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커팅 아트_피어나다

최향미작가의 페이퍼 커팅 아트북

by 길민석

페이퍼 커팅 아트.

나는 페이퍼 커팅 아트를 시간을 낭만적으로 소비하는 일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잘못 자르면 어쩌지' '선을 벗어나도 되나' 하고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정말로 괜찮아요. <피어나다>는 꽃과 풀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빗나간 칼질도 꽃이 되며,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도 그건 풀잎이 맞습니다. 이번에도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무엇보다도 칼에 다치지 않게 조심하는 것, 빠르고 완벽하게 완성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그린 선에 딱 맞추어 자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림에는 정답이 없으니 천천히 작은 조각부터 오려내며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담아내시기를 바랍니다.


피어나다_최향미_여는 글


■ 풀잎 조각 하나가 가지는 의미

생각이 많아져서 머리가 복잡할 때, 넘치는 시간이 부담스러울 때면 잊고 살았던 페이퍼 커팅북을 다시 꺼내게 된다. 칼질을 따라 풀잎이 하나둘씩 잘려 나갈수록,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고민들도 하나씩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넘치는 시간이 불안과 부담으로 다가올 때 조각 하나하나에 고민을 담아 잘라냄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그렇게 다 잘려나간 풀잎 조각을 보면 복잡했던 머리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KakaoTalk_20230212_151056740_01 복사.jpg 페이퍼커팅북 한장을 전부 자르고 나온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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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려나간 풀잎 조각의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

페이퍼커팅의 매력에 빠져 꾸준히 칼질을 하다 보면 책장 한 곳에 작업물이 쌓인다.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한 번은 그동안 만들었던 작업물을 아크릴 액자로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줬었다. 그때 만들었던 작업물들 사진은 어디 갔는지 없어서 올릴 수가 없지만... 선물로 나눠주고 나니 책장에 쌓여 있기만 할 때보다 기분은 썩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칼질을 한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풀잎 조각 하나를 자를 때면 고민 하나가 잘려나가는 것 같았다면 지인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풀잎 조각을 자를 때는 잊고 있었던 그 사람과의 추억들이 떠올랐고, 풀잎이 잘려나가 비워진 자리를 누군가와의 추억으로 채워나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점들이 페이퍼 커팅의 매력 아닐까 싶다.




■ 중요한 건 잘려나간 조각들

친구들에게 페이퍼커팅 선물을 줄 때면 꼭 챙겨주는 것이 있다. 바로 만들다 생긴 쓰레기!!! 쓰레기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미안하니까 추억이라고 표현하겠다. 잘려나간 풀잎 조각들 속에 추억이 담겨있는 만큼 정말 중요한 건 완성된 도안보다도 잘려나간 조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조각들도 전부 따로 챙겨서 선물에 같이 넣어준다. (근데 보통 이상하게도 완성된 도안보다 함께 챙겨준 쓰레기를 더 좋아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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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커팅 타임랩스




요즘은 바쁘다는 이유로 페이퍼 커팅 아트 <피어나다> 도안이 책장에서 나오는 일이 부쩍 사라졌다. 바쁘게 살아서 쓸데없는 걱정이 사라진 점은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머리를 비우기 위해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서 하루종일 칼질만 하던 순간의 여유가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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