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오현지
편집실에서
낡고 작은 편집실에는 수많은 책이 꽂혀 있다. 절판된 학술서와 빛바랜 문학전집, 「成均」 1호부터 「성균지」 113호까지. 지난 10월에는 그 책장 틈에서 김귀정 열사(불문 88)의 영정사진을 발견했다. 11월에는 여성교지편집부 정정헌의 편집실 장례식이 있었다. 인문학의 위기, 비판의 위기, (대학)언론의 위기 따위의 식상한 문구들. 매년 폐간하고 사라지는 이웃 언론들. 지난 30년간 모든 언론에서 한 번쯤은 다뤘을 이 지겨운 난제에 맥이 빠질 즈음, 우리는 기어코 이 주제를 또 담을 수밖에 없었다. 성균지가 창간 8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자주·사실·실천 언론의 기수’를 기조로 하는 성균지는 성균관대를 기반으로 대학과 지역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발굴하고 기록해 왔다.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학교 안팎을 누볐다. 우리는 여전히 학생회관 3층 편집실에서 컴컴한 밤까지 기사를 쓰고, 문을 닫으면 24시 카페에서 마감을 이어간다. 학기 중에는 한 명이라도 더 읽히기 위해 이런저런 행사를 기획해 보거나 여러 기획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우리’는 그렇게 성균관과 세상에 말을 걸어 왔다. 아무리 읽는 사람이 없다고 한들 누군가가 읽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할수록 더 많이 읽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숏폼(short-form)의 시대에 글을 쓰면서, 신자유주의 사회에 돈 안 되는 내용을 담으면서, 탈정치화된 캠퍼스에 정치적인 말을 하겠다는 건 전제부터가 성공하기 그른 일인지도 모른다. 영상, 카드뉴스, 온갖 홍보 수단을 끼얹어 봐야 깨진 독에 물 붓는 격일 가능성이 높다. AI는 인력의 문제를 좀 덜어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법은 아닐 테다. 어느 정도 재미로는 혐오와 조롱의 재미를 결코 이길 수가 없다. 자극을 퍼붓는 세상에서 책과 글과 따분함을 고수하면 미련하고 고지식한 걸까. 사라져야만 하는 구식 매체가 ‘역사’라는 변명 아래 꾸역꾸역 명줄만 늘리고 있는 걸까. 캡컷 애덤 목소리를 입혀 ‘내 교지가 멈추지 않는 탓일까?ㅜ.ㅜ1) 아자스!2)’ 하는 밈(meme)을 잔뜩 섞은 공세적인 릴스를 쏟아부어 흐름에 편승하는 것만이 답일까? “사방의 폐허에 새로운 폐허를 더하는 것이 정말로 우리의 의무인가? (···) 비판적 정신은 무엇이 되었는가? 그것은 힘을 잃어버렸는가?”1)
‘다음 교지’를 상상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고 어떤 것을 바꿔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편집실의 불이 꺼지지 않을지를 우리 나름대로 대답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80주년을 맞은 우리는 여전히 ‘다음 교지’를 상상한다.
1) 크리에이터 퐁귀가 25년 10월 경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골반통신’ 시리즈 릴스의 자막 중 하나인 “내 골반이 멈추지 않는 탓일까?ㅜ.ㅜ”를 응용한 것으로, 26년인 현재까지 파급력있게 활용되고 있는 밈 중 하나다.
2) 크리에이터 닥터후가 사용해 퍼진 유행어로, 일본어 ‘아리가토 고자이마스(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감사합니다)의 줄임말 ‘あざっす’를 한국어 발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3) 브뤼노 라투르, 「왜 비판은 힘을 잃었는가? 사실의 문제에서 관심의 문제로」, 이희우 역,『문학과사회』, 문학과지성사, 291쪽.
