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코스모스’를 읽다

by 인상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별 헤는 밤, ‘코스모스’를 읽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별의 세계를 안내한다는 점에서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처럼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오늘의 시대는 그가 살던 때와 달리 과학과 문명이 지나치게 발달하여 도시의 불빛 때문에 별조차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럼에도 반세기 전, 별을 사랑한 한 과학자가 문학적 문체로 우주의 세계를 펼쳐 보여줌으로써 그 세계에 문외한이었던 내 눈을 새롭게 열어 주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는 천문학자가 된 듯, 은하의 길을 걸으며 별의 탄생과 죽음을 함께 목격했고, 어릴 적 찾으려 애썼던 별자리는 여전히 내게 수수께끼였으나, 내 몸의 가장 작은 세포 하나에도 별의 기원이 새겨져 있음을 깨닫는 순간, 나는 별을 단순히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별로부터 태어난 존재임을 깊이 실감했다.


별은 태어나고 자라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긴 숨을 내쉰다. 성운 속에서 작은 불씨로 빛을 품고, 수억 년 동안 핵의 춤을 추듯 수소를 태워 헬륨을 만들며, 때로는 헬륨이 탄소와 산소를 빚어내기도 한다. 별의 가슴은 거대한 화로처럼 끊임없이 불타오르며, 그 긴 생애를 이어간다. 그러다 기운이 다한 별은 마지막 불꽃을 내뿜는 다. 태양보다 작은 별은 조용히 꺼져 백색왜성이 되고,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은 초신성으로 폭발하며 스스로 만들어낸 원소들을 사방으로 흩뿌린다. 그 잔해가 모여 성운을 이루고, 성운은 다시 새로운 별과 행성을 낳는다. 우주는 끊임없이 숨을 고르고 다시 내쉬며, 생명과 죽음을 반복하는 거대한 순환의 장(場)이다.


지구 또한 그런 먼지에서 태어났다. 그 위에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며, 원소들이 서로 손을 잡아 최초의 생명을 만들어냈다. 그 생명은 수십억 년의 진화를 거쳐 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기 존재의 근원을 묻는, 곧 우리 인간이 되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오래 머물며 숨을 고르듯 생각에 잠겼다. 별이 흩뿌린 티끌이 결국 내 눈이 되었고, 내 가슴이 되었으며, 내 목소리가 되었다니. 내가 별의 먼지로 빚어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과학적 사실을 넘어, 존재론적인 겸허함과 함께 알 수 없는 경이로움을 안겨 주었다.


그러므로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우주에서 자신의 자리와 근원을 찾는 일이며, 우주가 우리 안에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별을 탐구하는 과학은 곧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또 다른 길이 아닐 수 없다.


윤동주가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동경을 담아내었듯, 칼 세이건은 별 하나에 수소와 헬륨, 탄소와 산소를 담아내었다. 과학과 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별을 이해하려는 갈망, 별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염원, 그것이 두 세계를 잇는 다리다.


하지만 별을 헤아리는 일과 동시에 우리는 이 땅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발 딛고 선 행성 지구가 병들어 간다면, 아무리 먼 우주의 신비를 풀어낸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기후 위기로 꺼져가는 숲과 빙하, 전쟁으로 무너지는 삶, 빈곤 속에서 잃어버린 웃음은 별빛조차 가릴 수 없는 우리의 어두운 그림자다. 우주는 끝없이 새로운 별을 낳고 죽음을 삼키며 다시 빛을 퍼뜨리지만, 지구는 단 하나다.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터전, 우리 모두의 고향이다. 별빛이 아무리 눈부셔도, 우리가 이곳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빛은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다.


별이 남긴 유산은 생명체를 이루는 단순한 원소만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서로를 지키고 존중하며, 이 행성을 보듬으며, 우주 속의 작은 행성 하나를 소중히 가꾸라는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별빛을 연구하는 일과 지구를 지키고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결코 따로 있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별에서 왔으니 이제는 별에 부끄럽지 않은 존재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윤동주가 노래했듯, 별 하나에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어머니’를 그릴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지켜낼 때, 우리는 비로소 별이 꿈꾸던 존재가 될 것이다. 별빛은 억겁의 시간을 건너와 오늘 우리의 눈동자에 머물고 있다. 그 빛이 오늘도 나를 살리고, 너를 살리며, 우리 모두를 이어준다. 우리가 서로를 지켜내는 한, 그 빛은 앞으로도 꺼지지 않고 계속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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