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새벽부터 내렸다. 집 근처, 늘벗근린공원에 있는 정자에 걸터앉아 70년대 유행했던 팝송, <Rain Rain Rain>을 듣고 있을 때, 창수문인회 P 선생님이 '비의 리듬(Rhythm of The Rain)'이란 슬픈 동영상을 보내왔다.
공원에는 이웃 노인 부부가 빗속에서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거동이 많이 불편한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부축하여 천천히 걷고 있었다. 봄비가 세게 쏟아지는 날, 부부가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애틋했다. 한편, 아내를 돕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존경스럽고, 빗속을 걸으며 열심히 운동하는 할머니 의지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우리에게 친숙한 화가 이중섭의 '부부'라는 유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1953년에 제작되었으며, 현재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입 맞추고 포옹하는 두 마리의 새를 통해 부부를 묘사했다. 비상하는 수컷과 암컷이 재회하여 서로 입맞춤을 한다. 새의 탄력이 있는 선적인 형상은 아름다운 무희의 원무를 연상케 한다. 경쾌한 동태, 사랑으로 충만된 만남, 즐거운 입맞춤, 모든 고민과 번뇌에서 해방된 기쁨 등이 상승하는 새의 형상적인 선과 앞으로 향하여 상대를 감싸려고 하는 기세를 보이는 날개, 경쾌하고 동적인 자세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만남의 환희를 고양하는 노란색과 빨간색이 곁들여져 있어 분위기를 한층 밝게 한다고 평한다.
나는 몇 년 전,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을 방문하여 화가 이중섭의 일생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특히, 41세의 젊은 나이에 정신이상과 영양실조로 서대문에 있는 적십자 병원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마음이 숙연했다.
화가 이중섭은 1951년 1.4 후퇴 때 가족과 함께 원산을 떠나 서귀포로 왔으며 이곳에서 약 일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다. 그래서 서귀포의 아름다운 풍광은 이중섭 예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부부 (이중섭 작)부부란 무엇인가?
부부란 한마디로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남편과 아내를 이르는 말이다. 사회적 의미로는 이렇게 설명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두 남녀는 청혼을 거쳐 부부관계를 맺는 결혼에 도달한다. 결혼을 하는 것은 두 남녀가 사랑하기에 즐거워서 또는 쾌락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생식(生殖) 행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자녀의 출생 후에도 계속되는 하나의 지속적인 결합이 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봄비를 맞으며 걷는 노인 부부의 나이는 8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나는 부부란 한 사람이 어려울 때, 다른 배우자가 돕고 살아가는 한 쌍의 남녀라고 정의하고 싶다.
빗속을 걷는 이웃 할머니가 건강을 속히 회복하여 한 쌍의 새가 즐겁게 입맞춤하는 모습처럼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