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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여백 3집 01화

아수라, 그야말로 아수라장

<아수라>

by 그린
기본 정보

장르 범죄, 액션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32분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시놉시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악에 계속 노출되는 사이,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 그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그 사이 태풍의 눈처럼 되어 버린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고,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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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소개(*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형사 한도경은 아내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안남시 시장 박성배의 더러운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눈치챈 검찰 수사관 김차인은 도경을 압박하며 이중첩자로 이용하려 하고, 한편 박 시장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도경을 점점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다. 도경은 박성배의 충직한 개로 살아오다, 점차 그의 진짜 본성과 정치적 야망에 염증을 느끼고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나 이미 박성배와, 검찰, 그 어디에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이 시작된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그곳에서 도경은 박성배와 김차인을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 대신 들여보낸, 호형호제 사이였던 선모가 도경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결국 도경은 문선모, 박성배, 그리고 김차인을 모두 죽이고, 스스로도 죽음을 맞이한다. 이 도시에 구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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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포인트

불쾌한데 매혹적이다

부패한 권력에 몸을 담그고, 죄의식과 본능 사이에서 비틀리는 형사 한도경. 그가 보여주는 얼굴은 불쾌하지만, 매혹적이다. 그는 그저 더럽고 피곤한 세계에서 꾸역꾸역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인간이다. 왜일까. 그 처절한 밑바닥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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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정치인의 실체를 고발하다

박성배는 한국형 괴물 정치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폭력을 사유화하고, 언론을 조작하며, 사람의 생사를 쥐락펴락한다. 그는 얄밉고, 유쾌하고, 섬뜩하고, 두렵다. 폭주하는 그의 모습은 이 사회 어딘가에 괴물이 있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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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없는 도시, <아수라>

복수도, 해방도 아니다. 영화의 결말은 침묵이 깊고, 절망이 짙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지만, 도시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돌아간다. 무덤덤하다. 그래서 더 끔찍하다. 우리는 끝끝내 이 도시에 구원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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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포인트

과거와 미래가 충돌하다

선모는 도경의 가장 가까운 동료였다. 하지만 그는 도경에게 총구를 겨눈다. 이 장면은 체제가 스스로를 정화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선모는 도경의 과거, 도경은 선모의 미래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체제는 그 둘마저 맞부딪치게 만든다. 더럽고 썩은 시스템은 서로를 죽이게 만든다. 선모에 목에 박힌 총알, 울려퍼진 총성은 연대의 붕괴를 고발하는 파열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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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없는 도시, 아수라

승자도 패자도 없다. 도경은 문선모, 박성배, 김차인을 모두 죽이지만, 그것은 정의도 복수도 아닌 절망이다. 그런 그의 죽음은 영웅 서사의 완성도 아니고, 악인의 파멸도 아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세계에서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절규다. 살아남는 건 제도, 권력이며, 인간은 결국 스스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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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배 시장님

박성배는 범죄자다. 그러나 대중 앞에서 그는 시장님이다. 그가 선보이는 쇼맨십은 정치인의 역할극이자 폭력을 정당화하는 퍼포먼스다. 대중은 그 연극에 웃고 박수친다. 영화는 폭력과 기만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뒤엎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정치란 연기일 때가 더 많다는 것, 그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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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도시의 밤

거리엔 빛이 없고, 모든 장면은 젖어 있다. 비는 썩은 것을 드러나게 한다. 불법과 폭력, 체념과 혐오가 이 도시의 공기 속에 스며 있다. 이 공간은 분명 현실이지만, 지옥에 가깝다. 도경은 어두운 도시에서 달리고, 싸우고, 무너진다. 비는 그를 씻겨주지 않는다. 오히려 죄의 내음새를 더 또렷하게 한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이곳은 씻겨나지 않는 도시, 구원이 없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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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아수라장

<바빌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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