Q. 성균지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요?
현지(편집장): 지인에게 교지를 추천받은 적이 있는데, 그러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지원 시기인 2학년 때는 (막 전공진입을 해서) 학교에 소속감을 못 느끼기던 시기였고,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원했던 게 결정적이었어요. 교지가 바로 그런 장소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가장 아래의 구석진 곳에서 ‘거미줄을 치러’ 다니는 언론이죠. 글을 쓰는 단체지만 오히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별로 없었어요. 다만 출판에 관심이 있었어요. 20대가 교정교열이나 인쇄 감리 같은 출판 과정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내 글을 출판하는 건 더더욱 어렵고요.
서정(부편집장): 저는 입학과 동시에 성균지에 들어왔어요. 그 당시에 제가 썼던 지원서에 ‘대자보를 쓰고 싶다’ 이런 문장이 적혀있었던 것 같아요. (웃음) 대학생 때는 꼭 나의 생각과 신념이 담긴 글을 써봐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지만요. 저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해요. 성균지가 그런 글을 쓰는 공간으로 느껴져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가영(수습편집위원):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장소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사적인 대화야 가능하지만, 말을 실천적인 영역으로까지 발전시키지는 못한다는 데서 늘 답답함을 느꼈거든요. 글쓰기 자체에 관심이 있기도 했어요. 교지라는 곳에 들어가면 글을 평가받을 수도 있고요. 내게 어떤 부족한 점이 있는지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잖아요? 하고많은 언론 중 왜 하필 교지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큰 활동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글을 꾸준히 발간한다는 게 예전부터 멋지게 느껴졌고, 더불어 일종의 신내림을 받은 거죠.
은서(수습 편집위원): 고등학교 때 교지부 활동을 했었어요. 대학교 입학하고 내가 1학년을 어떻게 재밌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익숙한 교지편집위원회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근데 고등학교 때 하던 활동은 사실 수동적인 활동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입시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니까요. 저는 다양한 분야에 얕지만 넓게 관심을 두고 있어서 ‘생기부 활동’처럼 일관성 있는 글을 쓰는 게 싫었거든요. 그래서 성균지에 들어오면서는 조금 더 자율적으로 주제를 찾고, 조금 더 주도적으로 사회적인 주제들을 파고들고 탐구해 보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유정(홍보팀장): 영화랑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영상학과에 지원했는데, 하나 간과한 사실이 제가 기계를 진짜 못 다뤄요. 근데 카메라도 기계라는 걸 간과한 거죠. (웃음) 그래서 거의 1년을 거의 도서관에만 틀어박힌 채로 보냈어요. 그동안 영상 작업이 아니더라도 영화에 참여할 다른 방법을 고민했고, 책을 읽으면서 (영화에 관해) 글을 쓰자는 결론을 내려서 성균지에 들어왔어요. 입단한 후 2024년 한 해 동안 편집위원들과 모여서 갖가지 사건들을 취재해 보고, 정치외교학과 복수전공도 하다 보니 영화 바깥의 사회적 문제에도 점점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들어온 이후에 새로운 동기를 찾은 거죠.
Q. 성균지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변화한 건 무엇인가요?
현지(편집장): 저는 문학과 평론을 공부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글을 쓴다’는 건 안으로 파고드는 일이었어요. 반대로 성균지는 외부로 확장되는 글을 많이 써요. 글을 쓰려고 밖으로 나가고 말을 거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1년은 성균지와 데면데면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듬해 갑자기 옵티칼 하이테크 고공농성 현장을 취재하러 경북 구미까지 가게 됐어요. 무엇이 저를 추동한 건진 모르겠지만요. 한창 글도 안 써지고 힘들던 시기였는데, 덕분에 아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사회적 단체인 플랫폼c에서 학생운동을 주제로 발제하는 등 좋은 기회도 얻었죠. 그런 ‘행동하는 글’을 쓰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였어요.
은서(수습 편집위원): 시야가 트인 것 같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제가 되게 많이 아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저는 주변 친구들에 비해서 사회 문제에 훨씬 관심이 많았고, 스스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열려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들어오고 나서 내게도 편협한 면이 있고, 어떤 생각은 틀릴 수도 있구나, 내가 너무 선민의식을 가지고 바라보던 건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어요.
