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낙엽수

by 롤로로

태양은 노란색이다. 아니, 붉은색이다.
아니, 때에 따라 두 가지 색상 모두를 품고 있다.
가을 햇빛은 붓을 들어 물감을 적신다.
노란색 그리고 붉은색.
화가는 녹색 도화지를 찾으려 작열한다.

도화지는 선견하고 있다.
차가운 바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며
그와의 결속이 가늘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에게서 곧 이별이 언도될 것을 느끼며
그렇게 도화지는 화가의 붓길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붉은색, 노란색으로 채색되며 생각한다.
자신이 더 화려해진다면 그를 붙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신이 녹색이었을 때를 생각한다.
자신이 녹색일 때 나에게 직진하던 그를 생각한다.
자신을 녹색으로 물들인 여름의 화가를 생각한다.

화가는 이내 채색을 마친다. 나무는 본다.
나무는 신호등으로서 나뭇잎을 본다.
잎이 녹색이었을 때 그는 직진하였었지만
노란, 빨간색의 잎을 본 후에는 나아가기를 멈춘다.
잎은 그와의 결속이 곧 끊어질 것임을 느낀다.

어떤 이들은 쌀쌀해지면 변화하는 낙엽수로서 존재한다.
계절마다의 햇빛이 채색했던 건 나 자체가 아닌
나를 비추던 환경일 뿐이었음을 그는 몰랐고
그저 신호등의 틀 안에서만 잎을 바라볼 뿐이었다.
또 어떤 이들은 계절의 변화와 무관한
상록수로서 서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들은 어떠한 시야의 틀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는 나의 숨이, 입김이 보일 만큼 쌀쌀하다.


길게 숨을 내쉰다.
부윰한 수증기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낙엽수.


그도 자신이 살기 위해, 찬 겨울을 버티기 위해
잎을 떠나보냈으리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잠시 숨을 삼킨다.
찬 바람이 입김을 날려 보내니 선명하게 보이는 낙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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