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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 Nov 03. 2022

대가족으로 산다는 것

장점과 단점

마음이 갑갑하고 답답할 때 브런치 글을 쓰곤 하는데 오늘은 간단하게 대가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지극히 나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이다.


지금 현재 같이 살고 있는 가족 구성원은 이렇게 심플하다.


나의 친정 부모님 두 분, 우리 부부 두 사람, 미취학 아동 한 명 - 총 다섯 명이다. (원래 한 사람 더 있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나갔다. 그리고 이번 달에 태어날 예정인 신생아 둘째까지 예비로 포함해보면 총 6명이 될 예정이다.


추가로 같은 주거 단지에 사는 나의 여동생은 아주 자주 우리 집에 들러서 식사도 하고 놀다 간다. 잠자고 일하는 시간 빼고 우리 집에 와 있는 날들이 많다.


우리의 합가는 2년이 되었다.



장점들을 나열해본다.


1. 돕는 손길이 많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부모님들과 가깝게 사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이다. 실제로 우리 부부가 바깥 볼일을 급하게 보고 오거나 아이 없이 어딘가를 갔다 와야 할 때 부모님과 시간을 맞춰보고 마음 놓고 맡긴다.


2. 집안일 분담이 수월하다.

각자 거주하는 방이 있고 공동 구역인 거실, 화장실, 주방 등을 청소하는 일은 자원해서 하거나 눈치껏 분담해서 하게 된다. 나 혼자였으면 힘들었을 집 전체 청소도 다 같이 분담하니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3. 부모님 부양의 한 가지 방법이다.

우리 가정 같은 경우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도 일정한 수입이 없고 남편이 혼자 벌어오는 수입으로 빠듯하게 생활하기에 부모님께 매달 보내드릴 부양금이 없다. 그동안 힘들게 사신 부모님께서 노후대책을 마련해놓으신 것도 아니어서 어쩌다 보니 은퇴 후 어쩔 수 없이 합가를 하게 된 영향도 있다.


4. 정들고 가까워진다.

나는 대학교를 멀리 가면서 자취를 시작했고 이어서 결혼했으니 부모님과 떨어져 자유롭게 몇 년 살다가 다시 만나게 된 셈이다. 다시 같이 살게 되면서 그리고 또한 내가 부모가 되고 나서 같이 살게 되면서, 부모님을 이해하는 마음도 많이 생겼다. 이전의 나는 부모님과 말 그대로 애. 증. 의 관계였는데 같이 살면서 ‘증’이 많이 옅어졌다. 그래도 가끔 부모님께 화가 날 때는 왜 같이 살면서 고통스러워해야 하나 싶은데, 평온할 때는 오히려 나이 들고 연약하고 갈 곳 없는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마음이 놓인다.



5. 세세한 일처리를 도울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부모님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다. 한국인 상담원이나 한국어로 도와주는 사람 없이는 언어 장벽 때문에 부딪히기 전부터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신다. 그러나 자녀들이 같이 살고, 가까이 살기에 빨리 일처리를 도와드릴 수 있다. 우편물도 얼른 확인해서 통역해드릴 수 있고, 얼마 전의 경우는 아빠가 운전하는 도중 경미한 접촉 사고가 있었는데 내가 마침 그 차에 타고 있었어서 상대편 운전자와 정보 교환을 할 수 있었고, 차 보험사와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안내받을 수 있었다. 아빠는 사고 당시 너무나 당황해서 비상등도 켜는 걸 잊고 아무것도 못 하셨다. 만삭으로 차 사고 현장에 있는 게 전혀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 내가 있어서 도울 수 있었으니 큰 다행이었다.



6. 여동생이 가까운 곳에 살아서 편리하다.

나는 운전을 안 하고 있기에 가까운 곳에 사는 여동생이 라이드를 해주면 참 편리하다.

내 아이가 여동생의 첫 조카이고 또 우리 집안의 하나뿐인 어린아이이다 보니 남다른 애정과 사랑을 퍼붓는다. 나는 여동생이 아이를 낳아도, 내가 이모로써 그 정도의 애정은 주지 못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 정도로 맹목적으로 예뻐하고 사랑해준다. 이렇게 내 아이는 조부모님과 이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다.




단점들을 나열해본다.


1. 전염병은 온 가족에게 퍼진다.

우리 집에서 마스크를 잠깐씩이라도 벗고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은 아이 한 명인데, 그 아이로 인해서 온 가족이 아프게 되는 경우들이 생긴다. 몇 달 전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코비드에 걸려서 왔고 나머지 가족들에게 전염을 시켰다. 크게 앓고 나서 한동안은 잘 지내다가 독감과 RSV 가 유행하는 이번 시즌에 어린이집에서 옮아왔는지 아이가 먼저 아프기 시작해서 나머지 가족들이 전염되어서 현재까지도 고생하는 중이다.


아이가 너무나 즐겁게 다니는 어린이집을 못 가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스크를 씌어 보내도 점심식사는 아이들 다 같이 하니 마스크 벗고 밥을 먹고 온다.


친정 엄마는 작년에 백혈병을 앓고 올해 초에 골수이식을 받은 상태로 면역력이 아주 낮다. 면역억제제를 먹고 있어서 더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이렇게 면역력이 일반 사람보다 아주 낮은 엄마가 아프게 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내 여동생은 우리 집에 자주 들러서 엄마가 아픈 것에 대해 걱정하며 매우 안타까워한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어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더 이상 심해지지 않기를 기대할 뿐..




2. 성격들이 안 맞으면 끊임없이 싸운다.

우리 집에서 제일 성격 좋은 사람들을 꼽자면, 사위 (나의 남편)와 아이다. 둘 다 타고나기를 전체적으로 성격이 둥글둥글 무던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고집스럽지 않다.

