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gen (2024)
우선 이 영화는 작년(2024)에 발표된 독일 영화 입니다. 그래서 언어가 독일어 입니다. 포스터 한가운데 위치한 애꾸눈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하겐"이라는 장수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의 3명은 왼쪽부터 "크림힐트, 지크프리드, 브룬힐트" 입니다. 이 영화는 북유럽의 기사문학의 대표작인 "니벨룽겐의 노래"의 절반을 영화로 옮긴것 입니다. 비슷한 기사문학으로는 로버트 제메키즈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베오울프", 존 부어만 감독의 "아서왕의 죽음 (엑스칼리버)", 그리고 국내에 출간된지 좀 된 "롤랑의 노래"가 있습니다. 사실 "니벨룽겐의 노래"는 독일판 "아서왕의 죽음"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니벨룽겐의 노래"는 앞부분이 "지크프리드의 죽음"이고, 뒷부분이 "크림힐트의 복수" 입니다. "하겐"은 이 중 앞부분 "지크프리드의 죽음" 부분만을 영화화 한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뭐야, 주인공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고 영화가 끝난다고?"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크림힐트의 복수"도 이미 흑백 한 번, 컬러 한 번 이렇게 두 번이나 영화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니벨룽겐의 노래" 전체도 이미 영화화가 된 적이 있습니다. 신화적인 내용이고, 용이 등장하고, 왠만하면 죽지않는 반신반인이 나오는 영화이니 만큼 영화소재로 꽤 좋습니다.
"니벨룽겐의 노래(Das Nibelungenlied)"의 기본 개요는 용과 싸우고 그 피를 뒤집어 써 초강력 인간이 된 "지크프리드"가 "군터"라는 왕이 다스리고, "하겐"이라는 장수가 그 밑에 있는 "부르군트"에 들어가서 온갖 영웅행위를 하다가 "하겐"의 눈밖에 나서 살해당하고, "지크프리드"의 아내이자 "군터"의 여동생인 "크림힐트"가 그 복수를 하는 내용 입니다. 꽤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신화치고는 허술한 부분도 꽤 많고, 누락된 부분도 많아서 옮긴 작가에 따라 줄거리가 다소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니벨룽겐의 노래"는 바그너의 오페라 4부작 "니벨룽의 반지"의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배역도 대부분 그대로 옮겨졌는데, 다만 2부의 주인공인 "크림힐트"는 오페라에서는 "구트루네"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존재감이 크지 않습니다만 영화에서는 주인공 입니다. 모티브를 제공했다고 한 이유는 원작과 오페라의 줄거리가 꽤 다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상영시간이 약 2시간 15분 정도 됩니다만, 꽤 지루합니다. 전체적으로 톤이 매우 칙칙하고, 액션장면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연출도 평이합니다. 게다가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꽤 있을 것입니다. 즉, 별로 친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꽤 좋습니다. 특히 "하겐"을 연기하는 Gijs Naber 라는 네덜란드 배우가 내공이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지크프리드'의 연기도 볼만합니다. 배우들은 열연을 펼치는데 감독의 연출력이 조금 아쉽습니다.
장소는 "부르군트"이고 수도는 "보름스"입니다. 이 곳의 왕이 전투에 나갔다가 화살을 맞고 즉사하는 바람에 좀 모자란 맞아들 "군터"가 왕위를 계승하였고, 남동생 2명과 "크림힐트"라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부르군트"는 "덴마크"에서 수시로 노리고 있어 풍전등화의 상태인데, 이곳에 "크산텐"이라는 나라의 왕인 "지크프리드"가 찾아와서 경거망동을 합니다. "지크프리드"는 아버지 "지그문트"가 죽고 "크산텐"의 왕이 되었는데, "왕" 노릇은 안하고 부하들 데리고 여기저기 도장깨기를 하러 다닙니다. 그런데 "부르군트"에 와보니 도장깨기 할 분위기 아니라 풍전등화 상태입니다. 결국 "군터"를 도와 "하겐"과 힘을 합쳐 "덴마크"를 무찌르고 "부르군트"의 영웅으로 귀환합니다. 백성은 이 영웅을 "군터"보다 더 높게 환호합니다. 그리고 "지크프리드"는 "크림힐트"에게 반하여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크림힐트"는 "하겐"의 평생의 짝사랑 입니다. "지크프리드"가 미워집니다. 이제 그는 계략을 하나 짜냅니다.
"크림힐트"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아이젠란트"라는 북쪽지방의 여왕 "브룬힐트"와 결혼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겐"이 "브룬힐트"가 "지크프리드"의 한 때의 연인이었고, 왠만한 남자들은 명함도 못내미는 장수, 즉 "발퀴리"의 대표이기 때문에 "군터"는 택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자기가 연모하는 "크림힐트"와의 결혼도 어렵게 될 것이라는 계략입니다. 그런데 개념없는 "군터"가 이 제안을 덥썩 물어버립니다. 그리고 온갖 고생을 하고 결국 "아이젠란트"에 갑니다. 그곳에는 "브룬힐트"와 결혼하려던 남자들의 해골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와 결혼하려면 그녀와 싸워 쓰러뜨려야 하고 실패하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혼인이 가능할까요? "지크프리드"의 부하인 "니벨룽겐" 족의 난장이 "알베리히"가 수를 씁니다. "군터"의 몸에 "지크프리드"와 "하겐"의 힘을 불어넣는 술수를 부립니다. 그리고 "군터"는 말이 안되게도 "브룬힐트"를 이깁니다.
"부르군트"에 돌아와보니 나라가 절반은 쑥밭이 되었습니다. 북쪽의 "훈족"이 세를 모아 쳐들어 온 것입니다. 이 "훈족"의 리더는 "에첼" 입니다. "에첼"은 이태리어로는 "아틸라"로 불립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틸라"가 바로 이 "훈족"의 "에첼" 이야기 입니다. 이제 "군터"와 "브룬힐트", "지크프리드"와 "크림힐트"의 결혼식이 열리고, 결혼식이 끝나고 "브룬힐트"는 "발퀴리"들을 모으고 "지크프리드", "하겐"을 데리고 "훈족"을 소탕하러 나갑니다. 그리고 "훈족"을 변방으로 몰아냅니다. 이제 더이상의 전쟁 위험은 없습니다. 이제 나라의 내실을 다질 때 입니다. 그런데 "지크프리드"가 자꾸 "군터"의 눈에 가시처럼 굽니다. 부하도 아니고, 동생의 남편이며, 아내의 연인이었습니다. "지크프리드'는 수시로 "브룬힐트"와 연애를 즐기고, "크림힐트"를 불쌍히 여긴 "하겐"은 그를 제거하기로 결심합니다. "지크프리드"는 약점이 하나 있는데, 용의 피로 목욕을 할 때 낙엽 한 장이 등판에 붙어 그 부분이 "불사"의 영역에서 벗어난 약점이 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하겐"은 사냥을 핑계로 그를 불러내어 싸움을 걸고 "하겐"이 "지크프리드"에게 칼로 찔리기 직전에 뒤에서 나타난 "군터"가 "지크프리드"의 약점을 창으로 찌릅니다. 그리고 망나니 영웅은 세상을 뜹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된 "크림힐트"는 난리가 났습니다. "하겐"은 오빠와 나라의 안녕을 위하여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크림힐트"는 복수의 칼날을 벼릅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납니다. 좋은 소재인데 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