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십의 힘(Power of Partnership)
코로나로 국제 행사가 어렵기 전, '한화 태양의 숲 캠페인'이 2018 UN 고위급 정치포럼 HLPF(High-level Political Forum)에서 모범 사례로 선정되었다. 반기문 총장님과 BTS의 온기가 남아있던 당시 뉴욕의 UN 본부로 향하는 길에서 나는 잠시 상념에 젖어들었다.
UN본부와 회의장에서 발표하는 모습
"한화그룹과의 오랜 협력과 성과를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한 생각은, 이토록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었던 본질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고찰로 꼬리를 물었다. 한화와 트리플래닛은 환경 문제가 ESG1라는 핵심적인 단어로 수많은 나라와 조직의 새로운 기준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시절부터 협력해왔으니 말이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파트너십 구조의 시작
시작은 모바일 게임이었다. 핸드폰 속에서 나무를 심으면 실제 땅에 나무가 심기는 게임으로, 게임 참여자에게 환경보호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이 주어지는 신선한 시도였다. 게임 속 캐릭터에는 한화를 비롯한 파트너사의 브랜드 로고가 노출되었으므로 기업은 긍정적인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고, 홍보비용은 UNCCD(유엔사막화방지협약기구) 등의 환경단체에 전달되어 몽골과 중국 등지에 나무가 심겼다. 참여자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파트너십 구조를 이뤄낸 것이다.
트리플래닛 모바일 게임 ©트리플래닛
나무의 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상호 호혜 속의 확신은 파트너에 대한 투철한 지식과 사랑 그리고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어디까지 파트너사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가, 파트너사 비즈니스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가, 파트너사를 고유의 개체로 인식하되 동시에 전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강점 구조를 찾을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달려 있다.
이를 통해 우리와 파트너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 혹은 무엇을 하고 하지 않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무한한 성장은 유한한 세계에 적합하지 않다
다만 환경문제는 우리의 노력에 비해 문제의 크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 자연과 인간은 심히 적대적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형태는 갈수록 심화되어 마침내는 파괴하기에 이르렀고, 자연에 대한 정복욕은 인간을 눈멀게 했다. 자연자원도 언젠가는 바닥나버릴 수 있다는 것, 자연 역시 인간의 강탈욕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리라는 사실에 대해서 우리는 잊고 산다. 역시 무한한 성장은 유한한 세계에 적합하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로마클럽2에서 나온 두 편의 보고서는 세계 전반에 걸친 기술적, 경제적 발전 및 인구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펼친다. 메사로비치와 페스텔은 "세계적 차원에서 세워진 하나의 계획에 따라 과감하게 수행되는 경제적, 기술적 변혁"만이 "지구 전체의 파국"을 막을 수 있으며, 이런 파국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환경오염과 폭발적인 인구증가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경제적 변혁에 선행하는 조건으로, "자연에 대한 새로운 입장과 윤리에의 근본적인 변화가 들어서야만 인간의 근본 가치와 그가 취하는 입장도 바뀐다"라는 점을 제시한다. 즉, 새로운 사회는 그 발전과정에 새로운 인간의 발전을 반드시 병행해야만 가능하다는, 좀 더 학술적인 표현을 쓰자면 오늘날 인간의 지배적 성격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삶이 윤리적, 종교적 계명을
지키는 것을 의미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리고 최근 국제 회계 컨설팅 기업 KPMG 연구진이 로마클럽의 분석에 최신 데이터를 반영해 검증한 결과, 당시의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따라서 근본적인 인간 변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윤리적, 종교적 요구도, 사회 문제 요인에 근거한 심리적 요구에 그치는 것도 아닌 인류의 생존을 위한 적나라한 전제인 것이다. 올바른 삶이 윤리적, 종교적 계명을 지키는 것을 의미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의 육체적 생존이 정신의 근본적 변화에 매달리게 되었다.
