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2

불가항력

by 롤로로

너가 흩뿌려놓은 모래알갱이들.
쓸어 담으면 그만이다.

너가 떨어뜨리는 물건들.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치워놓으면 그만이다.

너가 날 물고 할퀴어 드러난 생채기들.
연고를 바르고 그저 기다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침에 눈 뜰 때마다
내 배에, 다리에, 팔에 꾹꾹이 하며 표현하는 친근함.
그 친근함이 나에게 전달될 때 난 어쩔 수가 없다.

집에 귀가할 때마다
꼬리를 세우며 내 다리에 부비적거리며 표현하는 반가움.
그 반가움이 나에게 닿을 때 난 어쩔 수가 없다.

내가 화장실을 갈 때마다
그 자그마한 체구로 날 지켜주려는 애틋함.
그 애틋함이 나에게 흡수될 때 난 어쩔 수가 없다.

난 어쩔 수가 없다.
어찌어찌하면 그만인 것들과는 다르다.
널 사랑하는 마음.
이제는 내가 도무지 어찌할 수 없음이다.
나의 심연 깊은 곳에서 표방된다.
불가항력의 영역으로 편입됐음이 선언된다.


그 존재를 향한 사랑은 나를 위한 것일까,

혹은 온전히 그 존재만을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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