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 김정범

최고의 플레이리스트

by XandO

한때, 음악 하는 지인들을 만나면 꼭 묻는 질문이 있었다.
“요즘은 어떤 음악 들으세요?”
예를 들어, 기타를 치는 분이라면 이렇게 묻기도 했다.
“요즘 자주 듣거나 새로 발견한 기타 연주자 있으세요?”

늘 새로운 음악과 연주자를 찾아 듣는 일은
내게 꽤나 중요한 취미생활 중 하나였다.


하지만 때로는 답이 뻔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너무 개인적인 취향일 때는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추천받은 음악이 한꺼번에 너무 많아지면
모두 찾아 들어보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내 취향과 내 속도에 맞게 찾아 듣는 방식이 가장 편하다는 것.

그 과정에서 새로 생긴 취미가 하나 있다.
음악 관련 책을 읽으며
책에 등장하는 음악을 직접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듣는 일이다.
이 과정이 의외로 재미있다.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되었을 때의 만족감도 꽤 크다.



이 책의 저자 김정범 교수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시절,

제1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그의 저서 <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는

오랜 시간 음악과 함께 살아온 한 음악가의 개인적인 기록이자,

독자에게 건네는 차분한 음악 감상 가이드북이다.


김정범 교수는 2003년 팝 재즈 밴드 ‘푸딩’의 리더로 활동하며

국내 연주 음악계에 비교적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1집 < If I Could Meet Again >은 지금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언급되는 음반이다.


If I Could Meet Again - 푸디토리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 음대에서 학사 과정을,

뉴욕대학교(NYU)에서 재즈 스터디 석사 과정을 마치며 음악적 토대를 다진다.
‘푸디토리움’은 ‘푸딩’과 ‘오디토리움’을 결합한 이름으로, 그의 1인 솔로 프로젝트다.
이 이름 아래에서 그는 재즈, 브라질 음악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과 함께 만들어 왔다.


이 책은 그가 < 부산일보 >에 연재했던 칼럼 가운데 100편을 선별해 엮은 음악 에세이다.
단순히 음반/음악 소개에 머물지 않고
음악이 특정한 삶의 순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차분하게 되짚는다.

1부 ‘음악이 나에게’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 세운상가에서 해적판 음반을 뒤지던 경험 등

그가 음악과 긴 동행을 시작하기 위한 배경이 된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2부 ‘내가 음악에게’에서는

본인의 앨범을 제작하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보람,

연주자로 살아오며 쌓인 경험과 기록들을 차분하게 담았다.
3부 ‘음악으로 당신에게’에서는

재즈와 클래식, 힙합, 영화음악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음악과 함께,

현재 주목할 만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Mr. Moustafa - Alexandre Desplat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음악가들이 언급된다.

7080 세대들이 광분하던 헤비메탈에서부터 생소한 영화음악, 클래식에 월드뮤직까지,

언급되는 음악들이 너무도 다양하지만 비교적 난해하지 않다.

누구나 충분히 공감대를 느낄만한 편안한 음악들인데 신선하다.

언급된 모든 음악을 모두 플레이리스트로 담아두고 싶을 만큼

두고두고 다시 듣고 싶은 음악이고 이야기들이다.


글의 어투는 친한 친구에게 음악을 권하듯 담담하지만 다정하다.
각 글에는 앨범 커버 이미지와 수록곡에 대한 설명이 함께 실려 있어,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음악으로 이어진다.

현재 그는 성신여자대학교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SBS 파워 FM ‘애프터클럽’의 DJ로도 활동하고 있다.


너무 난해하고 생소한 음악은 부담스럽지만

뻔한 음악이 아닌 음악에 굶주리신 분들.

한밤에 DJ가 추천하는 분위기에서 새로운 음악과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시간, 내가 원하는 공간에서 찾아 듣고 싶으신 분들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P.S. 플레이리스트인 애플뮤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음악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