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ners (2025)
"전설에 따르면 어떤 이들은 너무나 진실된 음악을 만드는 재능을 갖고 태어나 삶과 죽음 사이의 장막을 꿰뚫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과거와 미래로부터 영혼들을 불러내면서 말이죠. 고대 아일랜드에서는 그들을 필리라 불렀습니다. 촉토족의 땅에서는 그들을 불지기라 부릅니다. 그리고 서아프리카에서는 그들을 그리오라 부릅니다. 이 재능은 공동체에 치유를 가져다줄수 있지만, 또한 악을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리송한 멘트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도대체 주인공이 뭘 하려고 하는거지?" 하면서 1시간쯤 지나면 평범한 파티 영화가 갑자기 뱀파이어 영화로 돌변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떠올리며 "이거 공포영화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럴까요? 만약 이 영화를 단순한 뱀파이어 공포영화라고 봤다면 그건 영화를 껍질만 본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절대로 공포영화도 아니고, 뱀파이어 영화도 아닙니다.
데이빗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공포영화의 가죽을 걸친 사회비판 영화였듯이, 이 영화도 공포영화를 가죽으로 걸친 일종의 비판 영화 입니다. 그것도 바로 미국의 역사와 문화, 특히 흑인의 역사와 블루스를 다루는 역사문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무슨 공포영화가 이렇게 많은 음악이 등장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흑인들도 시종일관 노래를 부르고, 뱀파이어들도 계속 노래를 부릅니다. 이것은 공포영화 공식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계속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노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블루스 장르.
이 영화에는 세 종류의 인종이 나옵니다. 하나는 뱀파이어인 백인이고, 그 뱀파이어를 쫒는 인디언, 그리고 그 뱀파이어에게 희생당하는 흑인이 등장합니다. 왜 뱀파이어를 백인으로 설정하였을까요? 그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 인디언이었고, 이 대륙에 침입하여 인디언들을 수탈한 인종이 백인이기 때문입니다. 그 수탈의 과정을 "피를 빠는 뱀파이어"로 묘사한 것입니다. 즉, 이 영화는 미국의 시작점에서 부터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KKK가 등장합니다. 즉, 백인은 뱀파이어 아니면 KKK 입니다. 모두 수탈의 장본인들 입니다. 이들이 모두 뱀파이어가 되어 영화 후반에 흑인들을 수탈합니다.
시작은 흑인인 쌍둥이 주인공(마이클 조던 혼자서 1인 2역 합니다)가 백인에게서 창고를 삽니다. 그리고 이 창고를 개조하여 "주크 조인트"라는 이름의 흑인 전용 클럽을 열고 춤도 추게 합니다. 이 장면은 흑인이 백인의 자리를 조금씩 파고들어 흑인만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공간은 구했습니다. 클럽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음악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피아니스트, 가수, 기타리스트(사촌 동생)을 섭외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파티가 열립니다. 이 파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블루스" 입니다. 피아노가 연주되고, 기타가 연주될 때 갑자기 그 자리에 현대의 연주자들이 나타납니다. 힙합 아티스트도 나타납니다. 이 영화의 가장 압도적인 장면입니다. "블루스"가 미국의 탄생부터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흑인음악의 뿌리라는 것을 표현한 장면입니다.
이 클럽은 진정으로 흑인에게는 신성한 영역입니다. 그래서 뱀파이어들이 들어오려면 내부에서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허락해줄 리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네끼리 나가서 따로 노래를 부릅니다. "컨트리 음악" 입니다. 지속적으로 파티장으로의 침입을 노리던 뱀파이어는 파티장 내부에서 음식을 만들던, 남편을 뱀파이어에게 희생당한 이민자 중국인에 의하여 결국 초대되고, 들어오자마자 클럽을 쑥대밭을 만듭니다. 이제 백인, 흑인 할 것 없이 주인공 2명만을 남기고 모두 뱀파이어가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도망치던 기타리스트가 기타로 원조 뱀파이어의 머리를 내리치고 그 순간 뱀파이어가 큰 상처를 입습니다. "블루스"가 모든 것을 압도한 것입니다. 이어서 태양이 떠오르면서 모든 뱀파이어가 타버립니다. 흑인 2명과 "블루스"만 남았습니다. 주인공은 그 길로 KKK를 처단하러가고, 기타리스트는 목사인 아버지를 뒤로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의 길로 갑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마지막 장면이 되면 세월이 한 참 흘러, 기타리스트는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블루스"를 연주합니다. 이 노인이 백인이 운영하는 술집에 술을 한잔 하고 있을때, 그 장소에 클럽에 유일하게 초대되었던 백인여성과 뱀파이어였던 주인공의 형이,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나이도 먹지 않고 다시 나타났다가 기타리스트를 바라보고 몇 마디 합니다.
"진짜가 그리워." "아직도 네 안에 진짜가 있어?"
기타리스트는 그 자리에서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뱀파이어 흑인은 그를 안아주고 다시 나갑니다.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이 영화가 흑인음악의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무려 "그래미상"을 2개나 수상합니다. 뱀파이어 영화였다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작품상 후보에 올라가 있습니다. 많은 작품상 경쟁 후보 중에서 이보다 더 상징적인 작품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영화의 도입부에 나왔던 아리송한 멘트와 씨너스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를 100% 이해하게 됩니다.
"전설에 따르면 흑인은 너무나 진실된 음악을 만드는 재능을 갖고 태어나 삶과 죽음 사이의 장막을 꿰뚫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과거와 미래로부터 영혼들을 불러내면서 말이죠. 이 재능은 흑인 공동체에 치유를 가져다줄수 있지만, 또한 백인을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블랙 팬서"라는 마블의 걸작을 연출했던 "라이언 쿠글러"라는 매우 스마트한 감독이 미국 대륙에서의 흑인의 역사를 놀라운 아이디어로 표현한 걸작입니다. 특히 1인 2역을 너무나 훌륭히 해낸 "마이클 조던"과 클럽에서의 놀라운 카메라워크, 그리고 불타는 뱀파이어의 리얼한 표현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수상의 자격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