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인생수업
"삶이 괴로울 땐 일단 쉬어라"
- 쇼펜하우어
반성하고 있는 것,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스스로를 한심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나는 반성하는 시간 날이 부쩍 많아졌다.
'왜 발표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까..'
'왜 거기서 그런 얘기를 했을까.'
'왜 나는 자꾸 실수를 할까..'
이런 생각들은, 다음번에 나를 더욱 "준비된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미리 준비해서 실수를 줄이고, 후회했던 행동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반성하는 시간'이, 나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시간' 보다 많아질수록, 부작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점점, 모든 일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무기력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을 해도 재미가 없는 것이다.
왜 근래 '반성하는 시간'이 늘어난 걸까?
이렇게 된 이유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만, 몇 가지 이유는 꼽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잘 못하는 영역이 있다.
그런데 나는 나 스스로 이 '새로운 일' 그래서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도, 잘 해내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둘째, 나는 동료,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 주는 것에 대해 재미를 느낀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일의 경우, 그런 류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선,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는. 한마디로 '늘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을 내가 할 수 없는 때가 많으니, 괴롭다.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선, 사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상 그런 기회가 앞으로도 없을 수도 있기에, 마음을 접어야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타인과 더 많은 소통을 통해 그들에게 더 강하게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오고 가지만, 사실 그냥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쉬는 게 답일 수도 있겠다.
머릿속을 비우고 넷플릭스를 보며 쉬는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걱정은 멀리 가있다.
반성하는 시간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같다.
나를 '타인과 스스로의 높은 기준'에 비교해 봤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맞겠다. 그런데, 나 스스로의 자신감을 토대로 건강한 자아와 행복감을 갖는 인간이 되는 과정에는, 걸림돌인 듯하다.
모든 것은 적당한 게 필요한데, 요새 나는 '반성'에 치우쳐져 있는 것 같다. 이럴 땐, 나 스스로를 좀 더 토닥여주고, 쉬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