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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규 May 13. 2024

보석 감정사를 공부하며
’인생 감정’을 배우다

         


 

 지구상에 수많은 보석은 각각 고유한 내포물을 갖고 있다.     


1990년 롯데면세점에서 불리한 스펙으로 미국보석학회에서 유학에 선발되는 기회를 만났다. 보석을 배우며 보석의 신비함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보석마다 그것만의 고유한 속성과 형태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석 중의 보석 다이아몬드만 해도 기준과 세공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의 힘겹던 인생을 되돌아보아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자신만의 고유한 속성과 모습에 따라 독특한 가치를 지닌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며 부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다이아몬드는 ’킴벌라이트’라고 하는 원석은 가공과 연마의 세공 과정을 거쳐서 아름다운 보석으로 탄생한다.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은 ’ 4C’라는 것이 있다. 

첫째, 캐럿(Carat)은 다이아몬드의 크기 즉 중량을 말한다, 캐럿의 종류에 따라 수백억 원까지 나가는 것도 있다. 

둘째, 클래러티(Clarity)는 다이아몬드의 투명도를 말한다. 내외부에 다이아몬드 고유의 내포물의 정도에 따라 11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셋째, 컬러(Color)는 흔히 볼 수 있는 화이트칼라 다이아몬드가 있다. 그리고 팬시 칼라 다이아몬드라고 파란색, 붉은색, 핑크색 등 다양한 색상이 존재한다. 특히 블루 다이아몬드는 아주 희귀하여 구하기도 어렵다. 

넷째, 컷(Cut)은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가장 잘 연마된 아이디얼 컷과 얇거나 깊은 컷 등이 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여주인공 로즈가 약혼자에게 받은 대양의 목걸이라는 다이아몬드는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블루 다이아몬드’를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1975년 다이아몬드 가격 측정 결과 45.52캐럿인데 약 2,700억 원의 감정가가 나왔다고 한다.      


1990년 보석 감정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 마음은 너무 설렜다. 20대부터 꿈꾸던 미국에서의 공부를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회사에서 시달렸던 어려움이 씻은 뜻이 잊혔다. 도착하자마자 일단 한인타운에 숙소를 정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입학 준비를 마쳤다.      

미국보석학회(GIA: 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의 커리큘럼은 다이아몬드, 컬러스톤, 디자인, 제조과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세계적인 보석 취급하는데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다이아몬드 감정 과정을 선택했다. 교육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스파르타식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었다.      

교육 첫날, 나는 ‘멘붕’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한국에 있으면서 실무에서 어느 정도 영어를 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었기에 영어로 수업을 받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원어민 교수의 첫 영어 수업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때 당시만 해도 나는 보석 관련 전문 용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으므로 교수의 강의가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영어교재와의 치열한 사투를 시작했다. 오후 6시에 수업을 마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영어교재에 나온 용어들을 사전을 통해 찾아가며 새벽 늦게까지 공부했다.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할 때 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 그것 같다. 이렇게 몇 개월을 공부하고 나니 교수들의 설명이 어느 정도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석 감정사 시험은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다. 필기시험은 총 3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동안 밤을 새워가며 공부한 덕분에 1차에 바로 합격을 했다. 문제는 실기시험이었다. 총 5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플라스틱 박스에 무작위로 20개의 스톤을 넣어주고 스스로 각종 테스트를 해보면서 각 스톤의 속성을 100% 맞춰야 합격이 된다. 나는 3번 연속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정신이 번적 들었다. ‘이러다 불합격하면 회사에 어떻게 돌아가지?’하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사실, 불합격하면 망신스러워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였다.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졌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 한 분을 붙잡고 늘어졌다. 나는 합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토로하며 온종일 교수에게 내가 실수했던 스톤들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질문하고 배웠다. 다행히 교수는 나의 열정과 간절함을 높이 평가하면서 세심하게 지도해 주었다. 결국, 4번째 실기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었다. 모든 시련은 결국 실패가 아니라 완성으로 가는 과정이다.     


천연의 진짜 다이아몬드는 땅속 깊은 곳의 광맥에서 초라한 돌덩어리 같은 원석을 캔 다음 다르고 다듬고 갈아 연마하면서 전문 세공사의 정성을 다한 세공 과정을 거쳐 찬란한 다이아몬드로 탄생된다. 사람이 만든 가짜 다이아몬드는 외형은 진짜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합성 보석을 찾아 유사하게 깎아서 만든다. 가짜는 아무리 캐럿이 크고 외형이 진짜처럼 빛이 나 보여도 결국 보석 감정사에 의해 들통나기 마련이다. 전문가의 감정 과정을 통해 가짜라는 낙인이 찍히기 마련이다.     


인생은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전투이다. 진짜 인생은 외형만 번지르르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시련의 불길이 타오르면 겉모습만 비슷한 가짜들을 순식간에 무너지고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진짜는 반복되는 연마 과정을 통해 날카로워지면서 아름다운 빛을 발하게 된다. 내게 찾아왔던 인생의 고난들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단련시켜 주는 연마의 과정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보석 감정을 배우러 갔다가 인생 감정을 배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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