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러나 아름다운 - 제프 다이어

But Beautiful - Geoff Dyer

by XandO

제이프 다이어의 재즈 소설 [ 그러나 아름다운 ( But Beautiful ) ]은

1991년 영국 "Jonathan Cape"에서 초판이 발생되었고

1996년 미국의 "North Point Press"에서 개정판이 발행되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미국 개정판을 저본으로 삼은 번역본들이 대중적이다.

2014년에 출판사 "그 책"에서 한유주 작가가 번역한 이후

2022년에 을유문화사에서 재즈 평론가 "황덕호"씨가 다시 번역한 개정판이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제프 다이어의 [ 그러나 아름다운(But Beautiful) ]은
철저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재즈 비평서이자 재즈 음악가의 전기이면서
동시에 재즈를 문장으로 연주한 즉흥 연주에 가까운 완벽한 소설이다.

평단에서는 흔히
“제프 다이어, 자체가 장르다”라는 말로 그의 글쓰기를 설명한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그만의 탁월한 방식,
곧 ‘상상적 비평(Imaginative Criticism)’을 일관되게 밀고 나간다.


재즈 뮤지션의 삶을 소재로 한 책인 [ 그러나 아름다운 ]에서,

제프 다이어는 남들처럼 뮤지션의 삶을

뻔한 사실의 나열로 서술하고 있지 않다.

재즈가 원곡의 멜로디를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듯,
그는 사진과 역사적 기록들 같은

실제로 존재하는 팩트에서 받은 나름의 인상을 토대 위에

자신만의 문학적 상상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그 결과 이 책의 문장은 사실의 설명보다

기억에 담긴 상상들의 감상적인 이미지에 가깝다.

실제 사실과 작가가 만들어 낸 허구의 경계가 뒤엉켜 서술된 이 책은

흔히 '팩션(Faction = Fact + Fiction )' 또는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의 정수로 불린다.

사실과 허구가 서로를 넘나들며 만들어져

또 다른 세상에 존재할 것 같은 팩션이,

독자들로 하여금 읽는 내내 또 다른 세계관 안에 머물게 한다.

그래서 제프 다이어의 문체는
재즈의 즉흥연주와 닮아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비평가들은 제프 다이어가 소설 속에서 꾸며낸 대화나 장면들이,

오히려 건조한 사실의 나열보다

해당 뮤지션의 본질(Spirit)에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고 평가한다.

제프 다이어 스스로도 작품의 후기에서

"이 책의 많은 부분은 꾸며낸 것이지만, 동시에 모두 사실이다"라고 언급한다.

그는 사실적인 정보의 정확성보다는

'정서적 진실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These Foolish Thing - Lester Young


[ 그러나 아름다운 ]에서 제프 다이어는
일곱 명의 재즈 뮤지션이 남긴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삶의 장면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극적인 서사들 사이를
듀크 엘링턴과 해리 카니의 건조한 일상 같은 연주 여행의 에피소드로 채워 넣었다.

듀크와 카니의 짧은 에피소드들은 일종의 로드 무비 형식이다.
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이동하는 듀크와 카니의 모습은
각 이야기들의 사이사이를 이어주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삶이 무너져 가는 뮤지션들의 이야기 사이에
실제로 45년간 동안, 삶과 음악을 동행한 두 인물이 주는

가장 안정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을 의도적으로 배치한 구성이다.
여기서 제프 다이어의 계산된 균형 감각이 드러난다.


각 장은 특정 뮤지션의 삶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레스터 영의 삶은

군 복무 그리고 인종차별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그의 내면을

기다림 가득한 연주라는 주제로 채워간다.

델로니어스 몽크는 침묵과 정지 속에서

자기만의 시간에 머무는 고립된 인물로 등장하며

버드 파월은 정신 질환과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피아노 앞에서만큼은 극단적인 몰입을 빠져드는 시대의 거장이었다.

벤 웹스터는 거친 외양 뒤에 숨어 지친 고독과

유럽에서 맞이한 쓸쓸한 말년을 안고 살다 갔으며

찰스 밍거스는 분노와 예술적 집착,

그 이면에 숨겨진 어린아이 같은 감정이 교차했던 인물이었다.
쳇 베이커의 삶은 무너지는 육체와 달리
점점 더 투명해지는 연주로 묘사되었으며
아트 페퍼는 감옥과 중독을 오가면서도
끝내 음악을 놓지 못하는 집요함을 보여준

재즈를 살아낸 증인이었다.



이처럼 각 장은 뮤지션 개인의 삶을 치밀하게 접근하여

그 내면에 담긴 정서적 공감대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사실화한다.
그래서 독자는 더 자연스럽게 감정 깊숙이 끌려 들어가게 된다.
그 순간마다 등장하는 듀크 엘링턴과 해리 카니의 여정은
독자를 다시 감정의 소용돌이 밖으로 끄집어낸다.

듀크는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동한다.
그와 카니의 연주 여행이 상징하는 것은,
재즈가 개인의 고통만으로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45년간 지속된 듀크의 카니와의 동행은
앞선 뮤지션들의 파편화된 삶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 부분에서 제프 다이어는 격해진 감정을 한 발자국 뒤로 물린다.
날카롭고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앞선 서사들이 지나친 감상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각 뮤지션들의 이야기가 주는 감정적 서사와

재즈라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주는

비평적 거리감이 동시에 유지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독자는
개별 뮤지션의 비극에 깊이 잠겼다가도
듀크의 차로 돌아와 여정을 이어가는 순간

다시 재즈의 흐름 전체를 바라보게 된다.
삶은 재즈 뮤지션의 일상 속에서 수없이 무너져 내렸지만
재즈는 그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책의 구조 안에서 묵묵히 반복된다.

그래서 [ 그러나 아름다운 ]은 재즈를 다룬 책이라기보다
재즈의 시간과 감각을 문장이라는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감상적인 긴 여행으로 읽힌다.


'Round Midnight - Thelonious Monk


세계적인 소설가이자 재즈 애호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2011년에 [ 그러나 아름다운 ]의 일본판을 직접 번역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라는 음악의 본질을 이토록 생생하게 파악한 문학은 드물다. 번역하면서 전율을 느꼈다."

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루키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도저히 번역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유명한 추천사를 남겼고

제프 다이어는 그의 추천사에 대한 화답인지

자신의 책이 일본에서 하루키에 의해 번역된 것을 두고

농담 섞인 어조로

"일본에서 하루키가 당신의 책을 번역했다면,

당신은 그 나라에서 신(God)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한다.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문학계와 음악계 양쪽에서 보기 드문 찬사를 받았다.

영국 문학계의 권위 있는 상인 '서머싯 몸 상(Somerset Maugham Award)'을 수상했으며,

' 존 르웰린 리스 기념상' 최종 후보에 올르기도 했다.

알랭 드 보통은

"동시대 작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며 다이어의 통찰력을 극찬했고

키스 자렛(재즈 피아니스트)은

"내가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유일한 재즈 책이다.

재즈에 관한(on) 책이 아니라 재즈 그 자체에 대한(about) 책이다"

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제프 다이어는 연주자의 생애를 건조하게 나열하는 대신,

위스키 냄새, 담배 연기, 악기의 금속성 소리, 연주자의 거친 숨소리 등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를 1950년대 재즈 클럽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는다.

학술적인 분석이 놓치기 쉬운 뮤지션들의 고독, 광기,

그리고 찰나의 희열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복원해 낸 최고의 재즈책이다.


'Round Midnight - Wes Montgomery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