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좋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뜻함

by 꿈다

시절인연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내가 이해한 뜻이 정확한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단어를 알고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가 편해졌다.

한때는 지나간 인연과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던 때가 있었다.

한때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친했던 사이였는데, 졸업을 이유로 사는 위치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환경의 변화로 맞이하게 되는 멀어짐을 이해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땐 어떻게든 인연을 이어가려고 했었는데 정작 상대는 연락을 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우울해하며 속상해했던 적이 많았다.


그러다 시절인연이라는 단어를 알고 나서는 마음이 평온해졌다.

만나고 헤어짐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섭리라는 사실이 내 마음속 불편함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결국엔 헤어질 사이이기에 마음을 덜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언젠간 헤어질 걸 알기에 지금 함께 나누는 이 시간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


최근 또 하나의 시절인연을 맞이하였다. 스마일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의 만남은 불현듯 찾아와서 짧았지만 강렬했고 예기치 않게 끝나버렸다.


포포랑 아침 산책길에 할아버지 집 근처를 지나갈 때쯤 할아버지 개가 길가에 나와서 우리를 보고 짖기 시작했다.

마당에 서 계신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반가워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갔다가 할아버지가 듣지 못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발견한 얼굴은 할아버지 동생분이었다.

할아버지의 안부를 물었을 때, 그 소식을 듣고야 말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라, 너무 아픈 끝맺음이라 그 자리에 서서 엉엉 울음이 터져버렸다.

다시는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렇게 할아버지를 아프게 데려간 하늘이 원망스러워 집에서 이틀 동안 내내 잠만 잤다. 마음속 감기를 앓은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언제 봤는지 더듬어 보니, 설 즈음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토바이를 탄 할아버지를 만났던 기억이었다.

발아래에 생수병 묶음을 보이시며 마트에서 사가지고 오시는 길이라며, 왼쪽 호주머니에서 캔식혜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호주머니 속 식혜를 생각했고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었다.


사실 이번 시절인연은 너무 아픈 이별이라 슬펐지만 아픈 마음을 걷어내니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찬란한 시간들이 반짝였다.

말로는 나눌 수 없는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이 내 마음속 추억으로 남아있다.


바닷가 산책을 할 때면 이제 떠오는 것이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