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지하철의 맞은편,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는 낙엽 몇 잎.
낙엽은 푸석하다 못해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 낙엽이 문득 나에게 물어온다.
자신의 모습에 생기가 있는지 묻는다.
난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봄의 너를 기억한다.
봄에, 빼꼼 얼굴을 내밀어 푸릇푸릇 발로하며
갓 태어난 생기를 선물한 너를 기억한다.
자신의 모습에 푸르름이 있는지 묻는다.
또다시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여름의 너를 기억한다.
여름에, 푸르른 녹음을 만들어 작열하는 태양으로부터
시원한 그늘을 선물한 너를 기억한다.
자신의 모습이 화려한지 묻는다.
다시 한번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가을의 너를 기억한다.
가을에, 푸르름을 화려함으로 물들이며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그림을 선물한 너를 기억한다.
이번엔 자신의 모습이 너절한지 묻는다.
고개는 굳어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현재 너의 모습을 바라본다.
지금 이 계절에, 힘없이 낙하하여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너를 바라본다.
나 또한 그럴 것이다.
봄의 생기와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화려함을 등지고
너절함을 향하여 나아갈 것이다.
나도 널 따라 자연으로 회귀하여 그 일부가 될 것이다.
우주적 시간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너가 돌아갈 날과 내가 돌아갈 날의 차이는 찰나이다.
그러니 난 너가 먼저 돌아가는 것을
비통해하지 않을 것이다.
찬란함과 비루함의 차별이 없는 그곳에서
반갑게 다시 조우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