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돌이 되어버린 플라스틱을 아시오?

코너_생태위기

by 성균지

수습편집위원 임찬수

image.png 장한나, 〈같거나 다른: 기공〉, 2025, 수집된 플라스틱, 천연석, 52×52×6cm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여기 여러 돌을 수집해 놓은 작품이 있다. 혹시 볼수록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언뜻 보기엔 모두 평범한 돌 같지만 사실 작품 속에는 두 종류의 돌이 있다. 하나는 수만,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되고 깎인 화성암이고, 또 하나는 세상에 나온 지 200년이 채 되지 않은 암석화된 플라스틱이다.

당신은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가?


이는 장한나 작가의 작품 〈같거나 다른: 기공〉이다. 장한나 작가는 작품에서와 같이 암석화된 플라스틱을 통칭해 ‘뉴 락’이라 이름 붙이고 전시를 통해 그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한편 과학계는 이 암석화된 플라스틱을 형성 과정과 성분에 따라 세분화하여 연구하고 있는데, 2014년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를 시작으로 2019년 파이로플라스틱, 2022년 플라스티타르 등 새로운 유형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자연스럽게 뉴 락의 정의 또한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이제 전 세계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뉴 락은 결코 사소하게 넘길 수 없는 현상이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UC 산타바바라) 환경과학과 롤랜드 가이어 교수에 따르면 본격적인 대량생산이 시작된 1950년부터 2015년까지 플라스틱의 누적 생산량은 83억 톤에 달한다. 그리고 이 중 63억 톤은 쓰레기로 버려졌다. 어쩌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영원히 인공물로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된 가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무책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이제 자연에 편입되어 새로운 암석이 되어가고 있다.


연간 소비되는 600억 마리 닭의 뼈, 핵실험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그리고 플라스틱. 이들은 모두 인류세(人類世)를 논의할 때 대표적인 증거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플라스틱이 변한 뉴 락은 인간의 무절제한 생활이 만들어낸 결과를 보여주는 직관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일까 아니면 인류를 향한 자연의 경고일까? 만약 경고라면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야 할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전국의 해변을 돌며 뉴 락을 수집하고 탐구해 온 장한나 작가를 만났다.


1.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독자들을 위해 작가님 본인 소개와 뉴 락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 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 장한나입니다. 그리고 수년간 뉴 락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사회의 플라스틱 문제와 인간의 욕망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뉴 락 프로젝트 덕분에 예전보다 저와 제 작업에 관해 관심을 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2. 작가님께서는 10년 가까이 해변과 강가를 다니며 뉴 락을 수집해 오셨는데요, 작가님을 이 긴 여정으로 이끈 첫 번째 뉴 락을 발견했을 때의 기억이 궁금합니다.

A. 기억이 약간 가물가물하긴 한데요…(웃음) 2017년에는 제가 원자력 발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를 위해 원전 근처에서 관찰을 자주 진행했는데, 원전의 특성상 바닷가 근처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근 해변도 답사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곳은 일반 해수욕장과 달리 지자체의 관리가 닿지 않아서 커다란 냉장고나 비닐봉지같이 온갖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된 날것의 상태였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그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반짝이는 하얀색 특이한 돌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수석처럼 예쁜 모양이라 들어서 살펴보니 스티로폼이었어요. 풍화된 스티로폼이었던 거죠. 돌처럼 아름다운 형태인데 본질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불편한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켰습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그냥 두고 왔지만, 이후 다른 작업을 위해 갔던 제주도 바닷가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플라스틱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아, 이게 어느 바다에나 있구나.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라는 자각과 함께 본격적으로 뉴 락을 탐구하고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3. 현장에서 직접 보셨을 때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 플라스틱이 얼마나 뉴 락으로 변화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어느 바닷가를 언제 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요. 사실 개방된 바닷가 같은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예산을 들여 꾸준히 청소하고 있거든요. 청소한 다음 날 가면 깨끗하고, 청소하기 전날 가면 쓰레기가 쌓여 있는 식이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원자력 발전소 인근이나 군사 지역처럼 민간인의 접근이 어렵고 정기적인 청소가 이루어지지 않는 해변은 많은 양의 플라스틱과 뉴 락이 쌓여 있습니다. 작업을 하는 저로서는 침을 흘릴 정도로 많은 양이 방치되어 있죠. (웃음)

