 글 전반에 배어 있다.
특히, 델타 블루스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로버트 존슨의 묘지를
세 곳 모두 찾아 직접 확인한 사례는
이 책의 접근 방식이 얼마나 사실적이고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쓰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중 하나이다.
또한 록앤롤의 역사가 축적되어 온 과정을 따라가며
‘K-POP’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문화 자산이 되어야 하는지도 함께 짚어준다.
결국 이 책은
미디어 현장을 오래 경험한 한 기자가
록앤롤이 어떻게 기록되고 보존돼 왔는지를
현장 취재와 분석을 통해 차분히 정리한 보물 같은 결과물이다.
미국에는 그래미 시상식 외에도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행사가 하나 더 있다.
록앤롤 명예의 전당 헌액자 추대식이다.
이 행사는 1986년 1회 헌액식을 시작으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 가끔 뉴욕과 L.A. 에서 열리기도 한다 )
첫 해 헌액자로는 로버트 존슨과 엘비스 프레슬리가 선정됐다.
그래미상이 특정 연도의 활동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록앤롤 명예의 전당은 전혀 다른 그리고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후보로 오르기 위해서는
첫 음반 발표 후 최소 25년이 지나야 한다.
단기간의 인기나 판매 성적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음악적 영향과 역사적 의미가 핵심 평가 기준이다.
선정 과정 역시 다층적이다.
전 세계 1,0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음악 전문가 투표단이 중심이 되며,
일반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팬 투표 결과도 함께 합산된다.
결국 록앤롤 명예의 전당 헌액은
한 시기의 성과를 기리는 시상이 아니라,
한 아티스트의 활동 전체를
음악사적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절차에 가깝다.
과거 록앤롤 명예의 전당은
백인 남성 중심의 록 아티스트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헌액자 명단을 살펴보면
그 범위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힙합의 에미넴과 제이지, 컨트리의 돌리 파튼,
팝 음악을 대표하는 휘트니 휴스턴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는 인물들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록앤롤의 개념이 더 이상
1950~60년대에 유행한 특정 음악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에 머물지 않고
미국 대중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역사적 범주로 확장되고 있다.
명예의 전당 헌액 역시
사운드의 형식보다
미국 대중음악사에 끼친 영향과 축적된 유산을 기준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로큰롤과 함께 소파에 누워 미국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 분들.
미국 대중음악의 뿌리와 유래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예전 로큰롤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너무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음악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