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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n 22. 2024

아무도 KPI를 신경 쓰지 않는다

#스타트업성과관리 #성과관리부작용

우리 기업은 반기 단위로 목표를 수립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설정된 목표(KPI)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 물론, 12월이 되면 신경 쓴다. 인사평가를 잘 받아야 하니까. 내 말은, 아무도 2월부터 11월까지는 목표를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그의 책 <Managing for Results>에서 목표 설정의 목적과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목표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Objectives)는 목표를 신중하게 고려하여 선택할 때 유효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목표 설정 후 주기적인 진행 상황 추적과 피드백을 통해 목표가 유효하고 조직 목표와 연결되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목표를 수립한 뒤 주기적으로 들여다보며 방향을 계속 수정해나가야 한다. 


아무도 목표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목표 설정의 의미는 없다.


왜 아무도 목표를 거들떠보지 않을까?


구성원들이 목표를 신경쓰지 않는 이유를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인사팀에 제출한 목표와 달리, 실제 목표는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팀의 목표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인사팀에서 실행하는 목표 설정의 주기는 연 2회인데, 팀의 목표 변경의 주기는 그것보다 빠르다. 

때문에 12월에 설정한 목표는 내년 3월이 되면
벌써 바뀌어 있다. 이렇게 목표가 계속 변경되기 때문에, 구성원은 "어차피 변경될 목표를 왜 굳이 설정하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목표를 확인하고, 피드백하고, 수정해 나가는 시스템이 없다.


목표가 수립된 후, 인사팀에서는 개개인에게 시스템을 통해 목표를 공유한다. 리더와 구성원에게는 "주기적으로 목표에 대해 소통하세요"라는 한 줄 가이드가 제공된다. 리더와 구성원은 인사팀이 공유한 목표를 확인하고 창을 닫는다. 그리고 목표 리뷰 기간이 시작되서야 다시 창을 연다.


"목표 기반"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팀과 개인의 목표 진행 척도를 쉽게 기록하고, 구성원들과 서로 피드백하고, 필요시 목표를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플랫폼이다. 성과관리 툴을 제공하는 기업(INHR, 레몬베이스 등)의 온라인 기반 시스템 일수도 있고, 팀 내 칠판에 매주 목표 진척도를 기록하고 함께 리뷰한다면 그 또한 시스템이다. 두 번째로, 목표기반 업무 수행의 중요성 및 방법에 대한 리더의 이해이다. 목표 기반 업무 수행은 특히 리더에 의해 실행되어야 한다. 때문에 리더는 목표기반 업무 수행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어떻게 (업무 체크인, 진척도 확인, 1on1 등) 목표를 관리하는지 방법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실행하는 행동(Habit)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목표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과, 리더의 행동이 없다면 목표기반 업무 수행은 불가능하다.


목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관행


목표를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외에도, 구성원으로 하여금 목표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만드는 관행 및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첫째, 소모적인 목표 설정 과정


우리 회사의 경우, 목표 수립 시, 부서/팀/개인 단위로 목표를 모두 설정해야 하는데, 그저 목표만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목표에 대한 S~D 등급과, 목표 달성을 위해 실행해야 하는 하위 단위의 업무를 작성해야 한다. 이 과정은 꽤나 시간이 많이 들고 머리가 아픈 작업이다.


특히, 스타트업인 우리 기업의 경우 부서장은 구성원 개인의 직속 상사이기도 한데, 때문에 부서장은 부서/팀/개인 목표 수립과정에 모두 관여해야 한다. 때문에 부서장은 '1년 내내 KPI를 짜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로 인해 목표 설정이 지속 딜레이 되고 (부서장은 바쁘기 때문에), 어떤 팀은 목표 설정이 제대로 않아 평가에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구성원은 목표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된다.


둘째, 평가에 직결되는 목표 


우리 기업에서는 개인의 목표와 S~D  등급을 미리 설정하고, 나중에 이를 기반으로 성과평가를 진행한다. 따라서 목표 설정 시 어떤 팀은 "공격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어떤 팀은 "느슨한" 목표를 설정한다. 똑같은 결과를 낸 두 사람에 대해, 느슨한 목표를 설정한 사람은 S를 받고,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한 사람은 B를 받게 된다. 목표설정과 평가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불거진다. 


목표기반 업무수행을 가능하게 하려면?


진정한 의미의 목표기반 업무 수행을 가능하게 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장치, 프로세스를 도입하면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목표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며, 리더의 행동을 유도한다. 

목표관리를 돕는 플랫폼, 툴을 도입하여 목표 관리를 가능케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성과관리를 실행하는 리더의 목표 설정 및 관리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다. 따라서 HR 팀에서는 리더 및 구성원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 (목표 설정 방법, 피드백 방법, 성과관리의 중요성, 시스템 이용 방법, 그라운드룰 등)을 제공해야 한다.


2. 목표 설정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 특히 개인 단위의 목표 설정은 지양한다.

목표 설정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개인 단위까지 목표 설정, 목표별 등급 설정,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업무를 정리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관행일 수 있다. 목표별 등급 설정은 일원화된 평가 기준을 도입하는 것으로 대체 할 수 있을 것이며, 세부 업무를 기재하는 것은 팀별 주간 미팅 등에서 구두로 공유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3. 목표와 평가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구글의 공동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야심 찬 목표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당신이 미친 듯이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목표 달성의 여부가 평가 결과로 직결되는 경우, 팀과 개인은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의 목적 달성보다 개인의 목표 달성만을 우선시하는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목표와 평가의 연결 고리를 약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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