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은 깨끗한 해수욕장만 보기에 심각성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스템이 보이지 않게 계속 '지우개'처럼 쓰레기를 지워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청소 시스템이 없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양의 플라스틱이 실체를 드러낼 거예요. 또 청소된 바닷가라고 뉴 락이 없는 건 아니에요. 뉴 락은 자연석과 비교해서 확연한 무게 차이가 나지만 겉모습만 보면 구분되지 않을 만큼 변해버린 경우도 많거든요. 실제로 청소가 된 다음 날에 가도 그런 뉴 락들은 여전히 남아있어요. 어쩌면 바닷가에서 무심코 돌인 줄 알고 지나쳤던 게 사실 뉴 락이었을 수도 있는 거죠.


4. 작가님께서는 재활용 쓰레기나 원전과 관련된 프로젝트도 하시고 생태위기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생태위기를 보여주는 여러 요소 중에 뉴 락을 프로젝트 소재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원전 관련 프로젝트는 방사선 피폭 위험 같은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고, 기후 위기는 분명 실재하지만 피부로 체감하기엔 속도가 느리고 막연하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뉴 락은 우리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뉴 락을 보면 이 돌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또 인간의 행동이 자연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가 시각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죠.

저는 이미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은 문제가 체감되지 않아도 환경을 위해 여러가지 실천을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 생태위기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이 생태위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와닿지 않는 막연한 경고보다 뉴 락처럼 쉽고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소통 방식이라고 판단해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게 되는 것 같아요.

5. 과학 논문이나 뉴스 등이 아닌 예술 작품을 통해 생태위기를 알린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다른 형식들과 다르게 예술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과학계 분들이 제게 연락을 주실 때가 있어요. 그분들도 과학과 관련된 지식이 때때로 대중에게 너무 어렵거나 괜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저도 뉴 락 프로젝트에 대한 참고 논문을 읽을 때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거든요. 현대인들은 이미 삶이 고달픈데 또 어려운 걸 하기란 쉽지 않죠.

반면 예술은 비교적 가볍고 접근하기 쉬워요. 저는 여기서 문턱을 한 번 더 낮추기 위해 개인전을 할 때도 카페나 비건 음식점처럼 일상적인 공간을 택하곤 합니다. '쉽게 다가가지만, 깊게 파고드는 것', 그게 제가 예술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에요. 저는 예술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음악이나 시가 마음에 깊이 남는 것처럼 예술은 감각적인 울림을 줘요. 제 작품으로 꼭 어느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진 못하더라도, 어떤 생각할 지점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은 있네요.


6. 작가님은 작품에서, 자연이 인간의 영향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변화해 적응한 모습을 신자연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셨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신자연'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기존에 정의되던 자연과 무엇이 다른가요?

A.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중요한 개념의 정의를 먼저 찾아보는 편인데, '자연'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인간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것'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지구상에 인간의 힘이 닿지 않은 자연이 과연 존재할까?’