가영(수습 편집위원): 계획적인 글쓰기를 처음 해봤어요. 저는 많은 행동이 직관과 충동으로 움직이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 활동은 단체의 특성상 그럴 수가 없잖아요.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무작정 써오는 게 아니라 기획안을 써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고, 또 적절히 수정해서 글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이런 프로젝트 형식의 글쓰기를 살면서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처음 해보면서 이런 작업의 필요성을 느꼈죠.
유정(홍보팀장): 따뜻하고 멋있는 사람들을 제 머릿속에 많이 저장하게 된 게 큰 변화였어요. 성균지 사람들은 따뜻해요. 예를 들어 저는 술을 잘 못해서, MT나 술게임이 좀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입학했을 때는 대학이란 곳이 생각보다 과격하다고 느꼈어요. 예전엔 제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이상한 채로 있어도 편안하고 즐거운 집단이 있다는 걸 성균지에서 처음 알게 됐어요.
멋있는 사람들은 취재를 하면서 많이 만나는 것 같아요. 전문가 인터뷰를 하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해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영역에도 그 분야의 장인들이 항상 계시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를 다루게 될 때마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되게 다양해지고 많아졌어요. 삶이 좀 더 윤택해진 것 같아요.
Q. 현역 편집위로서, 어떤 성균지를 만들고 싶나요?
유정(홍보팀장): 성균지는 마이너리티를 품고 대중을 향해 나아가는 언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들 중간지대에 있다고 느끼는 것 같고요. 말해지지 않는 주제 중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하는 말이 있지만, 비주류적인 글을 쓰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지금 성균지의 지향점은 그쪽에 있는 것 같아요. 혐오하고 배제하지 않되 안온하고 폐쇄적인 공간도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언론.
서정(부편집장): 겉핥기에 그치지 않는 기사를 쓰는 게 목적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꼭 정치적이거나 소수적인 성격에 국한하기보다, 어떤 주제를 맡았을 때 아주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는 집요함이 성균지라는 언론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에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성균지만이 쓸 수 있는 글은 성균인의 시선에서 배우는 사람의 태도로 심도 있게 공부해야만 나오는 것 같아요.
은서(수습 편집위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어요. 외국인 노동자, 한부모 가정처럼 잘 다뤄지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존재들이 많이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혐오가 거세지기 전에요. 지금까지 성균지가 가져온 정체성도 거기에 있지 않나 싶어요. 학교의 보이지 않던 부분을 조명하는 ‘거미줄을 치다’라는 코너도 있고, 교지 전체적으로도 그런 정서를 공유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성균지가 가진 지금의 열린 분위기를 (구성원이 바뀌었을 때에도) 이어가고 싶고, 그 방법을 자주 고민하게 돼요.
Q. 대학에 대학 언론이, 성균관대학교에 성균지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은서(수습 편집위원): 성균관이 성균관대학으로 개교되던 해에 성균지도 함께 만들어졌단 말이죠. 광복 이후 우리 민족을 재건한다는 과제 속에서 대학과 교지가 시작된 건데, 이런 면에서 성균관대학교와 성균지는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해요. 성균지는 정치적 흐름에 따라 문예지, 학술지, 학도호국단, 자치언론을 거쳐 학생단체가 되는 변화의 과정을 몸소 겪어왔잖아요. 지금의 우리가 또한 그 과정 중에 있고요.
가영(수습 편집위원): 대학교지 중 제일 오래된 교지라는 그 자체로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시대가 변하면서 구성원도 바뀌는데, 그 시대 청년의 생각이 기록된 것 자체에 상당히 큰 의미가 있죠. 저도 고등학교 때 교지들을 다 모으고 있고 지금까지도 제 책장에 꽂혀 있거든요. 그렇게 각자의 책장에 담긴 역사의 증거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단 한 명이라도 교지 한 편이나 한 줄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 데에 성균지의 존재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정(부편집장): 대학언론은 기초과학, 인문학, 철학처럼 당장은 중요하지 않은 듯 보여도 (학생)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의 존재 이유를 실용성에서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필요 없어 보이면 다 사라져야 할까요? 현재 사람들이 잘 안 읽는다고 해도 우리가 우리만의 목소리를 낼 창구는 늘 존재해야 하죠. 요즘 많은 대학에서 그런 자리가 굉장히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소중한 것 같아요.
