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하게.....

by 끌텅

아파트 단지 내 목욕탕이 있고, 그 안에 작은 이발소가 있다. 머리 손질을 자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고 나면 집사람이 항상 “당신에게 참 잘 어울리게 머리를 깍는다”며 어디서 이발했냐고 묻고는 했다. 만원도 안되는 가격까지 듣고는 항상 그 이발소를 다녀오라고 한다.

사람들이 붐벼 항상 새벽 6시 문을 열자마자 이발을 하러 간다.

오늘 아침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머리를 집에서 감고 이발을 하러 갔다.

“머리 감고 오셨어요” 하시길래

“예, 자고나면 머리가 엉망이라 감고 옵니다”

“아, 그래요”

아마 이 대화를 몇 달째 올때마다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따라 유난히 말씀이 많으시다.

퇴직하면 사업하지 마라. 이발하러 온 사람중에 이런 저런 사람 있더라 등등 똑 같은 얘기를 내게 처음 하시는 것처럼 하신다. 그러다 갑자기

“오늘 이발하러 오시기를 참 잘하셨어요” 하시더니

“내일부터 1달 쉽니다”

“왜, 어디 가세요”

“예 병원에 대장암 수술하러 가요. 몇 달째 변비더니 병원엘 갔더니 대장암이라고 하네요”

“예? 몇기신데요”

“몰라요. 별다른 얘기도 해주지 않고. 큰병원 가라해서 대학병원엘 갔더니 수술하자고 하네요.

아직도 10년은 더 일할 것 같았는데, 대장암이라니 실감이 나질 않네요”

퇴직 후 사업하다 잘 안된 손님들 얘기를 나에게 들려주시듯이 덤덤히 뱉어내는 한마디 한마디에 내가 해야 할 말이 빨리 생각나지 않는다.

“혹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85입니다”

"저희 아버지도 86세인데 연세가 드시니 이런 저런 병이 찾아오데요. 그냥 나이에 따라 자연스레 오는 보통 일이라 생각하시라고 아버지께 늘 얘기합니다" 등 나름 위로의 논리를 찾아 여러 말을 해보는데 어르신은 내가 처음 이발소 들어올 때 “어서 오세요” 했던 그 표정, 그 감정 그대로 툭 툭 자신의 현재 상황을 내 던진다.

85년 삶에 부대낀 몸둥아리가 아픈게 순리일까?

특별한 복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순리일듯 하다.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덜 힘든 삶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늘 얘기를 했었지만 내가 80이 넘어 저런 상황이라면 담담히 내 인생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어르신 다음달에 이발하러 또 올께요. 쾌차하세요” 하고 나왔다.

꼭 다음달에 어르신에게 머리를 다시 깍고 싶다. 잘 견디시고 오기를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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