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trict 9 (2009)
2009년에 발표된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출신의 천재 감독 "닐 블롬캠프"가 30살 되던해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감독의 지원하에 연출한 걸작 입니다. 이 영화는 SF 영화가 지향해야할 또하나의 방향을 제시했고, SF 영화가 어떻게 연출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영화입니다. 겨우 30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젊음"이니까 이렇게 신선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래전에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보고 경악을 했고, 세월이 흘러서 또다시 봐도 그 놀라움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SF의 "마스터피스" 입니다.
이 영화는 이듬해인 2010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편집상, 각색상, 특수효과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작품상은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의 전쟁영화인 "허트 로커"에 돌아갔지만, 저라면 단연코 "디스트릭트 9"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특수효과상도 수상을 하지 못한 이유는 경쟁작품이 "제임스 캐머런"감독의 "아바타"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 남우주연상은 "제프 브리지스"였는데, 왜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과 같은 고향 출신인 "샬토 코플리"가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영화는 비록 아카데미에서는 외면 받았습니다만, 적어도 SF 매니아들은 이 영화를 제대로 평가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걸작으로 칭송되고 있으며, 왜 2탄이 나오지 않고 있는지 제작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미 완전한 결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28년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의 상공에 거대한 외계인 우주선이 도착을 하여 그 안에서 수도 없이 많은 외계인이 나왔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 외계인을 위한 특수 구역인 "디스트릭트 9"에 거주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외계인은 팔,다리가 있기는 하지만 곤충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고, 음식 취향도 지구의 "고양이"와 매우 흡사하여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고양이 통조림"입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개체수가 급증하여 거의 200만명에 육박하게 되었고, 인구수가 늘면서 각종 폭력과 불법이 판치는 할렘가로 변모하면서 정부는 이들을 새로운 곳, 즉 "디스트릭트 10"으로 이주시킬 계획을 하게 됩니다. 이들 외계인은 지금까지 MNU(Multi National Unit)라는 기관에서 관리를 하고 있었고, 외계인 이주도 담당하게 됩니다. 이 MNU는 외계인 관리 외에도 무기를 생산하는 방산업체이기도 한데,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서 가지고 온 온갖 무기들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 무기는 오직 외계인의 "손"만 인식하여 작동하기 때문에 이를 해제하기 위하여 몰래 외계인에 대한 생체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MNU의 회장은 자신의 사위인 "비커스 메르베(샬토 코플리)"에게 외계인 이주의 중책을 맡깁니다. 그리고 "비커스"는 직원들을 데리고 "디스트릭트 9"을 방문하여 외계인 한 명 한 명에게 이주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받으러 다닙니다. 외계인은 매우 공격적이고, 나이지리아 출신의 갱단도 같은 곳에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진압할 용병부대와 동행합니다. 용병부대의 대장은 "쿠버스 벤터"라는 살인에 거리낌 없는 인간 입니다. "비커스"가 한 집 한 집 방문하다가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을 쓰는 외계인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그 집에서 이상한 장치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크리스토퍼"는 과학자였습니다. "비커스"는 집안을 여기저기 뒤지는데, 이상한 검은 액체가 담긴 실린더를 만지작거리다 액체가 얼굴로 분사되는 화를 당합니다. 그리고 팔을 가격당하여 병원으로 후송되는데, 한 참 후에 붕대를 풀자 가격당한 팔이 외계인의 팔로 변해있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검은색 액체에 의하여 "감염"된 것입니다. MNU는 이 팔로 "외계인의 무기"를 작동시키는 테스트를 하게 되고, 무기는 정상적으로 발사됩니다.
이제 MNU는 "비커스"를 생체실험하여 DNA를 추출하기 위해 장기적출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비커스"는 탈출을 하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크리스토퍼"에게 다시 찾아갑니다. "크리스토퍼"는 그 액체가 현재 자신의 집의 지하에 묻혀 있는 사령선의 연료라고 하고, 그 액체가 있어야 사령선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 "모선"과 도킹하여 "의약장치"를 가지고 와야 "비커스"의 팔을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액체는 현재 MNU에 있습니다. 결국 "비커스"는 나이지리아 갱단에게 찾아가 무기를 구매하기로 합니다만, 갱단의 두목은 자신도 외계인의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비커스"의 팔을 잘라서 먹으면 자신도 그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비커스"를 생포하지만, 하필 그 옆에 있던 외계인의 무기를 "비커스"가 가동하게 되면서 궁지에 몰리고, "비커스"는 무기를 들고 "크리스토퍼"와 MNU에 잠입합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동료의 생체실험체를 본 "크리스토퍼"는 경악을 하게되고,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 군대를 이끌고 지구를 공격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둘은 외계 무기를 활용하여 검은색 액체를 탈취하고 사령선을 작동시킵니다. 그러나 공중으로 올라간 사령선은 용병이 쏜 바주카포에 추락하고, 땅에 떨어지자마자 용병들의 공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때 나이지리아 갱단이 "비커스"를 확보하려고 용병들과 전투가 벌어지고 그 와중에 "비커스"는 다시 두목에게 끌려갑니다. 팔이 잘려질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외계인에게서 갱단이 확보한 거대한 로봇이 작동을 하게 되고, 이 로봇에 의하여 갱단이 일망타진 됩니다. 그러나 아직 용병이 남아 있습니다. "비커스"는 이 로봇 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조종하여 용병에 대적하고, 가까스로 "크리스토퍼"를 추락한 사령실에 태웁니다. 사령실은 "모선"에 의하여 공중으로 끌려 올라가고, 지상의 "비커스"는 용병을 모두 해치웁니다. "크리스토퍼"는 3년후에 반드시 자기는 돌아올 것이며 그 때 "비커스"의 팔을 원위치 시켜주겠다고 하고 떠납니다. 시간이 한 참 지난후에 "비커스"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즈음, 그의 아내인 "타냐"에게 쓰레기로 만든 "꽃 한송이"가 배달됩니다. 그리고 "디스트릭트 9" 근처의 쓰레기장에서 완전히 외계인으로 변해버린 "비커스"가 꽃을 접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곳 "요하네스버그" 입니다. 그리고 "디스트릭트 9"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의 일부인 "디스트릭트 6"를 풍자한 것입니다. 즉, 외계인은 백인과 분리되어 살고 있는 가난한 흑인을 의미하고 있으며, 그 흑인 집단이 얼마나 처참한 삶은 살고 있고, 그들에게도 희망이 있는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계인을 혐오스러운 곤충으로 묘사한 것은 백인들이 흑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표현한 것입니다. 즉, 이 영화는 매우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SF 영화인 것입니다. 그 어느 감독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디어이고, 오직 현지에서 인종차별을 직접 경험한 감독과 배우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가 "디스트릭트 9" 입니다. 정말 다시봐도 SF 걸작중의 걸작입니다.
곤충모양의 외계인을 마치 실제처럼 표현한 놀라운 특수효과의 제작은 이 영화의 제작이 "피터 잭슨"이라는 것에서 그 출처를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반지의 제왕"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뉴질랜드의 "웨타 디지털(Weta Digital)" 입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이 작품 이후에 "맷 데이먼" 주연의 "엘리지움"과 "채피"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연출했으나, 아직까지도 "디스트릭트 9"에 버금가는 작품은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팬들은 아직도 "디스트릭트 9"의 후속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