그에 비해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무던하고 평범한 성격은 아닌 데다가 나도 그들의 유전자를 받았으니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의견 충돌이 많고 날이 많이 서있다.


최근에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부모님이 싸우셨는데 두 분이 매일 같이 식사도 하고 부대끼며 살면서도 기싸움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30년을 같이 살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싶지 않다고 하시니… 다 같이 식사하고 거실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참 눈치 보이고 난감하다. 얼른 화해하시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나와 부모님과의 대립도 상당히 자주 일어나는데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나름의 중립자인 남편은 말하기를, 나와 부모님의 성격과 가치관이 너무나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나고 돌이켜보면 누구 하나 딱히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인다.


그리고 같이 살지 않는 내 여동생도 자주 집에 찾아와서 내가 싫어하는 행동과 말들을 하기도 하고, 부모님과 부딪히기도 해서 우리 집은 날마다 살얼음판이다. 평화로운 가정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3. 눈치는 필수다.

가족 수가 많다 보니 식재료를 살 때나 외식을 고려할 때도 무조건 가성비를 따지고 호화스러운 메뉴는 피한다.

비싼 식재료를 사 와서 해 먹자고 권하면 ‘왜 이렇게 비싼 걸 사 오냐고’ 한 마디씩 하셔서, 나는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셋이서만 레스토랑 가서 맛있는 것들을 먹고 온다. 남편은 부모님께 미안해하지만 나는 미안한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여동생이 때때로 부모님을 모시고 식당에 가서 셋이서 식사를 한다. 그렇게 요즘에는 각자 취향과 재정 상태를 존중하며 따로 사 먹는다.



4. 그동안 살아온 생활 습관은 변하기 쉽지 않다.

같이 살기에 바꾸고 고쳐야 하는 생활 습관들이 있다.

예를 들면, 어릴 때는 부모님의 규율과 습관들이 그냥 그대로 순종하고 따라야 하는 무언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동등하게 같이 사는 입장이기에 불합리하거나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생활 습관은 이야기해서 줄이거나 고쳐나가야만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아빠는 다 같이 식사 중임에도 지인의 전화를 받고 그 전화를 끊을 때까지 밥을 먹으며 통화를 했다. 그 덕에 나머지 가족들을 강제로 음소거 상태로 식사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빠 혼자 모르는 것이었다. 듣고 싶지 않은 아빠와 지인의 전화 내용을 숨죽이고 억지로 들어야 하고 체할 것 같이 밥을 얼른 먹어야 하는 상황들을 겪으며 자라온 나는 더 이상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억압받고 억지 순종하며 지낸 세월들이 스쳐 지나가며 분노가 일어서 정색하고 화를 냈다. 아빠도 느끼는 부분이지만 나와 아빠는 정말 너무나도 안 맞는다. 아빠는 듣고 기분 나빠했지만 그러한 행동은 그 이후로 조심했기에 나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5. 각 가정의 경계를 설정하고 지키는 게 쉽지 않다.

나는 나름의 내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것인데, 나의 부모님 눈에는 아직도 내가 못 미덥고 미성숙해 보이나 보다. 자식 사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이런저런 생각도 많아지고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같이 살기 시작한 첫 해에는 부모님의 잔소리와 참견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나도 내 식대로 꿋꿋이 계속해나가고 부모님도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포기를 하시니 안 좋았던 관계가 나아졌다. 내가 남편과 자식과 화목하게 잘 살면 그 자체로 효도라고 믿었는데, 더 좋은 아내와 엄마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잔소리를 퍼부어서 몇 번 감정이 상하기도 했다.



6. 같이 살지 않지만 가깝게 살기만 하는 가족은 애매하다.

위에서 장점을 좋게 언급했지만 사실 내 여동생은 외로움을 많이 탄다. 그래서 우리 집에 와서 시간 때우며 유튜브 영상들을 주야장천 보고 수다 떨다가 밤늦게 집에 걸어가고, 먹을 게 없으면 우리 집에 와서 간단히 먹고 조카와 놀다 간다.

자신의 회사 이야기, 티브이 프로그램 이야기, 가십거리들을 늘어놓을 때는 듣기 싫고 혼자 쉬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녀에게 나는 유일한 또래이자 친구 같은 언니일 것이다. 그러나 나 자체의 성격이 원래 독고다이에 누군가 함께 정을 나누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 집중하는 게 더 즐겁고 행복해서 가끔은 여동생이 많이 귀찮다. 가끔 나와 다투고 며칠 우리 집에 안 놀러 올 때면 편하고 자유롭기도 하다.

그리고 엄마의 건강문제로 인해 나에게 원망을 하기도 하고 (그럼 자기가 직접 살면서 건강 체크하던지…), 본인 기대에 내가 못 미치면 서운해하는 모습도 이해가 안 된다.

여동생은 답정너 성향이 매우 강해서 대화하다 보면 답답하고 속 터질 때가 많다. 나는 여동생과 거리를 좀 두어야 애틋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예 같이 살면 서로가 조심하면서 영역을 정하고 지킬 텐데, 놀러 와서 자신의 외로움과 욕구를 열심히 채우려 하니 나는 받아줄 에너지가 많이 모자라다. 하루 일상이 일하고 쉬고 하는 그녀와 달리 나는 힘들게 투잡 뛰는 남편, 손 많이 가는 어린아이, 뱃속 아이, 출산이 언제 올지 모르는 긴장감, 바닥난 체력, 최소한의 해야 하는 집안일 등등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내 마음을 잘 읽고 날 편하게 해주는 성격도 아니고, 자기 고집대로만 할 거면, 제발 알아서 눈치껏 적당히 가끔만 집에 들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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