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낯선 세 사람이 있는 주방에서 어색한 기운을 뚫어내고 컵라면을 잘 소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얕은 걱정을 안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주방으로 들어서 컵라면 포장을 뜯으며 부스럭 거리는 나에게 누군가 혼자 왔냐고 묻는다. 핑크카디건을 걸친 귀여운 소녀였다.
“네”
“혼자 오면 대충 챙겨 먹게 되죠?”
“그러게요. 그쪽도 혼자 오셨어요? 몇 인실이세요?”
“네. 혼자 왔어요. 2인실이요”
“어머. 그럼 우리 오늘 룸메이트네요”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이 낯선 나에게 다정하게 먼저 말을 건네준 그녀가 고마웠다. 나도 마음을 활짝 열고 같은 방을 쓰게 된 것에 반가움을 표했다. 그러나 다음 돌아온 그녀의 반응은 나를 멈칫하게 했다.
“아 근데 저는 여기서 계속 묵을 거라 어차피 룸메이트는 계속 바뀌어요.”
이 말은 '너는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야. 그러니 나는 반갑지 않아.'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입을 다물었다. 나의 당황스러움을 티 내고 싶지 않아 바쁜 척 전기포트에 물을 올렸다. 그 발칙한 소녀는 자신이 제주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사장님과 다른 남자 투숙객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감탄과 칭찬에 만족한 듯 보였다. 연신 다른 사진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으쓱하였겠지만 너무 과했다 싶었을까.
"저는 다른 사람들 따라가서 찍기만 했어요"
겸손함으로 대화를 마무리한다. 사진을 직업으로 가졌던 나 또한 취미 사진을 찍었던 시절이 있다. 조금 전의 대화로 마음을 닫아버린 탓인지 사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반가운 것이 아닌 아니꼽게 해석되었다. ‘사진 그까짓 거 잘 찍어봤자지.’ 어떤 사진을 찍었을까 궁금은 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여러 생각이 이는 머리를 아래로 처박은채 라면만 들이켰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올라가 샤워부터 했다. 얼른 기분을 바꿀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복잡한 감정들을 흘려보내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조용한 2인실에는 나밖에 없었다. 발칙한 핑크카디건 소녀가 잠들 옆 침대는 깨끗했다. 그 아이는 여전히 1층에 있었다. 아래에서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그렇게 조용히 나만의 저녁시간을 보냈다. 이불은 포근했고 여행 와서 읽겠다며 욕심껏 챙긴 책이 침대 위 가득 널브러져 있었다. 몇 장 넘기지 못한 책이 대부분이지만 좋아하는 책들의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차올랐다. 조금은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혼자만의 시간은 오래지 않아 시간이 다 돼버렸다. 8시부터는 숙소에서 독서 이야기회가 열린다. 7시 반까지 공용테이블로 오라고 했으니 이제 슬슬 방을 나서야 한다. '나.. 사람들과 잘 섞일 수 있을까.'
여행에 관한 생각과 여행 속 에피소드를 글로 풀어요.
<수상한 숙소> 편은 다음 포스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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