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_아카데믹
수습편집위원 최서현
2025년 여름, 포뮬러 자동차들의 치열한 레이스를 주제로 한 ‘F1: 더 무비’가 흥행하면서 한국에서도 F1 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F1이란 Formula 1의 약자로, 포뮬러 자동차 레이싱 대회 가운데 최상위 등급을 의미한다. 축구나 야구의 1군 리그와 비슷한 개념이다. F1은 크게 포뮬러 자동차의 성능, 드라이버의 주행 능력, 주행 전략이 경기 결과를 좌우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요소는 바로 포뮬러 자동차의 성능이다. F1에서 겨루는 것은 결국 ‘어느 팀이 더 빠르고 안정적인 자동차를 만들었는가’이기 때문이다. 빠르고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포뮬러 자동차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이자 한국자동차공학회 제38대 회장으로서 국내 미래 자동차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황성호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본격적으로 포뮬러 자동차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먼저 F1이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자.
F1이라 하면 보통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주관하는 FIA 포뮬러1 월드 챔피언십을 의미한다. 각 팀은 자체 제작한 포뮬러 카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서킷을 돌며 시즌 챔피언을 가린다. 이 대회에는 10개 팀이 참가하며, 각 팀별로 2명의 선수가 출전하여 총 20명의 드라이버가 경쟁한다.
대회는 보통 3월에서 12월까지 진행되며,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약 20회 이상의 라운드가 개최된다. 각 서킷의 길이는 한 랩당 3~7 km 정도이며, 전체 레이스 거리가 약 300 km가 되도록 랩 수가 정해진다. 각 라운드는 보통 금·토·일 3일간 진행되며, 금요일에는 프랙티스 세션 1, 2, 토요일에는 프랙티스 세션 3과 퀄리파잉(예선), 일요일에는 그랑프리 본선이 펼쳐진다.
프랙티스 세션은 말 그대로 연습 주행으로, 이 과정을 통해 드라이버와 엔지니어들이 차량을 세팅하고 주행 데이터를 확보한다. 퀄리파잉은 Q1, Q2, Q3로 나뉘어 진행된다. Q1에서는 20명의 드라이버가 모두 랩 타임을 기록하고 가장 느린 5명이 탈락한다. Q2에서는 남은 15명 중 하위 5명이 탈락하고, Q3에서는 상위 10명이 최종 랩타임을 기록해 가장 빠른 순서대로 본선 출발 그리드를 배정받게 된다.
각 라운드 본선 결과에 따라 1위부터 10위까지 포인트가 주어지며, 시즌 동안 누적된 포인트로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World Drivers’ Champion)과 월드 컨스트럭터 챔피언(World Constructors’ Champion)이 결정된다. 2025년 컨스트럭터 챔피언은 팀 맥라렌, 드라이버 챔피언은 맥라렌의 랜도 노리스 선수였다.
“F1은 자동차, 의학, 심리학, AI, 공학 등 각 분야의 최고 기술이 집약된, 기술의 정점입니다.”
황성호 교수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는 F1을 자동차 분야의 정점으로 표현했다. 지난 30여 년간 자동차 연구와 발전의 역사를 함께 해 온 그가 F1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포뮬러 자동차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
2015-2018 한국자동차공학회 전기동력자동차부문 회장
2021-2024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2025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
자동차 차체를 설계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한데, F1 자동차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는지 궁금합니다.
자동차 뼈대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은 크게 ‘바디 온 프레임’과 ‘모노코크(유니바디)’가 있습니다. 자동차는 엔진과 서스펜션이 장착된 ‘프레임’과 사람이 탑승하는 부분인 ‘바디’로 나눌 수 있어요. ‘바디 온 프레임’은 프레임과 바디가 분리된 구조로,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제작과 수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어 주로 트럭이나 화물차에 사용돼요. ‘모노코크’는 바디와 프레임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 방식으로, F1에서는 탄소섬유 복합재(CFRP)를 여러 겹 적층한 뒤 고온·고압에서 굳혀 제작돼요. 이 방식은 가벼우면서도 매우 강한 구조를 만들 수 있어 포뮬러 자동차에 특히 적합한 구조라 할 수 있죠.