현지(편집장): 언론을 포함해 분야를 막론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모든 글쓰기는 애초에 배설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써야 해서 쓰는 게 아니라 안 쓰곤 못 배길 것 같아서 쓰는 거죠. 그렇지만 읽히지 않아도 필요하다는 말이 읽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에요. 쓰고 나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똥이 될 수도 있고 거름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대학인으로서 글을 쓰는 건 사실 쓰는 나 자신을 위해 필요한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성균지는 심산인을 위한 것이죠.
세상의 모든 대학언론이 폐간된다고 사람들의 삶은 하나도 안 변하겠죠. 하지만 대학 언론이 사라지면 그 대학 학생이 주체가 되어 학생의 정체성으로 발간하는 지면이 아예 없어져요. 모든 행동이 소속 없는 파편화된 개인의 것일 뿐이고, ‘성균인’이라는 발화자는 없는 거죠. 성균인-우리라는 정체성이 없어진다면 학교라는 곳의 자긍심과 역사, 위상이 성균관대생에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최초의 교지가 창간되고 약 80년 후, 한때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거점이자 열렬한 토론의 장이었던 교지는 탈정치화의 흐름과 함께 역할 소멸, 무관심 속에서 급격히 힘을 잃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0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92개 대학 가운데 22개 대학(11.5%)만이 교지를 운영하고 있다.4) 본지가 개별적으로 진행한 취재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 중 운영 여부가 확인된 교지편집위원회는 약 57여 곳으로 전체 331개의 대학교5)에서 약 17%를 차지한다.6) 교지를 운영 중인 대학은 일반대학 189개 중 45개교, 교육대학 10개 중 6개교, 전문대학 130개 중 단 2개교로,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의 4개교가 2개 이상의 교지를 운영 중이다. 이중 서울 소재의 교지가 절반에 달하는 29개, 수도권으로 확장하면 34개에 달한다. 여기서 국립대 17곳을 제외하면 단 11개의 교지만이 남는다.
2000년대 이후 대부분의 교지가 폐간되거나 발간 중단 수순을 밟았다. 국립대와 수도권 사립대 소속의 교지만이 살아남아 간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겨우 남아 있는 곳마저도 재정난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학교지는 교지대, 학생회비, 학교 예산, 활동장학금의 형식으로 학교로부터 상당량의 재정을 수급하나, 이러한 방식은 학교 내부 상황에 따라 자주 변화·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광고 수주나 외부 지원 없이는 안정적인 재정 운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성균관대 〈정정헌〉은 중앙동아리일 때는 동아리 활동지원금과 외부 후원을 통해 발간을 이어갔으나, 25년 4월 준중앙동아리로 지위가 강등되면서 앞으로의 발간 비용 수급이 불투명해졌다. 25년 11월 동덕여대 〈목화〉는 교지편집비 지급이 끊기면서 텀블벅을 통해 발간 비용을 임시 충당했고, 같은 시기 한양교지편집위원회는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로부터 지원받는 학생회비 예산을 삭감당했다. 12월 서울대저널은 감사위원회에 의한 자치언론기금(이하 자언기) 해산 위기를 겪었다.
