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어린 자식 둔 엄마는,..
어느 날 남편의 정규진료 때문에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서울대병원은 다른 대학병원보다 환자가 엄청 많다. 병원입구부터 줄을 지어 사람들이 들어온다.
어지간하면 안 가는 것이 좋다. 사람에 치여 없던 병도 생긴다.
진료를 마치고 다음에 해야 할 검사를 예약하러 예약창구에서 기다리는데 어떤 아기엄마가 입원수속을 밟았다.
그런데 그 엄마는 서너 살짜리 아들 둘이 따라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였다. 엄마의 "하지 말라!"는 말은 소용이 없었고 "여보! 입원하면 애들 어쩌지?" 여자의 전화 소리가 들렸다.
안쓰러웠다.
어린 아들을 봐줄 사람이 없어 병원도 혼자 못 오는 것이 어린 자식을 둔 엄마들이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내가 입원했던 때가 떠올랐다.
출산 후유증으로 입원을 했는데 한 일주일이면 될 거라는 의사의 말과 달리 중간에 수술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바람에 3주 넘게 병원에 있었다.
세 살 조금 넘은 아들은 다행히 친정 엄마가 봐주셨다. 난 다행히 친정 엄마가 계셨다.
어린 아들이 오래 엄마를 못 보니 입원 한지 두 주 넘은 어느 날 남편이 아들을 병실에 데려왔다.
어린 아들은 나를 보자마자 외마디 같은 "엄마!" 하며 숨 가쁘게 달려 내가 있는 병원 침대로 올라오려 안간힘을 썼다. 난 팔에 주삿바늘을 꽂고 있어 앉을 수가 없었다.
병원침대는 좀 높아서 세 살짜리가 자기 힘으로 올라오기는 어렵다 보니 남편이 앉아 올려주자 "엄마?" 하며 나를 보더니 내 옆에 폭 누웠다.
어린 아들이 엄마가 그리워서 한 행동은 엄마를 끌어안는 것이 아니고 엄마 옆에 눕는 것이었다.
그리곤 또다시 "엄마, 보고 싶었어!"가 아니라 "엄마, 엄마!"를 숨 가쁘게 불렀다.
아들은 말을 일찍 해서 그때는 별 말을 다할 때인데 그때 아들은 그저 "엄마!"만 부르다 갔다.
엄마를 오래 못 보니 다시 아기가 된 것 같았다.
그 외마디 같던 "엄마!"가 요즘 아프게 돼 살아난다.
아들이 외마디같이 불렀던 "엄마!"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품었던 단어였던지....
어린 아들은 그 다양한 감정을 엄마라는 한 단어에 표현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