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누는 작은 친절
몇 해 전 아이가 초등학생 1학년이 되어 육아휴직을 했을 때, 1년 동안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였다.
매주 수요일 8시부터 30분간 학교 근처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가 아이들이 길을 건널 때 깃발을 내밀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역할이었다.
우리 아이학교는 총 학생수가 190명 정도 되는 작은 학교인 데다가 부모님 차를 타지 않고 걸어오는 애들 중에서도 내 구역으로 걸어오는 아이들이라고 다 해봐야 20명 남짓이었다.
그렇게 녹색어머니 활동은 교통봉사보다는 내가 서있는 횡단보도 옆길로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게 주 업무가 되었는데, 한 학기가 다 지나갈 쯤에는 누가 누군지 눈에 쏙쏙 들어오는 정도가 되었다.
그중에 유난히 기다려지는 한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아들맘인 나에게 딸을 낳지 못한 후회감이 밀려오게 하는 아이였다.
단정한 반묶음 머리에 가방을 반듯하게 메고 나를 보면 웃으며 허리를 굽혀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여자아이였다.
‘저 아이는 집에서 가정교육을 정말 잘 받은 아이구나. ‘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 아이가 오는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흘러 요즘은 출근길에 교통정리를 해 주시는 분을 만나게 된다.
나는 따뜻한 차 안에 있지만, 요즘 같은 겨울 날씨에 아무리 중무장을 해도 이른 아침 바깥에 서서 교통정리를 하신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안쓰러웠다.
사무실에 제시간에 도착해서 출근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어떤 날은 운이 좋아 내 차선에 차례가 빨리 올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정리 신호에 걸려 마냥 기다려야 하는 날도 있다.
그날따라 교통신호에 막혀 회사 입구에서 마냥 허송시간을 보내고 있어 속이 터지는 날이었다.
집에서 조금 늦게 출발한 나를 탓하기보다는 내 차선의 차례를 빨리 보내주지 않는 교통정리하시는 분에 대한 원망이 더 커지는 날이었다.
그래도 추운 겨울 밖에서 고생하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지나가는 순간 차 문을 내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큰소리로 “안녕”하며 양손을 흔들어주시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의 하루를 짜증으로 시작하기 싫어서 무심히 한 행동이었는데 상대방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그 안녕이라는 말에 내가 더 위로를 받았다.
아침에 누구보다도 힘들고 치일 그분이 건네는 인사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제 아침 출근길에는 차가 천천히 지나가는 타이밍이라 오랜만에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네었다.
그랬더니 “안녕, 자주 봐야지” 하셨다.
예전에 내가 녹색어머니를 할 때처럼 나를 기다리셨던 건 아닐까?
내심 출근길이 나를 기다릴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 생각하니, 출근길에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긴 것 같아 뭉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