Net–Zero와 RE100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몇몇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트리플래닛은 Net Zero를 선언하고, 동부지방산림청과 산림탄소상쇄 공동산림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거래형 탄소상쇄 사업을 본격화하였다. 트리플래닛의 오랜 파트너인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솔루션이 ‘2050탄소중립선언’을 통해 재생 에너지 사업에서 확보한 기후변화 대응 기술(Climate Tech)'을 활용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의 큐셀 부문은 21년 2월 국내 재생 에너지 기업 중 처음으로 RE100 참여를 선언했고,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력을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한국형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모든 사업 부문이 단계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트리플래닛이 판매하는 반려나무는 한화의 태양광 에너지로 운영되는 탄소중립 묘목장에서 생산된다. 태양광 발전설비로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자동관수 시스템과 스마트 양묘시설을 운영하여 키워낸 묘목을 강원도 등지의 탄소중립 숲 조성지역에 심는다. 이렇게 묘목 재배 과정에서부터 탄소배출을 줄여서 키워낸 나무들이 반려나무로 시민들에게 판매되고, 기업과 시민의 참여를 통해 탄소를 흡수하는 숲에 심겨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반려나무(황금사철) ©트리플래닛
이것이 120만 명의 시민, 14개 국가의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과 전 세계 14개국에 300여 개의 숲을 조성할 수 있었던 일련의 과정이자 단적인 예시다. 기업의 우수한 솔루션과 정부 기관의 부지 제공 및 지속적인 관리, 수많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 양묘장에서 기를 나무로 식재한 한화 태양의 숲 8호
사업, 혁신적이며 지속가능한 해결 방법
태양광 양묘장의 개념을 처음 적용하여 한화와 트리플래닛이 함께 조성한 중국 닝샤 사막화방지 숲
사회혁신은 크게 <시장 - 사업 –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시장은 "포용적이며 포괄적인 시민을 대상으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증가하는 분야"로서 최근 ESG로 대표되는 시장의 흐름이며, 사업은 "혁신적이며 지속가능한 해결 방법", 파트너십은 "문제 정의와 해결에 있어서 명확한 철학과 강력한 실행력을 갖춘 파트너"를 의미한다.
그리고 트리플래닛은 지난 10여 년 간의 경험을 통해, 지각 있는 시민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배워왔고 파트너사의 강력한 실행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알았다. 마침 시장이 ESG라는 흐름을 타주었으니, 순항만 하면 될 일이다. "혁신적이며 지속가능한 해결 방법"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김형수는 전 세계 14개 국가, 300여개 숲에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사회혁신형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을 2010년 창업하여 운영하고 있다. 창업 이전에는 다양한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으며, 의식의 변화를 넘어서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환경문제 해결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사회적경제분야 대통령표창을 수상, 산림청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자문위원 등을 통해 환경에 대한 전문성을, Forbes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 및 UN 고위급회담 발표 등에 참여하며 국제감각을 쌓아 왔다면, 앞으로 10년은 환경과 경영을 통섭한 ESG의 전문가로서 현대사회에 필요한 변화에 대해 좋은 질문들을 던지고자 한다.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MBA) 석사 과정 중
한동대학교 졸업
[1]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2] The Club of Roma: 1968년 4월 이탈리아 실업가 A.체페이의 발의로 서유럽의 정계, 재계, 학계의 지도급 인사들이 모여 결성한 국제적 미래문제 전문기관, MIT 메듀스 교수팀이 1972년 연구발표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인구와 경제의 발전이 지구적 제약에 가로막혀서 21세기에는 인류를 위기에 빠뜨린다는 경고를 함으로써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1974년 메사로비치, 페스텔 팀은 ‘전환기의 인류’라는 보고서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을 연구했다.
[3] Net-Zero: 탄소 중립(배출량을 줄이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을 통해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 가스의 양을 0으로 만들자는 목표)
[4] RE100: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