만들려는 사람도 읽으려는 사람도 없는 시대에, 대학교지는 대체로 10명 남짓의 소수 인원으로 돌아간다. ‘소수정예’라는 보기 좋은 칭호도 있지만 실상 지원자 자체가 적어진 데서 온 타의적 결과이기도 하겠다. 적은 인원이 100면이 넘는 책 한 권을 발간하기 위해 온 체력과 시간을 쏟아붓는다. 교지 운영의 전반이 개인의 역량과 의지에 9할을 기댄다. 개개인이 역량 이상을 교지에 헌신해야만 다음을 상상할 수 있고, 현상 유지에 그치면 곧바로 후퇴해 버린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를 대상으로 한 동대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언론 운영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난’에서 발생했다.7)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지난 1월 1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대학 내 언론자유 현황을 전했다. 차종관 전(前) 대학알리 대표는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진 비민주적 학도호국단 학칙이 전국 4년제 대학교 72%에 남아있다”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학언론법 수정 발의를 제안했다. 수정 발의안에는 ▲ 대학언론의 설치 의무화 및 업무 정의(안 제19조의4), ▲ 편집권 보장 및 검열 금지(안 제19조의5) ▲ 재정 지원 의무화(안 제19조의6), ▲ 대학언론위원회 설치 및 구제 절차 마련(안 제19조의7 및 제19조의8)의 네 가지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와 같이 고등교육법이 제정되는 경우, 이전과 비교해 대학언론의 법적 보호 범위와 방식이 구체화·의무화된다. 우 의장은 대학 언론 자유 침탈에 대한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며, 1월 23일 간담회 진행을 약속했다. 한편 대학언론법은 그 대상이 대학 부속 기관인 학보사·영자신문사·방송국에 한정되어 있어, 자치독립기구인 대학교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언론 단위 중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인 대학교지는 생존 방안마저 독자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셈이다.
성균지는 구체적인 대학교지의 현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2월 29일 ‘대학교지좌담회’를 개최했다. 정정헌(성균관대), 고대문화(고려대), 용봉(전남대), 서울대저널(서울대)과 대학언론인 네트워크가 공동주최 단위로 함께했다. 10개 이상의 단위가 참여해 교지의 미래를 함께 논했다.
4) 오대영, 홍성철, 윤희각, 정용복, 전유진, 「대학 언론 현황과 발전 방안」, 한국언론진흥재단, 2025.10.31., (https://www.kpf.or.kr/front/research/selfDetail.do?seq=600171) 다만 이는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언론사만을 한정한 것으로, 교수·학생이 운영하는 언론은 조사 대상에 속하지 않아 자치언론이 대다수인 교지편집위원회의 실질적인 수를 반영하지 못한다.
5) 한국교육개발원, 대학교 수(시도/시/군/구), 2026.01.12.,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YL21181&conn_path=I2 최종 방문일: 2025.1.13.)
6) 대학언론인네트워크가 제공한 대학언론 리스트(25.11 기준)와 대학교지네트워크(이하 대교넷)·여성교지네트워크(이하 여교넷) 소속 단위, 「전국대학및전문대학정보표준데이터」를 참조해, 2025년 기준 1년 이내 발간·신입위원 모집 이력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운영 내역이 웹상에서 확인 가능한 교지의 수를 산출한 값이다. 발간명이 ‘문집’인 경우(서울대학교 퀴어플라이·디스에이블 등), 대교넷·여교넷에 소속되지 않은 자치언론 단위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구체적인 리스트는 성균지 인스타그램(@skku_magazine) 및 아래 링크 참조.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ucbIxeo34H5OjBYDYPsXiiShWll2ip9llgrCC7nUIBI/edit?gid=0#gid=0)
7) 우성제, 「위기의 대학신문, 그 현황과 해법은?」, 동대신문, 2019.5.31., (https://www.donggukmedia.com/news/articleView.html?idxno=31572 최종 방문일: 2026.1.11.)
1장. 구조적 어려움(들): 재정, 자치권, 편집실
1부에서는 정정헌, 용봉, 서울대저널이 발제했다. 각 단위는 학교 및 학내기구와의 문제로 재정·운영 위기를 겪은 사례를 공유했다.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편집위원회 정정헌은 학내 인권단위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회적 인권 의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성소수자모임 퀴어홀릭의 경우, 아웃팅의 위험 때문에 실명 명부 수합이 불가능해 활동을 증명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장애인권법정책동아리 이퀄은 장애당사자 학우의 감소와 지속된 인력난으로 중앙동아리 재등록 요건 충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우베(필명) 정정헌 편집위원은 “소수자의 인권을 다루는 집단은 소수이기 때문에 사라지거나 보이지 않는다”며, 정량적인 기준으로는 보이지 않게 되는 인권 단위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를 강조했다.