장한나 작가의〈신자연, 뉴 락 속 개미〉는 흙 대신 스티로폼에 서식지를 짓고 살아가는 개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미 토양과 대기에서 대표적 인공물인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 생명체의 장기에서도 발견이 되죠. 기후와 날씨 같은 자연 시스템도 인간의 탄소 배출로 인해 바뀌고 있잖아요. 결국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정의했던 자연을 지구에서 지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그 결과로 지금처럼 인간의 힘이 들어간 새로운 상태의 자연을 마주하게 되었고 저는 이를 기존의 자연과 구분하여 신자연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7. 플라스틱은 흔히 인간이 만들어낸 대표 물질로 표현되곤 합니다. 먼 미래, 후손이 플라스틱과 뉴 락을 통해 21세기 인류를 어떻게 정의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A. 먼 미래에 인류, 혹은 다른 존재가 지금 인류의 흔적을 발견한다면 우선 되게 뭘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할 거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미래의 존재들은 우리 시대를 빗맞혀 해석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할 것 같다는 얘기죠. 쉽게 예를 들면 패스트 패션이 있어요. 합성 섬유(플라스틱) 덕분에 우리는 엄청난 양의 옷을 찍어내고 또 버릴 수 있습니다. 순면이나 가죽만으로는 불가능했을 일이죠.

미래 후손들은 이렇게 쌓인 거대한 쓰레기 지층을 보며 '분명히 생존에 필요한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었을 거야'라고 추측할 거예요. 왜냐하면 자신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 물질을 아무런 대의명분 없이 이토록 많이 만들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실상은 너무나 단순하고 허망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였죠. 더 숨겨진 이유가 더 있을 것만 같은 이 허무한 진실과 압도적인 쓰레기양 사이의 괴리 때문에 미래 인류는 인지 부조화를 겪지 않을까 생각해요.


8. 작가님께서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 오셨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공존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자연과 인간이 공존한다고 할 때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사실 자연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오히려 인공적인 것들이 사라져야 자연이 본래 모습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겠죠. 하지만 반대로 인간은 자연 없이는 단 하루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딛고 선 땅, 먹는 음식, 아니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석유까지, 결국 모든 것이 자연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공존이 간절하게 필요한 쪽은 자연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에요. 우리가 더 건강하고 안녕한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내 주변의 환경을 잘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공존이자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인 셈이죠.


9.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하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지만, 소비를 줄이기는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생태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미래세대, 특히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태도나 행동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거창한 것보다도 자신의 삶과 직업 현장에서 습관적으로 행하던 소비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에는 미술계가 될 수 있겠죠. 보통 전시를 하면 작품에 맞춰 매번 새로운 좌대(받침대)를 만들고 전시가 끝나면 폐기하거든요. 저는 웬만하면 벽에다가 설치하거나 아니면 미술관에 전 전시에서 쓴 폐기될 좌대를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작품을 좌대에 맞추는 것이죠. 그러면 처음엔 미술관 관계자분들이 당황해하세요. 왜냐하면 보통 작가님들은 자신의 작업에 맞춰 멋진 좌대를 만들길 원하시거든요. 저는 그런 생산과 소비를 새로 하고 싶지 않아요. 또한 이런 행동 자체도 의미 있지만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제 얘기를 들은 미술계 관계자분들이 '매번 새로 좌대를 만들고 부수지 않아도 전시할 수 있구나'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제가 제 자리에서 실천하는 방식이에요.

대학생분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소비를 고민해 보는 거예요. 대단한 환경 운동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에 약간의 변화를 준다는 건 쉬워 보이지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대학생은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일도 예로 들 수 있겠죠. 처음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개개인은 모두 소비자이기 때문에 기업가는 기업 운영에서, 정치인은 정책에서 소비를 줄여나가도록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소비를 줄이려고 고민할 때 비로소 세상은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메시지는 아주 단순한 거 같아요. 우리는 우리가 만든 새로운 자연을 마주하고 있다”





장한나 작가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활동 때문에 지구에 새로운 존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작가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도 섣부른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충격을 받든, 외면하든, 혹은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든, 그 이후의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200년도 안 된 플라스틱이 수억 년의 시간을 지나온 돌을 흉내 내는 시대. 우리는 이 새로운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어쩌면 뉴 락은 자연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이다.





기사 서두에 등장한 장한나 작가의 작품 〈같거나 다른: 기공〉 속 자연석을 파란색 동그라미로 표시하였다. 나머지는 뉴 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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