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함 속에 가려진 초라함

그 후로 달라진 세상

by romi

뇌동맥류 수술 후 퇴원을 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복학을 하기 전 시간이 남아서, 서점에서 책을 사고 근처 버거킹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이 머뭇거리는 게 느껴졌다.

수술 후 밀었던 머리카락은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고,

왼쪽 편 마비는 아직 회복되지 않아 다리는 약간 절뚝거렸다. 구겨져 있던 운동복.

딱 봐도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예전, 내가 건강하게 잘 살아갈 때

비슷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나도 모르게 보냈던 그 시선.


처음으로 마주한 그 눈빛에 나는 창피했지만,

배가 고파서 혼자 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나는 하루에 세 시간씩 하염없이 걸었다.

내가 살고 있던 곳은 은평뉴타운이 재개발되기 전이라 빈 공터들이 많았는데,

집에서 옆 동네까지 하염없이 울면서 걸었다.

그러자 빠졌던 근육들이 조금씩 돌아왔고,

퇴원 후 스트레스로 먹어 불었던 살들도 조금씩 빠지면서

조금은 건강한 상태로 복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옷차림에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되었다.

비싼 옷이 아니더라도, 보기 예쁜 것.

상황에 맞는 단정한 옷차림.

매일 아침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단정하게 나서는 건 어쩌면

단정함 속에 내 초라함을 가리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