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5점으로는 결코 다 담아낼 수 없었던 그날의 온도
그저 모른 척해주길 바랐다. 아무 일 없는 척 무표정하게 올라탄 카카오택시 안. 차창 밖으로 스치는 가로등 불빛은 차갑고 무심했다. 여느 때처럼 무미건조한 공기가 감도는 뒷좌석 구석에서 나는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들키고 싶지 않은 슬픔이 차올라 자꾸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참으려 할수록 눈물은 눈치 없이 터져 나왔다. 좁은 차 안에 번지는 낮은 울음소리가 스스로도 너무 창피해서, 그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기사님이 제발 아무것도 묻지 않기를, 그저 이 정적이 깨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왠지 엄마에게 우는 모습을 들킨 것만큼 민망함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서둘러 내리려던 나에게 기사님은 뜻밖의 말을 건네셨다.
"밥은 먹었어요? 이걸로 밥이라도 먹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침묵만을 바라던 나에게 기사님은 기어이 다정한 참견을 건네셨다. 그리고는 앞서 누군가를 태우며 고단하게 벌었을 노동의 대가, 손때 묻어 꼬깃꼬깃해진 만 원권 한 장을 내 손바닥 위에 꾹 눌러주셨다.
당연히 돈을 받아야 하는 분이 도리어 내게 돈을 쥐여주는 그 비논리적인 상황 앞에서, 나는 어떤 말도 찾지 못했다. 타인의 슬픔을 모른 척 지나치지 않았던 그 투박한 손길. 별점 5점이라는 차가운 숫자로는 도저히 기록할 수 없는 온도가 그 지폐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날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그 만 원을 쓰지 못했다. 지갑 한구석에 소중히 접어둔 그 꼬깃꼬깃한 종이는 내게 단순한 화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슬픔에 잠겨 스스로를 돌볼 줄 모르던 나를 향해,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한 곳이라고 말해준 가장 묵직한 응원이었다.
살면서 문득 마음이 허해질 때마다 지갑 속 그 만 원의 자리를 가만히 의식해 본다. 그 작고 가벼운 종이 한 장은 생각보다 무거워서, 무너질 것 같던 나의 그날을 지탱해 주었고 여전히 내 삶의 한 축을 단단히 받쳐주고 있다.
언젠가 인연이 닿아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제는 젖지 않은 목소리로 꼭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감사했다고 그날의 온도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