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여긴 술집인가, 동물원인가

by 무토피아

처음 이자카야에 출근했을 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휴지통이 없었다.


화장실에도, 홀에도, 심지어 흡연실에도 휴지통이 없었다. 테이블마다 냅킨은 비치돼 있는데 버릴 곳이 없다니. 궁금해서 선배에게 물었다.


"여기 휴지통 어디 있어요?"


"없어. 다 치웠어."


"왜요?"


"술집에 휴지통 두면 안 돼.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휴지통이 왜 있으면 안 되는 거지? 손님들 불편하지 않나?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첫 금요일 밤이었다.


새벽 1시쯤, 한 손님이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비틀거리며 테이블로 돌아갔다. 5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일어나더니 입을 막고 화장실 쪽으로 뛰어갔다. 뛰어간다기보다는 기어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렸다. 끔찍한 소리였다. 선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청소 도구 가져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 주변이 난리였다. 제대로 겨냥도 못 하고 사방에 토한 흔적이 있었다. 그 손님은 변기에 얼굴을 박고 여전히 토하고 있었다.


선배가 물티슈와 걸레를 건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게 매주 금토 광경이야. 예전엔 휴지통 있었거든? 근데 이런 사람들이 휴지통에도 토하더라고. 변기는 안 쓰고."


"...네?"


"휴지통이 더 낮으니까 편한 거지. 그래서 점장님이 다 치웠어. 그나마 변기에라도 하게."


그제서야 이해됐다. 휴지통이 있으면 거기에 토하고, 그걸 우리가 치워야 한다는 것을. 변기는 그래도 물을 내리면 되지만, 휴지통은 통째로 버려야 한다는 것을.


선배가 덧붙였다.


"그것만 있는 줄 알아? 휴지통 있을 때는 손님들이 빈 술병도 거기에 넣어. 우린 술병 세서 계산하는데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해요?"


"일일이 휴지통 뒤져야지. 음식물 쓰레기랑 냅킨 사이에서 술병 찾아내는 거야. 한번은 그렇게 세다가 계산 잘못해서 점장한테 엄청 혼난 적 있어."


더 끔찍한 이야기도 있었다. 한 알바생은 휴지통에 손을 넣다가 깨진 술병에 손을 베였다고 했다. 손님이 깨진 병을 그냥 휴지통에 처박아넣었던 것이다. 그 알바는 병원 가서 몇 바늘 꿰매고 왔다. 누가 보상해주지도 않았다. 그냥 "조심하지 그랬어" 한마디로 끝이었다.


술 취한 사람은 예측 불가능했다. 어떤 손님은 테이블 밑에 토했다. 어떤 손님은 테이블 위에 있는 빈 컵에 토했다. 어떤 손님은 그냥 자기 옷에 토하고도 계속 술을 마셨다.


한번은 한 손님이 화장실 가는 길에 참지 못하고 복도에서 토했다. 복도 한가운데,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 그걸 피해서 지나가는 다른 손님들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혐오와 짜증과 약간의 연민이 섞인 그 표정.

청소하는 동안 그 손님은 테이블로 돌아가서 또 술을 마셨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내가 치우는 게 당연한 듯이.


펍으로 옮기고 나서도 똑같았다. 아니, 더 심했다. 강남역 번화가라 그런지 술 취한 손님의 밀도가 달랐다.

펍에는 이자카야와 달리 휴지통이 있었다. 홀에도, 화장실에도. 처음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실수였다는 걸 곧 깨달았다.


어떤 손님은 변기까지 가기 귀찮았는지 화장실 휴지통에 바로 토했다. 휴지통 가득. 냅킨이랑 화장지 사이로 토사물이 흘러넘쳤다. 냄새는 상상에 맡긴다.


더 황당한 건 마시다 남은 술을 휴지통에 그냥 부어버리는 손님들이었다. 위스키, 칵테일, 탄산음료까지. 휴지통 안이 온갖 술과 음료가 섞인 괴물 같은 액체로 가득 찼다. 그걸 치울 때 냄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한번은 휴지통을 들어 올리는데 밑바닥이 젖어서 그냥 찢어졌다. 안에 있던 게 우르르 쏟아졌다. 토사물, 술, 음료, 쓰레기가 내 신발 위로, 바닥으로. 그날 청소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렸다.


금요일 새벽 2시, 어떤 남자 손님이 테이블에서 친구랑 싸우더니 갑자기 맥주병을 던졌다. 다행히 사람은 안 맞았지만 벽에 부딪혀 깨졌다. 유리 조각이 사방에 튀었다. 매니저가 뛰어와서 그 손님들을 내보냈다.


청소하면서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러는 걸까. 술을 마셨다고 해서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하나? 집에서도 이러나? 아니면 남이 치워줄 거라는 걸 알아서 이러는 걸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어떤 여자 손님이었다.


술에 완전히 취해서 화장실 바닥에 누워버렸다. 친구들이 일으키려고 했지만 계속 드러누워서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들어가서 부축해서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그 손님이 내 신발에 토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친구가 대신 사과했다.


정작 본인은 헤벌쭉 웃고 있었다. 뭐가 웃긴지 혼자 깔깔거렸다.


그날 퇴근하고 신발을 버렸다. 아무리 씻어도 냄새가 안 빠질 것 같았다. 집에 가는 길에 양말만 신고 걸었다. 새벽 3시, 강남역에서 집까지. 발은 시렸지만 마음은 더 시렸다.


그래서 휴지통이 없는 이유를, 또는 있어도 문제인 이유를 이제 안다.


술집 휴지통은 토사물 받는 통이 되고, 술병 숨기는 곳이 되고, 깨진 유리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함정이 되고, 온갖 술과 음료가 뒤섞인 지옥이 된다.


휴지통 하나에 얽힌 이야기에는 수백 명의 손놈들이 있다. 제대로 겨냥 못 하는 사람들, 아무 데나 버리는 사람들, 깨진 병을 숨기는 사람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가끔 생각했다. 여기가 술집인가, 동물원인가. 내가 서빙하는 건가, 사육하는 건가.


물론 모든 손님이 그런 건 아니다. 토하고 나서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가 흘린 건 티슈로 닦아서 가져오는 사람도 있다. 술 취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사람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당연한 거니까. 반대로 손놈은 한 명만 있어도 그날 밤 전체가 기억난다. 그 냄새, 그 표정, 그 말투.


휴지통이 사라진 자리에도, 휴지통이 있는 자리에도 술 취한 사람들의 흔적만 남았다. 그리고 그걸 치우는 나는 가끔, 정말 가끔, 동물원에 온 손님인가라는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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