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_아카데믹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수습편집위원 황찬빈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 있다. 기후 변화와 온실가스 배출은 인류와 자연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속도와 효율이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를 이야기할 수 없다. 전력 생산 역시 마찬가지다.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무한한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태양광 에너지는 새로운 전력 생산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는 기존 기술에 비해 빠르게 효율을 향상하며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원리와 가치, 그리고 미래를 향한 기술 발전에 선두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박남규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금속 혹은 반도체가 빛 에너지를 받았을 때 전자를 방출하는 현상을 ‘광전효과’라고 하는데, 태양전지는 이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만든다. 태양빛이 진성 영역에 닿으면 광전효과에 의해 반도체 내부의 전자가 에너지띠 아래(valence band)에서 위(conduction band)로 이동한다. 이때 음전하를 띠는 전자가 있던 빈 공간은 상대적으로 양전하를 띠게 된다. 이를 ‘정공’ ‘양공’ 혹은 ‘정공’이라고 한다. 분리되었던 전자와 정 양공 쌍의 재결합을 위해 전자는 외부 회로를 타고 이동한다. 태양 전지는 그 과정에서 흐르는 전류를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를 생산한다.
태양전지는 1세대부터 현재 3세대까지 발전하였다. 1세대 태양전지는 생산과정에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그 재료인 실리콘 생산에도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며, 환경을 파괴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태양전지가 개발되었다. 얇은 층의 카드뮴 텔루라이드와 같은 반도체 물질을 사용한 2세대 박막형 태양전지가 탄생하였고 현재는 3세대 태양전지 연구까지 진행되고 있다.
3세대 태양전지의 종류로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유기물 태양전지, 나노구조 태양전지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것은 유기물 태양전지에 속하는 유기 금속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ABX3라는 조성을 가진 특정한 결정구조를 가진 물질을 지칭한다. 이때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는 A 자리에는 크기가 큰 양이온, B 자리에는 크기가 작은 음이온, X 자리에는 할로겐 음이온이 들어가며 3차원 결정구조를 형성한다. 이 결정 구조는 광 흡수 계수가 높고 전자와 정공의 이동을 용이하게 만들어 높은 광전 변환 효율 달성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하고 계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12년 처음 발표된 이후 높은 상용화 가능성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현재 상용화된 타 태양전지 기술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높은 변환 효율과 간단한 공정기술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전지입니다. 같은 에너지에서 얼마만큼의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에너지 변환 효율’은 상용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죠. 그리고 태양전지의 변환 효율은 어떤 광흡수체 물질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일 접합을 이용하는 태양전지의 경우는 이론적으로 최대 33% 변환효율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의 변환 효율은 26-27% 수준으로 그 자체로도 매우 효율적인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는 실리콘 공정의 기본 단위가 되는 ‘잉곳’과 그다음 단계인 ‘웨이퍼’를 제조하기까지 과도하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 바로 2세대 태양전지로 불리는 ‘박막 태양전지’ 기술입니다.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PN접합을 하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다르게 기판 자체에 광흡수 물질을 코팅하는 방식이죠. 지금까지의 박막 태양전지에는 주로 CIGS 또는 CdTe 광흡수체가 사용되어 왔습니다. 한편 박막 태양전지의 일종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를 광흡수체로 사용합니다. 이 새로운 전지의 변환효율은 26.7%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태양전지 연구는?
제조 공정에서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변환효율이 높은 태양전지를 개발하려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 태양전지를 수직-직렬 연결하는 텐덤 태양전지가 대표적입니다. 이론적으로, 이 같은 연결에 성공하게 되면 변환효율이 35%에 육박하게 됩니다. 이른바 ‘슈퍼 고효율 태양전지’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태양전지 제조업체들은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텐덤 태양전지를 상용화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죠.