총학생회 산하 기구였던 전남대의 용봉교지편집위원회(이하 용봉)는 2021년 전학대회에서의 투표로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 용봉은 현재 “후원과 광고비, 자체 사업비로 (예산을) 충당하고 있으며, 특히 대학 동문 및 외부 후원 의존도는 53.9%에 달하며, 광고 수익은 24%, 외부 기고료 등 기타 예산으로 나머지 4.2%를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행 부수 감소, 간담회·토크 콘서트와 같은 대중 사업 축소 등 용봉은 운영 전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 자체 디자인 ▲ 특별호 발간을 통한 추가 광고 ▲ 국어문화원 ‘우리말 가꿈이’ 활동 ▲ 학내 언론 정기 기고 등 재정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새로운 통로를 찾았다. 자치언론 서울대저널은 총학생회산하기구 자언기를 통한 재정 수급 방식을 설명하며 참고 대상으로 제안했다. 천세민 서울대저널 편집장은 자언기가 여러 한계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아리나 타 자치단체가 아닌 자치언론의 위치에서 언론 활동의 특수성을 감안해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
자치언론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 역시 하나의 과제다. 학내 언론으로서 존재를 어필하고 학내 구성원의 관심을 끌어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본부나 이사회, 학생대표자 등을 견제하는 기사를 써서 자치언론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기사 작성뿐 아니라 공청회를 열거나 성명을 내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언론과 독자를 잇는 여러 자리를 모색하는 방법이 있다. (서울대저널)
교지 활동이 학내 대중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학생사회가 인권 담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 학생대표자 및 학생기구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많다는 점 등이 언급되었다. 전 총학생회 소속의 엄정후 고대문화 편집장은 “(학생기구는) 인권이나 진보적 의제를 다루는 단체를 승인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로 읽힐 것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김수환 서울대저널 기자는 “우리도 언론으로서, 혹은 교지로서 학내 민주주의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존재들”이라며, “(이러한 언론 단위를 보호할 수 있는) 지금과 다른 학생 자치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도 언론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 ‘읽히는’ 교지 ‘만들기’ 라는 두 문제
2부에서는 교지 운영과 홍보를 주제로 성균지, 고대문화,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이하 대언넷)가 발제했다. 각 단위는 교지의 지속을 위한 가능한 실천들을 공유했다. 80년대 학생운동을 지나 교지의 역할이 소멸되며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후 쉽고 대중적인 글을 선택한 교지는 빠르게 탈정치화되어 특색을 잃어버리고, 정치적 성격을 이어간 교지는 대상 독자의 낙인과 거부감을 감수해야 했다. 두 방향 모두 결국 독자와 편집위원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만큼은 동일했다. 진퇴양난의 상황 속 교지는 어떻게 ‘읽히고’ ‘만들어질’ 수 있을까.
본지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교지 공동체의 성격을 유지할 방법에 대해 발제했다. ▲ 회칙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교지 발간의 행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 혐오 발언과 권위적 운영을 제한하는 평등약속문 등을 통해 최소한의 보루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또한 기 존재하는 대학교지 네트워크가 소속 교지 감시와 보호를 맡아 목소리 내는 공적 단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좌담회 등 현직자들 간의 교류 활성화는 물론 교지 동문과의 연결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기적으로 좌담회처럼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어떨까 싶어요. 방학을 활용해서 공동 세미나를 한다든지, (···) 교지의 현황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교지 발간 과정, 세미나 방식과 내용, 각종 교육자료 같은 것들을 공유하고 서로 사용할 수 있게 해서 서로를 도울 기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용봉)
