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손님과 손놈은 다르다는 것을.
알바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손님은 그냥 손님인 줄 알았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냥 그런 손님이었다. 음식 나오면 먹고, 계산하고, 나가고. 직원한테 특별히 인사하지도 않았고,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도 생각 안 했다. 그냥 당연한 거니까.
그런데 직접 카운터 앞에 서고, 테이블을 닦고, 주문을 받아보니 알겠더라. 같은 문을 열고 들어와도 손님이 있고 손놈이 있다.
처음 손놈을 만난 건 이자카야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금요일 밤, 가게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주문은 밀리고, 주방에선 소리 지르고, 나는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때 한 테이블에서 손을 들었다. 뛰어갔다.
"저기요, 이거 시킨 지 벌써 20분이에요."
시간 확인해보니 10분도 안 됐다. 그래도 "죄송합니다, 확인해볼게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
"아니 진짜, 여기 맨날 이래요? 장사를 이렇게 할 거면 왜 해요?"
반말도 아니고 존댓말이었는데, 그게 더 날카로웠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죄송합니다" 한 번 더 하고 돌아섰다. 그 뒤로 그 테이블 갈 때마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음식 나갈 때도, 물 리필할 때도, 계산할 때도. 나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날 퇴근길,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봤다. 뭐가 이렇게 서러운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일이 힘든 건 각오했다. 잠 못 자는 것도, 다리 붓는 것도. 근데 사람한테 이렇게 기가 죽을 줄은 몰랐다. 아, 이게 손놈이구나. 그때 처음 그 단어가 진짜로 이해됐다.
손님을 처음 느낀 건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똑같이 바쁜 주말 밤이었다. 실수로 한 테이블 주문을 빠뜨렸다. 완전히 내 잘못이었다. 사과하러 갔는데 손이 떨렸다. 또 그런 말 들으면 어쩌지.
"저... 정말 죄송합니다. 주문이 누락됐어요. 바로 넣을게요."
그랬더니 그 손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 괜찮아요, 바쁘신 거 보여요. 천천히 해주세요.
그 한마디에 멈칫했다. 괜찮다고? 내가 실수했는데? 진심인가 싶어서 얼굴을 봤는데, 진짜 괜찮다는 표정이었다. 그 테이블에 음식 나갈 때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세팅했다. 나갈 때 그 손님이 "수고하세요" 하고 가볍게 인사했다. 그것도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날 하루가 버텨졌다. 아니, 그 주가 버텨졌다.
쓰리잡을 하면서 몸이 고된 건 당연했다. 세 시간 자고 출근하는 것도, 퇴근하고 또 다른 출근을 하는 것도, 다리가 부어서 신발이 안 들어가는 것도 각오했던 일이다. 그런데 예상 못 한 게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지치게 할 수도, 또 버티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손놈 한 명이 그날 하루를 통째로 망친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도 그 말투가 맴돈다. 샤워하면서도 생각나고, 자려고 누워서도 생각난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나, 그냥 알바인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잠이 안 온다.
반대로 손님 한 명이 그 주를 버티게 한다. "오늘 되게 바빠 보이네, 힘내요." "음식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별거 아닌 말들인데, 그게 쌓인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아, 그래도 할 만하구나.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결국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든 거였다. 그리고 그 사람 덕분에 버티는 거였다.
요즘은 내가 손님이 될 때 행동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냥 앉아서 먹고 나갔는데, 이제는 직원이 물 따라주면 고개 숙여서 인사한다. 음식 나오면 "감사합니다" 한다. 계산하고 나갈 때 "맛있었어요, 수고하세요"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얼마나 큰 건지 이제는 안다. 저 사람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친구고, 세 시간밖에 못 자고 여기 서 있을 수도 있다. 내 한마디가 저 사람의 하루를 망칠 수도, 버티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손놈과 손님을 구분하게 됐다. 어쩌면 이건 서비스업을 해본 사람만 아는 언어일지도 모른다. 같은 '손'인데 뒤에 뭐가 붙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앞으로 몇 편에 걸쳐 내가 만난 손놈들과 손님들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가끔은 따뜻했던 그 순간들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딘가의 가게에 들어갈 때, 손님이 되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