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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다 Nov 03. 2024

겸손하고 진실된 사람

강원국 작가의 강연을 듣고 나서

글쓰기에 한참 재미를 붙이고 있는 요즘, 도서관에서 강원국 작가 초청 강연이 있다는 문자를 읽고 덜렁 신청해 버렸다.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서 자주 들어봤던 이름이라 대강 어떤 사람이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대통령 비서관”, “강원국” 이런  단어에서 딱딱하고 권위적인 느낌을 받아서 사실 책이든 강연이든 인위적으로 그분을 피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지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어떤 얘기를 할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해 버렸다.


토요일 2시 즈음 도서관에 시간 맞춰 도착해서 오른쪽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별채에서 차 한잔 마시며 글을 쓰고 싶은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최근에 산 갤럭시 탭을 가져갔는데  거기에 필기를 할 생각에 더 두근거렸다.

역시 유명한 사람의 강연이라 강의실 자리가 꽉 찼다.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의식하며 가방에서 탭을 꺼내 노트를 시작했다.


강원국 작가의 이미지는 이름의 딱딱함과 사진으로 본 얼굴에서 굵고 강한  어조의 말투를 상상했는데, 의외로 부드럽고 겸손한 태도가 느껴지는 말투였다.

브레인스토밍으로 시작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계신다는 얘기는 다소 민망할 정도로 오랫동안 말씀하셨고, 그 이후 이어졌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겸허한 이야기는 참 인상 깊었다.

서울대를 졸업해서 8년 동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지냈으면 목이 빠빳하다 못해 경직되어 있을 만도 한데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의외였다.


본인은 어렸을 때부터 눈치도 많이보고 열등감을 느끼며 사셨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말씀하셨고, 비서실 행정관 시절에도 글을 잘 쓰지 못하셨다며 꾸준히 겸손하고 진실된 모습의 강연을 보여주셔서 참 놀라웠다.

자기의 삶은 전화위복의 연속이었다고 하셨다.  어려웠던 시절이 나중엔 빛을 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 이 강연의 핵심이라고 느꼈다.


2시간을 꽉 채운 강연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졸리지 않았다. 옆사람을 의식하며 탭에 최대한 예쁜 글씨로 필기를 해보려고 력한 것도 한 몫한 덕분이리라.


강연이 끝나고 사인을 받는 시간이 왔다. 도서관에서 선물로 받은 강원국의 인생공부라는 책의 앞쪽 여백 페이지를 펴 들고 세 번째로 내 차례가 왔을 때, 기분이 설레었다.

내 이름을 얘기하고, 작가님이 인을 하시는 동안 나의 감상평을 말씀드렸다.

“ 겸손하시고 진실된 강연이 참 좋았습니다. 저도 에세이 쓰는 것을 좋아해서 작가님이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 졌습니다.”

“ 아, ㅇㅇㅇ작가님이시네요.” 하시며 고개를 들어 내 눈을 지그시 쳐다봐주시는데 순간 움찔하였다.


‘ㅇㅇㅇ의 별처럼 빛나는 삶’

나의 삶을 응원받은 것 같은 기분 좋은 글귀였다.


집에 와서 사인을 받은 책을 읽으니 강원국작가의 말투가 생각나서 글의 내용이 마음에 쏙쏙 들어왔다.

요즘 사람이 참 좋다. 마음이 따듯하고 인품이 좋은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사람의 이야기에 계속 물들고 싶어 진다.

다시 직접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오늘 좋은 사람 한 명을 더 알게 됐으니 그분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며 내 마음의 온도를 따하게 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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