대언넷은 ▲ 대학언론발전기금8) 마련 ▲ 비민주적 학도호국단 학칙 폐지 ▲ 공동편집실 및 통합 플랫폼 마련 등 네트워크 차원에서 교지 활동을 보조할 여러 구체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대언넷은 학도호국단 학칙의 불법성이 확인된 피해 사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계획하고 있으며, 교육부 또한 대통령실을 통해 대학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대학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할 것을 밝힌 바 있다.9) 또한 교지 내부의 콘텐츠 혁신 노력이 필요함도 강조됐다. 〈대학내일〉의 빈자리를 교지가 채울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주제와 난도에 있어 범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주영 대언넷 정책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외부의 비판을 백래쉬라고만 규정하며 변화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고립과 퇴출을 자처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교지는 대학언론 중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고 수려한 글을 쓸 수 있는 가장 열린 광장입니다. 매력적인 콘텐츠로 학교 밖의 독자까지 우리 편으로 만들 역량이 있습니다. 타깃 독자를 교내 구성원에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모교를 상징하는 매거진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한편 교지를 조금 더 쉽게 가볍게 구성하는 것이 교지의 독자 수를 유의미하게 증가시키지는 않았다는 점과, 사회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애매한 위치에서 되레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어려움도 제시됐다. “인권 단위 중 가장 입장이 불안정하고, 언론 단위 중 가장 지위가 불안정한 것이 교지”라는 본지의 발제 내용에 공감하며, 교지의 특수성을 감안해 지역과 공동체 단위에서 독자와 지지자를 찾아내고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8)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에서 25년 9월부터 대학언론발전기금 정기후원자를 모객하고 있다. 자금이 적절히 마련되는 경우 교지가 재정적인 위기에 처했을 때 긴급하게 발간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9) “대통령실, 대학 내 언론자유 관련 정책제안에 회신”,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2025.10.29., https://www.univjournalist.network/policyactivities/?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8404715&t=board
그 글이 어디에, 어떻게 닿을지, 무슨 반응과 변화를 야기할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저 무책임하게 편집실이라는 독방에서 목소리를 내고 그것의 메아리를 들으며 자기만족하는 것에 그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는 유사-정치(운동) 집단으로 자신을 규정함으로써 정치적이지 않은 활동을 정치적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대문화)
고대문화는 교지가 가볍고 대중적인 내용을 담는 것은 대학 내 정치적 담론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없애며 “문제에 끌려다니는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반대로 (학생) 대중 설득을 포기해 버리는 것은 안온하고 다정하고 무해한 편집실에서 괴사해버리는 것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교지의 언어를 확장해 텍스트 바깥으로 나가자고 제안했다. 텍스트에 붙들리기보다 운동-투쟁이라는 행위 또한 언어의 일종임을 인지하고, 교지의 위기를 주조한 현실을 바꾸는 실천적 행위를 통해 학생들에게 정치적으로 ‘읽혀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학생들에게 ‘읽힐’ 것인지에 대한 교지의 독자층 설정도 뜨거운 화두로 올랐다. 장기적인 독자 하락 추세에서, 교지는 현실적으로 미독자를 새로운 독자로 끌어들이는 것과 현재 관심을 가지는 사람과 독자를 더 많이 붙잡는 것 중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더 많이 읽히기 위한 것보다도 누구를 위해서 어떤 교지를 쓸 것인지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논의해야 한다는 데에 많은 참가자가 동의했다. 엄 편집장은 “지금 당장의 목표는 조금이라도 사회구조에 대한 인식과 불만을 가진 사람을 심도 있는 곳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교지좌담회는 대학교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공유하고 있는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필요한 내부적 변화를 파악하는 자리였다.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정권의 강한 탄압 속에서 언론·정치·대학으로부터 조금씩 빗겨난 위치에 있던 대학교지는 학생이 정치와 운동에 대해 토론하고 사유하는 장소로 기능했다. 대학과 제도와 정권 모두에 반기를 들던 대학교지의 정치적 입지와 사회적 활동의 기반은 당연하게도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와 관심에 있었다. 교지의 위기를 곧 우리 학생의 위기이자 우리 국민의 위기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운동이라는 지반이 사라진 지금, 교지는 새로운 지형 위에서 새로운 존립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재정난, 인력난, 탈정치화, 지위 불안 등의 여러 문제가 가능해진 것은 강력하고 끈끈한 지지기반이 없다는 데서 상당량 기인한다.
