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다

by 무토피아


나는 그 식당에서 꾸준히 일했다.


튀김을 받아 튀기고, 서빙하고, 테이블 세팅하는 일. 바쁘지만 나름 괜찮은 곳이었다. 사장님 부부도 좋은 분들이셨고.


그런데 어느 날, 사장님 부부가 홀 매니저를 구했다. 40대 중반의 여자였다.


"앞으로 홀은 매니저님이 관리하실 거야. 잘 부탁드려요."


처음에는 괜찮았다. 일도 잘하는 것 같았고, 말도 부드러웠다.


그런데 일하다 보니... 기분파였다.


"예약석 4명"


오전에 출근하면 홀 한쪽 테이블에 예약석 팻말이 놓여 있었다. 네이버 예약으로 미리 잡힌 자리였다. 우리 식당은 예약을 받긴 하지만, 누가 오는지는 와봐야 안다. 가끔 연예인이 올 때도 있었다.


저녁 5시 영업 시작.


나는 튀김기 앞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튀김을 받아 튀기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세팅이 영망이었다.


테이블 정리도 반만, 반찬 준비도 대충, 기본 세팅도 제대로 안 돼 있었다.


매니저가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내가 중간중간 비는 시간마다 채워 넣었다. 이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사장님 부부 중 한 분만 나오셨는데, 매니저를 쓴 이후로는 두 분이 다 나와서 세팅까지 도와주셨다. 매니저가 일을 안 하니까.


그날 저녁, 예약 손님이 도착했다.


알아보니 유명한 연예인이었다. 그것도 우리 식당 단골이었다. 식사 메뉴를 따로 배달시켜 먹을 정도로 자주 오는 손님이었고, 벽에 걸린 나무 팻말에는 이미 그 연예인의 사인이 있었다.


매니저는 갑자기 부지런해졌다.


그 테이블만 계속 맴돌며 서빙하고, 나가실 때는 입구까지 따라갔다. 이미 사인도 받았던 연예인인데 말이다.

그 사이 다른 테이블에서 벨이 울렸고, 나는 혼자서 튀김 튀기고, 서빙하고, 테이블 세팅을 돌렸다.


몇 달간 이런 식이었다.


기분 좋은 날엔 "오늘 수고했어~" 했지만, 기분 나쁜 날엔 말도 안 걸고 실수라도 하면 손님 앞에서 면박을 줬다.


일도 뺀질거렸다. 안 바쁠 때면 자리를 30분씩 비울 때가 종종 있었다. 어디 갔다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일은 다른 사람들이 했다.


마음에 안 드는 알바생은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그 애한테 시키지 마. 일 못해."


당사자가 없을 때 이런 말을 던졌다. 나머지 알바생들은 눈치를 봤고, 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사장님도 힘들어하셨다. 매니저 쓰기 전에는 한 분만 나오셔도 됐는데, 이제는 두 분이 다 나와서 세팅을 도와주셨다. 일을 시키려고 매니저를 쓴 건데, 오히려 일이 더 늘었다.


결국 그는 그만두기로 했다.


마지막 날, 12시까지 일하기로 되어 있었다. 주말 저녁이라 손님이 많았고, 마감까지 하려면 최소 12시는 되어야 했다.


그런데 11시에 가방을 챙기더니.


"먼저 갈게. 수고~"

"...네."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싸워봤자 내가 할 일만 늘어날 뿐이었다.


결국 그날 밤, 혼자서 홀 마감을 했다. 테이블 정리, 세팅 정리, 재고 확인,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새벽 1시쯤 되어서야 끝났다. 사장님이 차로 집까지 태워주셨다.


차 안에서 생각했다.


'저 사람, 나보다 15살은 더 많은데.'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구나.


직책이 있다고, 경력이 많다고, 나이가 많다고 자동으로 성숙해지는 건 아니었다.


진짜 어른은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기분에 휘둘리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날 밤 사장님 차 안에서 나는 다짐했다.


나는 저렇게 늙지 않겠다고.

작가의 이전글Chapter 5. "너 그러다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