뉴턴의 제2법칙에 따르면, 같은 힘이 작용할 때 질량이 작을수록 가속도는 커지게 되죠. 모노코크 구조는 불필요한 중량을 줄여 차량의 가속 성능을 높이는 데에 기여해요. 특히 F1에서 모노코크는 거대한 다운포스와 서스펜션 하중을 견디면서도 차체 변형을 최소화해 차량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F = ma (F = 힘, m = 질량, a = 가속도)
모노코크 방식은 자동차를 가볍게 만들기 때문에, 충돌이 잦은 F1 경기에서는 오히려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F1 포뮬러 자동차는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이 운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게 초고강성 ‘생존 셀(survival cell)’로 설계되어 있으며 차체 앞뒤에는 ‘크럼플 존(crumple zone)’을 두어 의도적으로 찌그러지면서 충격 에너지를 흡수해요. 따라서 F1에서의 모노코크 구조는 경량화를 위한 타협이 아니라, 경량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최첨단 구조 설계라고 볼 수 있어요.
F1 자동차 주행 성능에 있어 다운포스(Downforce)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들었어요. 다운포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교수님의 언어로 설명 부탁드려요.
다운포스(Downforce)는 자동차가 주행할 때 차체를 지면 쪽으로 눌러주는 공기 역학적 힘을 말해요. 자동차가 빠르게 달릴수록 차체가 들뜨려는 경향이 커지는데, 다운포스는 이를 억제해 타이어 접지력과 주행 안정성을 크게 높여줄 수 있어요.
다운포스는 베르누이 정리를 포함한 공기역학 원리로 설명할 수 있어요. 베르누이 정리는 ‘유체가 빠르게 흐를수록 압력이 낮아진다’라는 관계를 나타내며, 이를 식으로 쓰면 유체의 위치가 크게 변하지 않을 때 속도(v)가 증가하면 압력(P)이 감소함을 의미해요.
다운포스에 대해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항공기에서의 베르누이 원리와 비교하여 설명해 볼게요. 항공기 날개의 단면을 보면 위쪽은 볼록하고 아래쪽은 평평한 모양이에요. 이런 형상 때문에 날개 위쪽을 흐르는 공기는 아래쪽보다 더 빠르게 가속되죠. 여기서 우리는 앞서 살펴본 베르누이 원리에 의해 날개 위쪽의 압력이 더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힘은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아래에서 위로 힘이 작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항공기가 떠오를 수 있는 거예요.
항공기와는 반대로, 포뮬러 자동차에 달린 리어 윙은 위쪽이 평평하고 아래쪽이 볼록한 모양을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아래쪽을 흐르는 공기가 더 빠르게 가속되어 압력이 낮아지고 압력이 높은 위쪽에서 압력이 낮은 아래쪽으로 힘이 작용하게 되는데, 바로 이 힘이 ‘다운포스’예요.
타이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 접지력(F)은
으로 나타낼 수 있어요. 이때 다운포스가 커지면 타이어가 지면을 누르는 힘(N)이 커지고, 그 결과 접지력(F)도 함께 커져 자동차가 더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돼요.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는 직선으로 가려 하는 힘인 관성 때문에 바깥쪽으로 튕겨 나가려 하는데, 이를 붙잡아 원운동을 하게 해주는 힘이 바로 구심력이에요. 필요한 구심력(F)은
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코너링이 가능한 조건은 이 구심력이 타이어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 접지력을 넘지 않는 경우예요. 따라서 다운포스가 증가하여 접지력이 커지면, 타이어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 구심력도 함께 커지게 되고, 더 큰 속도로도 코너를 돌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처럼 다운포스는 차량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코너에서의 주행 속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F1 대회 규정상 포뮬러 자동차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엔진 크기는 점점 작아져, 2014년부터는 V6 엔진(터보, 하이브리드)을 사용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V6 엔진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FIA(국제자동차연맹)에서는 F1에서 포뮬러 자동차가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규정하고 있는데, 2014년부터 현재까지는 1.6L V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어요. 터보는 엔진에 더 많은 공기를 압축해 넣어 연소량을 늘림으로써 출력을 높여주는 장치이고,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동력 시스템이에요. 1.6L V6는 V자 형태로 배열된 6개의 실린더가 총 1.6L의 배기량을 갖는다는 의미예요. 일반적으로 엔진은 배기량이 커지거나 실린더 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공기와 연료를 연소시킬 수 있어 높은 출력을 얻기 쉽고, 회전이 보다 부드러워지는 장점도 있어요. 다만 실린더가 많아질수록 엔진 크기가 커지고 무게도 함께 증가하게 되죠. 일반 자동차에서는 공간과 연비를 고려해 주로 4기통 엔진이 사용되지만, F1에서는 더 높은 출력과 회전 안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6기통 엔진을 사용해요. 이때 실린더를 V자 형태로 배열하면 길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공간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V6 엔진의 장점이에요.
