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리뷰
여름에 읽었던 Mary Shelley (메리 셸리)의 유명한 Frankenstein (프랑켄슈타인) 입니다. 우선,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지 괴물의 이름이 아닙니다. 소설 속에서 괴물은 이름이 아예 없습니다. 그냥 괴물, 악마 등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소설을 다 읽고, 작가의 인생을 읽어보면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의 이름도 되고, 괴물의 이름도 되며, 놀랍게도 메리 셸리 자신도 투영이 됩니다.
이 소설은 인류의 지나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재앙적 결과를 표현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그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소설에서 괴물이 우연히 책을 3권 얻게 되는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플루타르크 영웅전”, 그리고 존 밀턴의 “실락원” 입니다. 이 소설 중에서 “실락원”이 프랑켄슈타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메리 셸리가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락원”에서 보면 하느님의 벌을 받아 지옥에 갇히게 된 “사탄”이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으로 최고의 모습과 환경에서 태어난 “아담”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프랑켄슈타인에서는 괴물이 자신을 “사탄”과 동치 시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은 정교한 “심리극”입니다. 문학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는데다가, 각각의 상황에 대응하는 인물의 표현은 셸리가 인간의 마음과 심리, 그리고 인생을 얼마나 깊이 통찰하고 있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불과 19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여성이었는데 말입니다.
프랑켄슈타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바로 배우 “보리스 칼로프”가 연기했던 1931년의 흑백영화의 괴물 얼굴입니다. 길쭉한 얼굴에 온갖 바느질 자국이 선명하며 귀 위로 나사가 박혀있고 말 한마디 못하는 바로 그 이미지.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생각입니다. 원작에서는 괴물의 얼굴이 그냥 기괴한 정도로 묘사되고, 그럼에도 괴물의 언어는 굉장히 유창하며 놀라운 설득력을 지니고 있고, 이 능력은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 터득해 나가는 과정이 마치 갓 태어난 아이가 주변환경을 인식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처럼 정교하고 꼼꼼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화속 괴물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매우 인간적이고, 끝없는 살인 속에서 고뇌하며, 정상과의 “다름”을 인식하고 엄청난 외로움이 결국 창조자에 대한 복수로 이어지고야 마는 나약한 인간으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완독하고 나면 이 소설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감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