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토피아2를 보러 극장에 갔다. 의외였던 건 대부분의 관람객이 어른이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20~3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동화책은 아이들이나 보는 거 아니야?"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극장에 가보면 애니메이션을 보며 가장 집중하는 건 어른들이다. 왜일까?
현실은 공평하지 않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떳떳하게 살고, 피해를 입은 사람이 오히려 숨죽이며 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내부고발자를 보라. 조직의 부정을 폭로한 정의로운 사람이 영웅이 되는 건 동화 속 이야기다. 현실에서 내부고발자는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 대기업 비자금을 폭로한 사람들... 그들이 받은 건 정의의 승리가 아니라 법정 싸움과 고립이었다.
하지만 주토피아2는 다르다.
토끼 경찰 주디와 여우 닉은 링슬리 가문이 은폐해온 진실을 파헤친다. 주토피아 건설 당시 기후 장벽에 관한 특허권을 뱀 게리의 증조할머니가 먼저 내려고 했지만, 링슬리 가문이 그것을 가로챘다. 그리고 진실을 묻기 위해 뱀을 비롯한 파충류들을 도시에서 몰아냈다. 100년 동안 이어진 거대한 거짓이었다.
주디와 닉은 이 사실을 폭로한다. 현실 같았다. 권력을 가진 링슬리 가문이 그들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장면은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공격받는, 그 익숙한 패턴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주디와 닉은 영웅이 되고, 링슬리 가문의 거짓은 드러나며, 뱀들은 마침내 주토피아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내부고발자가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정의의 승리자가 되는 세계.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결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화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현실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그 정의로운 결말을 동화에서라도 보고 싶은 것이다. 노력한 사람이 보상받고, 잘못한 사람이 벌받는 세계. 내부고발자가 배신자가 아닌 영웅으로 대접받는 세계.
우리는 그게 현실이 되리라 희망하지는 않는다. 너무 많이 실망했으니까. 다만 동화에서라도 그런 세계를 보며 잠시나마 대리만족을 느낄 뿐이다.
극장을 나서는 어른들의 표정은 묘했다. 만족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아마도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막 본 그 세계는 스크린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적어도 90분 동안만은,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을 믿을 수 있었으니까.
어른들이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화만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주지 못하는 위로를, 우리는 동화에서 찾는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동화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