현재 남은 50여 개의 교지 중, 어떤 곳은 우연히 헌신할 편집위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조금씩 수명을 연장할 수도, 어떤 곳은 전문성과 영향력을 키워 기성언론에 준하는 힘을 품을 수도 있다. 성공적인 상품화를 통해 영리 매체로의 전환을 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기적인 안정과 교지 일부의 (자본적인) 성공 사례가 대학언론—교지의 위기를 종식할 수는 없다. 교지를 읽는 시간이 ‘좋은 소비’가 될 것이라고 영업하는 건 교지가 해야 할 일도 아니다. 함께 위기에 처했다는 예술과 비평과 마찬가지로 교지 또한 “한 번도 수익성이 좋거나 서비스화하기 좋았던 적이 없다.”10) 문제는 그런 게 아니다.
대학교지가 대학인을 위한 것이라면, 교지는 다만 학생사회의 물음에 기꺼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교지의 위기는 우리의 위기인가? 학내와 지역사회의 소수적 담론들을 공론장에 올릴 자리가 없어진다···는 돌림노래로는 당연하게도 부족하다. 독자를 무지에서 일깨워주겠다는 오만은 오답이다. 이들이 토로하는 교지의 불안들을 두루 아우르는 ‘위기’라는 수사는 누구에 대한 것인가? ‘교지의 위기’에서 ‘교지’가 일컫는 것이 편집위원뿐이라면, 그러니까 어떤 비문학 글쓰기 동아리가 사라지기 직전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면, 냉정히 말해 대학사회는 구체적인 교지들의 존재와 형식과 내용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우선순위에 놓일 수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켜주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언론에는 각기 다른 목표와 기대를 품은 학생들이 모인다. 신문사, 영자신문, 방송국, 교지, 수많은 크고작은 자치언론들에. 글을 잘 쓰고 싶거나 글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 언론사 입사를 지망하거나 (대학)사회에 관심이 많은 사람, 소소한 일상을 담고 싶은 사람과 거창한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이. 무슨 이유로 찾아온 누구든 이곳-지면은 공평하게 ‘행동’하고 ‘확장’할 것을 요구하고, 모든 학생-언론인은 점차 견고한 ‘나’와 ‘우리’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법을 배운다. 현실과 수업, 학교와 사회, ‘우리’와 타자, 나와 네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론은 그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잇고 가로지르고 횡단할 수 있다. 우리는 그 배움의 기쁨과 매혹을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쓴다. 실망하고 절망하는 순간마저 나누기 위해 말을 건다. 대화에 성공한다면, 우리가 함께 짊어진 괴로움은 사라질 수도 있다. 그것이 착각이든 자기위로든 정의구현이든 사회변혁이든 간에. 그래서 우리-그들은 우리-대학언론을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2025년 11월 우리 대학에서 진행된 제6회 소동제 ‘소란스러운 움직임’의 입퇴장 부스에서는 수많은 성균인이 남긴 ‘우리가 원하는 성균관’이 적혀있었다. 학우들은 “혐오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 “모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학교”, “할 말 다 할 수 있는 학교”,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바란다고 적었다. 대학교지는 (대학)사회가 교지를 필요로 하도록 만듦으로써 실천할 수 있다. 교지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지금과는 다른 학생사회의 모델을 제시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교지는 ‘모두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혐오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있다면. 대학언론은 “조건 없이 존재”11)하는 대학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우리라면, 그런 사건을 칠 수 있다. 교지는 당신을 위해 있다.
10) 남왈리 서펠, Critical Navel-Gazing: If criticism is in crisis, it’s not the critic’s problem, 『Yale Review』,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24.6.10., (번역문: 살라이바 플라스, “비평적 배꼽-바라보기 번역”, 2026.1.5., (https://blog.naver.com/loveisadogfromhell 최종 방문일: 2026.1.14.))
11) 자크 데리다, 『조건 없는 대학』, 조재룡 역, 문학동네, 2021, 13쪽., ‘조건 없이 존재하는 대학’이란 읽고 쓰고 토론하며 비판과 토론과 불화와 불복종을 만드는 ‘새로운 인문학’의 터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