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업계 스타트업, 매년 수백 곳 폐업"
기사 제목을 보면서도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 월급이 밀리기 전까지는.
"이번 달 협력사 대금 지급이 조금 미뤄질 것 같습니다."
팀 미팅에서 들은 말이었다. 협력사 대금이 밀린다는 건 우리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마케팅 담당자로서 매출 데이터를 매일 들여다보던 나는 알고 있었다. 전년 대비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월급도 밀렸다.
"이번 달 급여는 다음 주에 지급될 예정입니다."
문자 한 통. SI업체의 생존율을 이렇게 체감으로 이해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침에 읽었던 기사 속 '매년 수백 개씩 폐업하는 스타트업' 통계에 우리 회사도 포함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나는 세 개의 직장을 다녔다. 하나가 무너져도 버틸 수 있도록.
펍에서 일한 8개월 동안 손님들의 주문이 달라지는 걸 지켜봤다.
8개월 전, 펍을 시작했을 때
"위스키 병으로 주세요."
금요일 저녁, 4명이 앉은 테이블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위스키 한 병에 10만 원대. 맥주도 인당 3~4잔씩 시켰다. 안주는 감자튀김, 치킨윙, 파스타까지 푸짐하게. 한 테이블에서 20만 원은 가뿐히 넘겼다. 그런 테이블이 금요일 밤이면 서너 개는 기본이었다.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3명이서 들어와 해산물찜, 전복죽, 광어회를 주문했다. 안주만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소주 몇 병을 더하면 15만 원은 기본. "우리 오늘 제대로 먹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던 시절이었다.
그만둘 때 즈음
"위스키 잔으로 두 잔이요."
똑같은 4인 테이블. 하지만 주문은 완전히 달랐다. 위스키를 병이 아니라 잔으로 2-3잔만 나눠 마셨다. 10만 원짜리 병 주문이 3-4만 원으로 줄어드는 순간이었다. 맥주도 인당 1잔, 많아야 2잔. 안주는 감자튀김이나 피시앤칩스 같은 간단한 메뉴만 주문했다.
"한 잔만 더 시킬까?"
"아니다, 그냥 가자."
추가 주문을 망설이다가 결국 계산을 요청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식당은 더 극명했다. 3명이 들어와서 삼겹살 소짜 하나만 시켰다. 2만 8천 원. 추가 주문 없이 고기 한 접시로 식사를 마쳤다. 소주 한 병 더해도 3만 5천 원. 1년 전 같은 인원이 쓰던 금액의 3분의 1이었다.
시간도 달라졌다. 밤 11시, 12시까지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이제는 10시만 되면 "요즘 술값도 만만찮네"라는 말과 함께 계산을 요청했다.
"요즘 장사가 안 돼."
설거지를 하던 사장님이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우리는 괜찮은 편이야. 다른 데는 더 심하다던데."
사장님 말대로라면, 이 동네 다른 가게들은 더 힘들다는 뜻이다. 나는 거품을 씻어내며 생각했다. 이 가게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본업 회사는?
불황은 뉴스 속 통계로 오지 않았다.
내 월급통장으로 왔고, 협력사 대금 지연 공지로 왔다. 10만 원짜리 위스키 병이 잔 주문으로 바뀌는 모습으로 왔고, 인당 3-4잔 마시던 맥주가 1-2잔으로 줄어드는 주문으로 왔다. 안주만 10만 원 넘게 시키던 손님들이 3만 원만 쓰고 가는 풍경으로, 늦게까지 술 마시던 테이블이 10시면 텅 비는 광경으로 왔다.
그래서 당시에에 세 개의 직장을 오갔다.
하지만 이따금 이런 생각이 든다. 세 개 직장을 다녀도, 그 세 곳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면, N잡도 결국 답이 아닐지 모른다고.
그럼에도 출근했다. 세 곳 모두에.
살아남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