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만식 Jul 22. 2023

한여름의 매미소리

오늘은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간다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대형 화재도 발생하여 인간이 환경 파괴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같.

코로나19에 걸린  처음 친구를 만나려고 도곡역으로 향해 걸어갈 때, 늘벗근린공원 산책로 바닥 죽은 매미들이 눈에 띄었다. 곤충이지만 가엾다는 생각이 들어서 풀숲으로 치워주었다.


양재천 둑길을 산책할  친구가 "매미소리가 너무 요란하네요."라고 말했다. 사실 매미소리가 내 귀에도 거슬릴 정도로 너무 시끄럽게 들렸다. 

옛적, 국민(초등)학교 시절에는 매미가 지금처럼 떼로 울지 않고 한 마리씩 차례대로 정답게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어쩌다가 매미를 잡으면 무명실로 다리를 묶고, 장난감처럼 손에 들고 다녔다. 그리고 심심하면 매미 배를 문질러서 억지로 울게 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 여름방학 곤충 채집으로 매미가 인기 좋았다.


매미는 수컷이 특수한 발음기를 가지고 높은 소리로 울어서 알려진 곤충이다. 매미가 여름에 짝짓기를 하고 나무껍질 등에 알을 낳으면, 알은 일 년 후에 깨어나 땅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매미 애벌레는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섭취하고 자란다. 이렇게 약 6년을 보낸 뒤, 여름이 되면 땅 위로 올라와 껍질을 벗고, 성충으로 고작  한 달 정도 살다가 죽는다고 한다.

매미는 왜 요란하게 울어 댈까?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할 때 몸통 안의 얇은 막을 떨어서 소리를 내는데, 큰 소리로 우는 매미일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좋다는 것이다. , 사람으로 비교하면 잘 생기고 인기 좋은 남성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친구에게 죽은 매미 여러 마리를 공원에서 보았다고 말하자, "암컷을 찾아서 짝짓기를 하고 세상을 떠났는지 궁금하네요. 한 달밖에 살지 못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나는 공원에서 죽은 매미가 수컷인지 알 수 없지만 요란하게 울어대는 사실로 짐작건대 암컷에게 한 구애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요란하게 울어 대는 매미소리는 옛 여름철 정서를 느끼게 하던 소리와 사뭇 다르다. 아마도 수컷 매미들의 구애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현상 때문이라고 여긴다.


친구가 오늘이 복날이라 삼계탕을 먹자고 지만 삼계탕집 눈에 지 않아, 대신 순댓국집으로 갔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올 때에 역시 매미소리가 요란했다. 나도 여름에 늘 생각나는 추억의 노래, '해변으로 가요'를 매미처럼 크게 불러보았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

(해변으로 가요.)"



내가 노래를 부르고, 매미도 힘차게 노래하여 마치 누가 잘하는지 시합이라도 하는 듯했다. 그러나 내 실력은 내가 다. 만일 내가 매미였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6년을 땅속에서 지내다가 겨우 한 달 정도 살다 죽는다고 하니 매미로 태어나지 않은 것도 천만다행이라고 느꼈다.

집에 도착하자 아내는 노래도 잘하지 못하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내는 오늘이 복날이라며 특별히 삼계탕을 준비했다. 저녁을 먹을  양재천의 매미소리가 여전히 요란했다. 


노래를 잘하는 매미도 인간처럼 한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송암 선생과 배롱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