F1 대회 규정상 포뮬러 자동차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엔진 크기는 점점 작아져, 2014년부터는 V6 엔진(터보, 하이브리드)을 사용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V6 엔진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F1에서는 타이어를 언제 어떤 것으로 교체하는지가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들었어요. 포뮬러 자동차에 사용되는 타이어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타이어는 지면과 직접 맞닿는 부품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해요. 타이어의 종류, 교체 시기 등이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포뮬러 자동차에서 타이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F1에서 포뮬러 자동차는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타이어를 사용하는데, 비가 올 때는 보통 홈이 파여 있는 Wet 타이어를 이용해 홈 사이로 물을 배수해요. 이렇게 수막(水膜)을 제거함으로써 타이어와 노면이 직접 접촉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실질적인 마찰력과 접지력이 유지되어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요. 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매끈한 표면을 가진 Dry 타이어를 이용해요. Dry 타이어는 크게 소프트, 미디엄, 하드로 나눌 수 있어요. 소프트 타이어는 접지력이 높아 빠른 속도의 주행이 가능하지만 금방 마모된다는 단점이 있어요. 반면 하드 타이어는 내구성이 높아 장거리 주행에 유리하지만, 접지력이 낮아 코너링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죠. 미디엄 타이어는 소프트와 하드 타이어의 중간 정도 특징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 종류의 타이어로 300km가 넘는 거리를 주행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포뮬러 자동차는 F1 경기 도중에 타이어를 교체해야 해요. 이렇게 타이어 교체, 차량 점검 및 수리 등의 작업을 진행하는 공간을 피트라고 불러요. 드라이버들은 팀과의 무선 통신을 통해 주행 전략상 유리한 시점에 피트로 들어와 타이어 교체 및 가벼운 수리를 진행해요. 이를 피트 스톱(Pit Stop)이라고 불러요. 피트 스톱은 경기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과정이에요. 보통 3초 이내로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작업을 진행한답니다. 현재 기록된 가장 빠른 피트 스톱 시간은 2023년 카타르 그랑프리에서 맥라렌이 기록한 1.80초예요.
F1 레이싱은 매우 빠른 속도로 여러 대의 자동차가 함께 달리는 만큼 위험성이 커요. 그래서 드라이버의 안전을 위해 운전석 위쪽에 ‘헤일로’라는 안전장치를 설치한다고 하던데요.
헤일로는 드라이버를 보호하기 위해 운전석 위쪽에 Y자 모양으로 설치하는 안전장치예요.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헤일로는 무게가 8kg 정도로 가볍지만, 12톤 이상의 하중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충격 흡수와 드라이버 보호에 최적화되어 있죠. FIA는 경기 중 발생하는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 헤일로 장치를 도입했어요. 실제로 2018년 벨기에 그랑프리에서는 페르난도 알론소의 차량이 샤를 르클레르의 머신 위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헤일로가 드라이버의 머리 공간을 보호하며 큰 부상을 막을 수 있었어요. 2020년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로맹 그로장의 차량이 가드레일을 뚫고 화염에 휩싸였을 때도 헤일로가 운전석 공간을 지켜 그의 생명을 구했죠. 이처럼 헤일로는 F1에서 드라이버 안전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장치로 평가받고 있어요.
우리가 흔히 즐겨보는 축구나 야구와 달리, F1은 공기역학과 기계공학, 물리학, 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 집약된 스포츠다.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요소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F1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어느 순간 레이스의 출발을 알리는 다섯 개의 레드 라이트가 꺼지고 수십 대의 머신이 치열한 승부에 뛰어드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포뮬러 자동차의 성능과 팀의 전략, 그리고 드라이버의 선택이 만들어내는 드라마 같은 승부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깊은 매력을 지녔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F1과 포뮬러 자동차는 이 거대한 세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섯 개의 레드 라이트가 꺼지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그 찰나의 전율을 마주해봅시다.
It's Lights Out And Away We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