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belmans (2022)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자전적인 작품입니다. 스필버그의 경력으로 볼 때 한 편 정도는 나올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포스터를 보면 극장에서 어린 남자애가 부모 사이에 앉아서 어떤 장면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 장면이 사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입니다. 화면에서는 현재 멈춰선 기차와 그 앞의 승용차를 또다른 기차가 달려오면서 충돌하는 장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방으로 차량이 쏟아지고 거기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흩어지는 그런 장면. 이런 장면이 나올거라고는 부모도 예측을 못했습니다만, 어린 아들은 이 절체절명의 "스펙터클"에 완전히 빠지게 됩니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천재형 엔지니어(무려 IBM 엔지니어), 엄마는 완전한 예술가(베토벤도 가뿐히 치는 피아니스트). 아들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되는 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여동생만 3명.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샘 파벨만"이 자신에게 처한 모든 문제를 오직 "영화"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슬픔에 빠진 엄마를 위로하기 위하여 영화를 찍고, 학교에서 유대인이라고 차별당하고, 나쁜 패거리에게 두들겨 맞고 궁지에 몰릴 때도 역시 영화로 해결합니다. 영화감독은 실로 스필버그의 필연적인 길이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아버지는 자식이 자신처럼 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랬고, 영화촬영은 그냥 취미선에 끝내기를 바랬으나 예술가인 엄마는 전폭지지합니다. 사실상 집안의 수익은 아버지에게서 대부분 발생하는데, 어머니는 아들이 수익이 일정치 않은 영화 예술가의 길을 가는 것을 지지해줍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료와 바람이 나서 이혼의 지경에 이르러도 어머니를 이해해 주는건 건 세 딸이 아니라 결국 아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필버그의 인생에 영향을 준것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스필버그의 영화치고는 비교적 담담하게 흘러가고 큰 갈등이나 액션도 없습니다.(아내가 동료와 바람이 나도 그걸 담담히 참아내는 남편입니다.) 뒤에서 "존 윌리엄즈"의 음악이 잔잔히 받쳐주는 전형적인 "가족영화"이고, 이런 경우 대체로 입가에 미소가 담기는 이야기가 엔딩이 됩니다. 이 영화도 주인공이 대학을 중퇴하고 영화산업에 뛰어들어 CBS에 방문했다가 위대한 "존 포드" 감독을 만나서 그의 인생을 흔들어 줄 명언을 듣고 나와서 즐거워하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이 때 이 "존 포드"감독을 연기한 배우는 다름 아닌 "데이빗 린치"감독 입니다.
"존 포드" 감독은 방안으로 들어온 "샘 파벨만"에게 두 개의 영화 스틸을 보여주면서 질문을 합니다. 무엇이 보이느냐고. "샘"은 장면의 설명을 위주로 말하지만, "존 포드"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지평선"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습니다. 첫번째 스틸에서는 지평선이 아래있었고, 두번째 스틸에서는 위에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자. 이것을 기억해"
"지평선이 바닥에 있을때 그것은 흥미로워"
"지평선이 맨 위에 있으면 그것도 재밌지"
"지평선이 중앙에 있을때 지랄맞게 지루해져"
"행운을 빈다. 그리고 내 사무실에서 꺼져버려"
이렇게 멋지고 깊은 통찰력의 충고를 듣는 다면, 이보다 더한 인생의 행운은 없을 것입니다. 스필버그는 진정 행운아 입니다. 영화는 이듬해 오스카에서 주요부문 전부에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고, 대신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