텐덤셀이란, 단파장 빛을 흡수하는 페로브스카이트와 장파장 빛을 흡수하는 실리콘을 이중 접합하여 만든 태양전지다. 단일 접합 태양전지보다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인 변환효율이 높아 고효율 태양전지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에서 매년 갱신하는 태양전지 종류별 최대 효율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단일 접합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최대 전력변환효율(PCE)은 26.7%로, 가장 널리 상용화된 1세대 태양전지의 효율과 유사하다. 높은 효율에도 불구하고 값싸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이미 그 장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업에서 상용화를 위해 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태양광 기업 8위에 선정된 한화큐셀의 경우 충북 진천공장에서 2026년 6월부터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텐덤셀을 양산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또 영국의 옥스퍼드 PV, 중국의 론지 그린에너지 등 세계 각국의 태양광 제조 업체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앞으로 어떤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높은 변환효율과 값싼 제조공정이라는 장점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발전단가 또한 낮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상용화가 이루어지면 실리콘 태양전지 대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대부분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뿐만 아니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두께를 1 마이크로미터(μm) 이하로 만들 수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경우 유연기판에 적용하여 가벼우면서 휘어지는 태양전지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플렉서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flexible perovskite solar cells)는 항공 우주에 응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태양전지의 경우 단단한 기판 위에 형성되어 구부리게 된다면 변형과 파손의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잘 휘어지는 물질을 기판으로 사용하면 플렉서블 태양전지를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가벼운 무게가 요구되며 복잡한 구조를 가진 표면에 적용되어야 하는 항공 우주 분야에서 특히 중요성이 부각된다. 실제로 한화시스템의 사내벤처인 ‘플렉셀 스페이스’는 2025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 4차 발사 시 부탑재 위성에 우주용 텐덤 플렉서블 태양전지를 공급하여 사용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등 인류가 처한 다양한 지구환경적 위기 아래, 특히 태양전지를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하고 연구해오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태양전지 관련 연구 내용이 재미있기도 했고 태양전지 개발에 대한 필요성도 느꼈습니다. 자연의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인 태양전지는 탄소배출이 없는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이에 따른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어 인류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서 태양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고 한 번 태우면 없어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지속적으로 사용가능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발견하기까지의 여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태양전지는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직접 변환하는 기술로 변환효율이 높을수록 전기 에너지 생산에 유리합니다. 변환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물질 설계와 태양전지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연구분야는 화학공학, 재료공학과 같은 공학뿐만 아니라 화학, 물리와 같은 기초학문을 요구합니다.
처음에는 고체 형태가 아닌 액체 전해질을 갖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하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페로브스카이트가 전기적 성질을 띠는 극성 용매에 쉽게 녹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정성 확보를 위하여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홀전도체 사용을 시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발견하였습니다.
앞으로의 태양전지 연구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태양전지는 응용연구로 볼 수 있지만,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거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안정성 증가 기술은 탄탄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처음 성균관대 부임 후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은 연구가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초 연구 분야를 비롯한 여러 과학 분야에서 연구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순수 기초 연구뿐만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응용 기술에도 기초 연구비가 투자되어야 더 나은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축적된 연구를 기반으로 더 창의적인 연구를 하거나, 미완의 연구를 완성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10월 최초로 임명된 ‘정년 없는 종신 석좌교수 제도’가 대표적인데요. 이러한 제도는 끊임없는 연구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교수 개인이 연구의 수월성을 갖추고, 소속 대학이 적극적으로 환경을 조성한다면 ‘종신 석좌교수 제도’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의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필요가 발견을 낳는 것 같습니다. 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학생이 다양한 방법론을 설계하고 실험에 전념하였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효율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힘겨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효율을 증가시키면 다른 연구 그룹에서 더 높은 효율을 발표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죠. 이에 우리 연구실은 효율 경쟁보다는 보다 기초적인 문제 해결에 더욱 집중하는 연구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기초에 충실한 결과 많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고, 이는 학생들의 사회 진출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나아가, 본인이 발견한 기술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되 사람을 이롭게 하는 과학 기술을 한다면 우리 대학의 교시인 인의예지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3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구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전하를 효율적으로 추출하고 전달하기 위해 전하수송층(electron transport layer, ETL)과 정공수송층(hole transport layer, HTL)를 페로브스카이트 층 위아래로 적층한다. 이때, 적층하는 순서에 따라 전하수송층이 페로브스카이트 층 아래로 가는 Normal type(n-i-p)과 반대로 정공 수송층이 아래로 가는 Inverted type(p-i-n)으로 나뉜다. Normal type의 경우 변환 효율이 높게 나오지만 습도나 빛과 같은 외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어 오래 사용이 불가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Inverted type의 경우 안정성이 높은 대신 변환 효율이 Normal type에 비해 낮게 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Inverted type에 삽입되는 재료의 개선, 페로브스카이트 층과 전하, 정공수송층 간의 계면의 최적화를 통해 Normal type과 비슷한 수준까지 변환 효율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변환효율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개선해야 할 점은 존재한다.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점은 안정성이다. 페로브스카이트 재료는 수분으로 인해 쉽게 분해될 수 있어 습도에 예민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의 패싯(facet)을 조작하는 방법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 염화 메틸암모늄(MACl)과 같은 첨가물을 페로브스카이트에 첨가하거나 태양전지 내 페로브스카이트 필름을 보호하는 보호층을 추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태양전지의 안정성을 개선하고 있다. 또한 페로브스카이트를 구성하는 납의 유해성 문제가 존재한다. 납을 대체하며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주석(Sn), 저마늄(Ge), 티타늄(Ti) 등을 활용한 다양한 페로브스카이트 연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